윤주영 전 문공장관 '50인-우리 시대를 이끌어온 사람들' 전지식인 문화예술인·군인등얼굴 통해 역사 재조명

삶의 궤적을 담아 온 얼굴은 그 사람의 역사다.

그 역사는 대게 개인에 머물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15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제1전시실에서 개막한 윤주영 전 문화공부부 장관의 ‘50인-우리 시대를 이끌어온 사람들’ 전에선 그러한 역사 속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사진전에는 지식인과 문화예술인, 군인 등 50명의 초상이 시대를 웅변한다.

“우리시대를 이끌었던 50분을 통해 우리들이 겪은 역사를 재조명해보고 싶었어요. 이분들이 바로 우리 시대의 얼굴입니다. 나라를 잃고 신음했던 식민지 시대로부터 해방과 분단, 정부수립과 남침, 폐허로부터의 눈물겨운 재기까지 격동의 현대사를 이 분들 이상으로 경험한 분들도 없을 겁니다. 이들의 주름진 얼굴과 어록 속에 담긴 진리를 통해 미처 몰랐던 역사의 진실을 이해할 수 있다면 다행입니다."

윤주영 씨는 주로 1910~1930년대에 태어나 각자의 분야에서 역사의 큰 획을 그은 원로 50인의 표정을 잔잔하면서도 강렬한 흑백 사진으로 전하고 있다. 3개월간 이들을 촬영하고 인터뷰한 뒤 각 초상마다에는 원로들의 삶을 압축해 놓은 듯한 어록을 달았다.

박태준, 임권택, 장명수, 박완서

“한국에서 나고 살아온 영화감독으로서 이 땅의 삶과 문화적 개성을 영화라는 작은 꽃으로 피워내 지구촌 꽃밭을 아름답게 가꾸는데 일조를 하고 싶다.”(임권택ㆍ영화감독) "돌이켜보면 김매듯이 살아왔다. 호미자루 내던지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후비적후비적 김매기를 멈추지 않았다."(박완서ㆍ소설가) “조국(祖國)에! 항상 10년뒤의 자기 모습을 그려보라. 세계 최고 수준을 고집하라."(박태준ㆍ포스코 명예회장) 등등.

여성 언론인으로 언론사에 새 이정표를 세운 장명수 한국일보 고문의 어록에는 "기자는 멋진 직업이 아니다. 진실이 무엇인가를 찾아 거친 바다를 항해하고, 피를 말리며 마감시간과 싸우고, 자신의 판단에 홀로 책임을 지는 두려움을 견뎌야 한다"면서 "그러나 이 고달픈 직업에 기꺼이 평생을 바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야 언론이 발전하고, 기자정신이 바로 설 수 있다"는 치열함이 담겨 있다.

‘시간의 기록’이라는 사진의 고유 속성이 이번 인물전과 부합한다고 하자 윤주영 씨는 “사진은 대체로 카메라를 사용해 인간과 인간이 살고 있는 사회와 자연을 기록하는 것으로 사진의 중심은 인간”이라고 답한다.

윤씨는 언론인 출신으로 무임소 장관, 청와대 대변인, 문화공보부 장관, 국회의원 등을 두루 거친 이후 50대에 들어 카메라를 들었다. 그의 작품집으로는 '탄광촌 사람들' '어머니' 등이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