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학공조 조리법 표준화·명품도자기와 매칭·소스개발등 노력

한국인이라면 모두가 바라는 소망, 하지만 아직 아무도 해내지 못한 사업! 바로 ‘한식의 세계화’다. 아직까진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남아 있는 듯한 이 과제를 완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한 노력이 최근 민ㆍ관ㆍ학 차원에서 다방면으로 이뤄지고 있다. 우리 음식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산업이 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고 이 같은 노력에 정부도 가세하고 있어서다.

최근 정부는 2017년까지 한식을 세계 5대 음식으로 키우기 위한 장정에 나선다고 공식 발표했다. 10월 16일 농림수산식품부 주관으로 식품업계 관계자 등 1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한식 세계화 선포식'은 이러한 노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농식품부 식품정책단(김성민 단장) 또한 관련 세미나 진행을 비롯, 한식세계화를 위해 구체적이고도 의욕적인 행보를 보이고 나섰다.

그럼 어떻게 한식을 세계화 시킬 수 있을까? 지난 10월13~19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열린 ‘코리아 푸드 엑스포’에서는 한국 음식을 세계화시키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이 제시됐다. 한식이 여전히 낯설기만 한 외국인들에게 보다 효과적이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 들이다.

한국 음식 조리법의 표준화 및 계량화, 명품 도자기 식기와의 매칭, 외국인들이 좋아할 만한 한식 300선, 한식 양념 소스의 개발 등….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음식 세계화관’을 꾸민 한국전통음식연구소 윤숙자 소장이 제시한 한국 음식 세계화 프로젝트 방안들이다.

■ 한국음식과 국내 명장 명품 도자기와의 만남

한국 음식은 음양오행의 철학을 바탕으로 오색의 고명으로 음식을 아름답게 장식, 맛과 멋이 어우러진 음식이다. 특히 음식은 담는 그릇에 따라 색, 형태, 모양이 달라지는데 이번 전시회는 대한민국 도자기 명장(明匠) 한완수, 김세홍의 명품(名品) 도자기에 한국음식을 담음으로서 한국음식이 고급화돼 아름다움이 더욱 빛나도록 연출시켰다.

■ 한국음식과 해외 명품 도자기와의 조화

한국음식은 건강음식으로서 세계인들에게 우수성과 과학성을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인지도가 약하다는 점이 결정적 흠으로 꼽힌다.

그럼 한식을 명품 도자기에 담는 것 만으로도…! ‘옷이 날개’라고 유명 브랜드 식기나 명인들의 작품에 한국 음식을 담아낸다면 한식이 명품으로서 세계로 나아가기 위한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다.

에르메스 식기에 얹혀진 쌀밥, 한완수 도자기 명장의 그릇에 담긴 타락죽과 만두국 등….

전시회에서는 역사와 전통이 오래된 Wedgwood(영국), Royal Copenhagen(덴마크), hermes(프랑스) 등 해외 명품 도자기 작품에 한국음식을 담아 한국음식을 더욱 명품화 하는 기회를 마련했다. 이는 세계 속의 한국음식으로 거듭나도록 돋보이게 하기 위한 시도로 평가받았다.

■ 한국음식의 소스개발

짜고 맵고 양념이 강한 한국 음식의 맛에 익숙치 않은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맛을 어떻게 소개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한식 소스’가 떠올랐다. 한식의 맛이 담긴 소스를 개발해 내놓는다면 외국인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끔 개인별로 적절히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음식은 소스의 선택과 사용량에 따라 맛이 크게 좌우된다. 소스라면 우리 음식에서 양념장을 뜻하는 것인데 양념장 보다 소스라고 하면 외국인들에게 더 낯설지 않다.

각각의 음식에 사용되는 양념을 조합하면 주식, 부식, 후식에 어울리는 다양한 소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윤숙자 소장은 “소스는 한국음식의 맛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조리시간을 단축시켜 국내 농산물 소비 증대 및 한국음식의 독특한 맛과 향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설명한다.

■ 한국음식 조리법 표준화

‘소금 약간’, ‘조미료 적당량’, ‘간은 알맞게’ 등의 표현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한식이 세계화 되기 위해서는 조리 방법이나 요리 과정에 있어서도 더욱 과학적이고 체계화될 것을 필요로 한다. 하나의 음식이 무슨 재료들과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명확하고도 정확한 해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식 요리서에 그간 ‘마음 놓고’ 사용해 왔던 애매모호한 측정 단위들을 이번에는 계량화시켰다. 정확한 크기와 양, 무게 등을 표준화된 계량 단위로 표시한 것. 종전 ‘약간’, ‘적당량’, ‘알맞게’ 등과 같은 애매한 표현들은 모두 ‘g', 'cm', 'min(분)'과 같은 국제 계량 단위(SI단위)로 바뀌었다.

계량 단위의 표준화와 함께 조리시간과 순서, 도구, 불의 세기 등 조리 방법 또한 표준화시켰다. 이는 어느 누가 조리를 하더라도 동일한 맛이 나도록 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개별 요리 마다 1인 분량 칼로리와 분량, 조리 후 총량, 조리시간, 가열시간, 적정 배식온도, 표준조리도구 등 한국음식 조리에 관한 모든 정보를 담았다.

한식 표준화 사업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나서 2006년 6월 ‘한국음식 조리법 표준화 연구개발 사업’ 에 관한 MOU를 체결하고 한국전통음식연구소(소장 윤숙자)를 연구기관으로 선정, 2년 여의 작업을 거쳐 완성됐다.

한식 표준화 작업에는 또한 전국 조리관련 대학 교수, 음식 관련 전문가, 음식 관련 기관 담당자 등을 연구 개발위원으로 선정, 함께 참여시켰다. 표준화된 도구를 사용한 실험을 통해 조리법을 표준화하면서 비전문가 실험과 협력기관과 자문위원, 개발위원 등의 평가와 자문 등을 거쳤다.

■ 9가지 영양소 분석 표시

3대 영양분이라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한식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는 3대 영양소 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할 수 있다. 그래서 영양소 분석을 모두 9가지로 늘리는 것도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한식을 세계화하기 위한 기초 작업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식 300종을 선정, ‘아름다운 한국음식 300선’ 책이 소개됐는데 국내 조리서 사상 최초로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무기질, 트랜스지방산, 포화지방산, 식이섬유, 당류, 나트륨 등 9가지 영양소 분석을 통해 독자가 성분을 알기 쉽게 표시했다.

◇ 9대 영양소

가. 열량 : 식품에 포함된 영양 성분이 체내에서 대사될 때 생성된 에너지를 칼로리로 표시한 것이다. 탄수화물 1g은 4㎉, 단백질 1g은 4㎉, 지방 1g은 9㎉의 열량을 낸다.

나. 탄수화물 : 탄수화물은 우리 몸의 에너지원을 내는 가장 중요한 영양소이다. 탄수화물은 곡류 식품에서 섭취할 수 있는데,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밥 ․ 과자류 ․ 빵류 ․ 떡류 및 국수류에 많이 들어 있다.

다. 단백질 : 단백질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성분으로 체내의 여러 장기 ․ 근육 ․ 피부 등 체조직의 대부분이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단백질은 우유 ․ 육류 ․ 가금류 ․ 생선류 ․ 계란 ․ 두류에 많이 들어 있다.

라. 지방 : 지방은 고열량 에너지원으로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효과적인 에너지 저장고이다. 열의 발산을 막아 체온을 유지하게 하고 중요 장기를 보호한다. 지방은 식용유 ․ 참기름 등의 기름과 호두 ․ 잣 등의 견과류와 육류에 많이 들어 있다.

마. 나트륨 : 나트륨은 체내의 대사에 곡 필요한 무기질이다. 소금의 주성분으로 짜게 먹는 식습관으로 인해 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나트륨은 우리가 쉽게 먹는 가공 식품인 과자류 ․ 라면 ․ 통조림 식품에 주로 많이 들어 왔다.

바. 당류 : 당은 탄수화물 중에서 작은 분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물에 녹아서 단맛이 나는 물질을 가리킨다. 당류는 과일, 꿀 고구마 등 단맛이 있는 자연식품에 당이 함유되어 있으며, 비스켓, 초콜릿, 탄산음료 등의 가공식품에는 단맛을 내기 위해 많은 양의 당이 함유되어 있다.

사. 트랜스 지방산 : 트랜스 지방산은 식물성 기름인 불포화지방을 동물성 기름인 포화지방과 유사하게 만든 유지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트랜스지방산은 식품 가운데는 마가린, 쇼트닝, 마요네즈, 감자튀김, 케이크, 전자렌지용 팝콘 등에 많이 들어 있다.

아. 포화지방 : 포화지방은 이중결합이 없는 지방산으로 동물성 지방에 들어 있으며, 상온에서는 고체나 반고체 상태의 기름이다. 쇠기름, 돼지기름 등 모든 동물성 기름과 버터, 쇼트닝, 식물성기름 중 코코넛기름과 팜유에 다량 포함되어 있다.

자. 콜레스테롤 : 콜레스테롤은 보통 동물성 식품에 존재하는 스테롤(sterol)로서 세포막을 구성하거나, 성호르몬, 담즙을 합성하는 데 사용된다. 주로 동물의 간, 신장 및 뇌와 같은 기관이나 육류, 새우, 가금류의 알 등에 많이 함유되어 있다.

차. 식이섬유 : 식이섬유는 사람의 소화효소로는 소화되지 않고 영양소로서의 기능은 거의 없으나 비피더스균 등 유익한 장내세균을 증식시켜 장운동을 촉진함으로써 원활한 배변을 유도하고, 콜레스테롤을 흡착하여 배출하는 등 생리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식이섬유는 섬유질 또는 셀룰로오스로 알려진 성분으로 보리, 통밀 등의 곡류, 배추, 고구마줄기 등의 야채와 사과 등의 과실류 다시마, 미역 버섯류에 포함되어 있다.



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