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적 사랑노래 음원차트 상위권… 5집 레이니즘 선주문 쇄도"온 국민이 응원해 주시면 빌보드·박스 오피스 1위 할것 같아요"

가수 겸 배우 비에게 지난 2년은 숨가쁜 시간이었다. ‘월드투어’로 세계 각국을 누볐고 할리우드 영화 <스피드 레이서>에 출연하며 전 국민의 응원을 받기도 했다.

첫 주연작 <닌자 어새신>에 주연으로 발탁돼 세계인을 깜짝 놀라게도 했다. 그는 살인적인 체중 감량과 체력 훈련을 버텨내며 촬영을 마치고 자신의 출발점인 무대로 돌아왔다.

아시아 스페셜 앨범이자 5집으로 명명된 <레이니즘(Rainism)>은 한단계 격상된 그의 위상을 실감하게 한다. 한 방송사에서는 ‘월드스타’를 위해 다큐멘터리와 컴백 쇼 등 2주 연속으로 그를 위한 시간을 마련했다.

선 공개된 자전적인 사랑 노래 <러브 스토리(Love Story)>는 음원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더니 오프라인 앨범도 발매 일주일 전부터 선주문이 쇄도 하고 있다. 세인의 호들갑에 고개가 뻣뻣해질 만도 한데 비는 특유의 ‘90도 인사’로 인터뷰 장소에 들어섰다. 트레이드마크인 굵은 선글래스를 끼고 조심스럽게 “컴백쇼 어떠셨어요? 솔직히 말씀해주세요”라며 묻는 모습은 여느 신인의 자세와 다르지 않다.

“다시 신인이 된 것 같다”며 ‘히죽’ 웃어보이는 웃음에 어떤 이의 마음이 안 움직일 수 있을까. 그가 인터뷰 막바지에 남긴 얘기는 ‘월드스타’의 지병은 ‘지나친 겸손’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제가 어제 토크쇼에 출연해서 처음으로 했던 말이 뭔지 아세요? (고개를 숙이는 척을 하며)‘한번 도와주십시오’였어요. 이제 정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박스오피스도 빌보드도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아요. 정말 도와주실꺼죠?”

▲앨범 제목이 ‘레이니즘’이다. 자신의 이름을 붙인 건 ‘홀로서기’를 염두한 건가.

=그렇게들 많이 얘기해요. ‘니즘’은 ‘…로부터’라는 뜻이에요. 패션ㆍ음악ㆍ스타일ㆍ성격 같은 것들이 저로부터 시작돼 신드롬이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생각해주세요. 굳이 정의하자면 ‘나 스스로가 문화다’ 정도가 되겠죠. 또 다른 시작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자전적인 내용도 많다.

=‘발톱서부터 머리카락까지’ 제 모습을 앨범에 담기로 했죠. 제가 직접 작사 작곡도 8곡이나 했어요. 실제 얘기를 담은 것도 그 때문이죠. <러브 스토리> 제가 데뷔 전에 경험했던 사랑 이야기죠. <마이 웨이>는 제가 이 고생을 하면서 지금 이 일을 하는 이유를 한번 적어봤어요.

▲어떤 사랑이었나.

=데뷔 전 만났던 친구에요. 지금은 뭘 하고 어떻게 지내는 지 모르지만 어디서든 잘 지냈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하죠. 제 인생을 송두리째 바뀌게 했을 정도로 아픈 사랑이었어요. 치명적이라고 해야하나.(쓴 웃음) 10년이 지나도록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죠.

▲앨범 얘기를 더 해보자. ‘보는 노래’와 ‘듣는 노래’ 비율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맞아요. 정확하게 반반씩 나눠서 담았어요. <레이니즘>과 <러브 스토리>를 더블 타이틀을 정한 것도 그런 이유에요. 아마 퍼포먼스를 강조한 노래는 콘서트 무대를 통해 더욱 확실하게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완벽하게 제 색깔을 찾았다기 보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것을 바탕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구체적으로 얘기하자면.

=제 노래가 이전부터 비주얼을 강조하고 퍼포먼스 위주로 되다 보니 노래 외적으로 유행이 된 게 많죠. 2집 때는 선글래스가 그랬고 3집에는 심호흡 소리를 내면서 춤을 췄던 게 유행을 했어요. 4집에는 티셔츠를 들추고 춤추는 장면을 많이 떠올리시더라고요. 이번에도 안무와 노래를 동시에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어요.

▲대표적인 것인 ‘지팡이 춤’인가.

네. 뭔가 새로운 걸 찾다가 ‘지팡이’를 쓰면 새로운 춤이 나올 것 같아서 연습해봤는데 주변 반응이 좋았어요. 아마 제가 맨 살을 안보여주는 첫 무대가 아닐까 싶어요.(웃음) 보여주지 않는 섹시함, 젠틀한 느낌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컴백 쇼 등으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이전에도 스페셜 쇼 같은 걸 하긴 했죠. 이번처럼 2주 연속으로 하는 경우는 없었어요. 저보다는 주변에서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아요. 아마도 해외활동이 많아서 오랜만의 국내 활동이 잘돼야 할 텐데 하는 마음이겠죠. 사실 2년 동안 쉬지 않고 열심히 일을 했는데 서운하기도 해요. 국내에서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나와서 꼭 망가지고 노래를 알려야 활동을 열심히 한 것은 아니잖아요. 그래서 더 신인의 자세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2002년 데뷔해서 지금까지 평탄한 길을 걸었다고는 할 수 없다.

=(숨을 깊게 쉬면서) 맞아요. 돌아보면 사건사고도 많았어요. 그 때마다 ‘이건 아무 것도 아니다’라고 계속 암시를 걸어요. 제 자신에게 이런 일로 흔들리면 나중에 더 큰 일을 버틸 수 없다고 수없이 얘기하는 편이죠.

▲짧은 기간 단박에 스타가 됐다는 의견도 있다.

=남들보다 빠르긴 했죠. 햇수로 7년이 됐으니까요. 그동안 전 정말 ‘피를 토할 정도’로 노력했어요. 한 순간에 무너지지 않을 거라고 믿는 것도 그 때문이죠. 서서히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다 보면 그런 말도 없어지겠죠. ‘빨리 올라가면 빨리 내려온다’는 걸 전 누구보다 잘 알아요. 전 아직도 ‘꼭대기’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직도 내 머리 위로 큰 산이 있는 걸 알아요. 어제 제가 토크쇼에 출연해서 “딱 한마디만 할께요”라고 말하고 이렇게 얘기했어요.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이며) “한번만 도와주십시오”라고 했더니 다들 웃더라고요. 근데 그거 진심이에요.

▲지나친 겸손 아닌가.

=정말 진심이에요. 이제는 될 것 같아요. 조금만 응원해주시고 도와주시면 해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냉정하게 보면 해외에서 제가 잘되면 그게 저 혼자만의 이익이라고 할 수도 있죠. 하지만 크게 보면 우리나라를 알리는 거라고 생각해요. 박찬호 선수나 박지성 선수가 열심히 뛰면 보는 사람이 ‘어느 나라 선수냐’하고 관심을 가지듯 말이죠.

▲구체적으로 뭘 해내고 싶은가.

=일단은 ‘빌보드’나 ‘박스오피스’겠죠. 한국 사람이 주연을 한 영화가 박스 오피스 1위를 하는 거라고 생각해보세요. 어쩌면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안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매달렸어요. <닌자 어새신>을 하면서 많은 것들을 보고 배웠어요. 그러면서 잘하면 할 수도 있겠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됐어요. 미국이 멀게만 느껴졌는데 온 국민의 응원이 있다면 어쩐지 이뤄질 것만 같아요.

▲영화는 내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음반 진출도 계획 중인가.

=해외에는 제가 배우 이미지가 더 강해요. 음반 제의보다 시나리오가 더 많이 들어오는 것도 그 때문이죠. 이미 2편이 들어왔어요. 한편은 로맨틱 코미디고 한편은 액션 코믹물이에요. 로맨틱 코미디는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배우와 함께 연기를 할 것 같아요. 워너브러더스 측에서 제게 아직 ‘카리스마’ 있는 이미지가 있으니 그걸 유지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는지 시간을 두고 생각해 보자고 했죠. 음반은 내년 말 정도로 생각하고 있어요.

▲목표가 끝이 없어 보인다. 마지막 종착점은 어디로 보고 있는가.

=한국과 아시아 활동을 하다 보면 한계가 있어요. 전 그래요. 언젠가는 저보다 춤을 잘 추거나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등장하기 마련이라고요. 전 그래서 절 대체할 수 없는 이가 되자고 늘 다짐해요. 춤을 잘추는 사람이 나오면 전 연기까지 하죠. 노래와 연기를 동시에 하는 사람이 나오면 전 해외 진출을 했어요. 남들보다 한발을 꼭 앞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시아는 이제 쑥스럽지만 인지도가 쌓였어요. 더 넓은 지역으로 ‘문화의 중심’이라는 할리우드로 가게 된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이죠.

▲힘들지 않나.

=작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호텔방에서 혼자 펑펑 울었어요. 한국 활동하고 싶고 공연하고 싶어서 그리고 사람들이 보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그랬어요. 저라고 국내에서 안주하면서 활동하고 싶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전 도전을 즐기도록 타고난 것 같아요. 지금 잘 나간다고 정신을 놓아버리면 안돼요. 빨리 무언가 다른 걸로 성공해서 채우지 않으면 안되죠.

▲일밖에 모르는 것 같다. 개인적인 시간에는 뭘 하나.

=저는 자는 시간을 줄여서 노는 타입이에요. 하루에 3,4시간을 혼자 보내는데 이때는 될 수 있으면 머리를 쉬도록 해요. 쉴 때도 일 생각을 하면 ‘과부하’가 걸려서 아마 미쳐버릴 것같아요.(웃음) 커피를 마시거나 책이나 영화를 보면서 최대한 생각을 하지 않아요. 요즘은 마틴 스콜세지 영화를 자주 보고 있어요.

▲일이냐 사랑이냐를 고른다면 당연히 일일 것 같다.

=맞아요. 당연히 일이죠.(웃음)

▲한창 나이인데 연애나 결혼을 하고 싶지 않나.

=(매니저 보면서) 저 분들이 말리지 않을까요.(웃음) 이제는 조금 여유가 생겨서 아마 ‘이 사람’이다 싶으면 바로 결혼하려고요. 연애를 한다면 정말 열심히 하지않을까요. 찾아보고 있는데 ‘짝’을 만나기는 어려운 것 같아요.

▲10년 뒤 모습을 생각한다면.

=아버지죠. 가족이 우선이에요. 그 뒤에 멋진 가수 멋진 배우에요. 나이든 사람이 추는 멋진 춤이 있어요. 밴드와 함께 그런 무대를 꾸미고 싶어요. 생각만해도 흐뭇해요.



김성한 기자 wing@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