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부터 출판가에서는 예쁜 사진과 아기자기한 글을 모은 여행에세이가 붐을 이뤘다. 사진작가 이병률의 <끌림>이나 영화배우 배두나의 <런던이야기><도쿄 이야기> 등은 대표적인 성공케이스. 가볍고 산뜻한 편집에 감성적인 글로 가득 찬 이들 여행 에세이는 20~30대 독자들의 폭발적인 인기에 힘입어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다.

최근에는 오지 탐험, 카페 체험, 자전거 여행 등 이색 테마 여행 에세이까지 출간되고 있는데 우후죽순 쏟아지는 여행에세이 속에서 옥석을 가리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사진이 책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장르적 특성' 때문에 대형서점에서 여행에세이는 비닐 커버에 꽁꽁 묶여 제대로 구경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때 독자들의 반응은 두 가지다.

'리스크'를 감수하고 모험을 해보든지, 아니면 아예 독서를 포기하는 것이다. 어쨌든 내용은 구경도 못한 채 '느낌'으로 고른다는 점에서 여행에세이는 과일장수 말만 믿고 사는 여름철 수박과 비슷하다.

이때 결정의 8할은 입소문이 하게 돼있다. 살까말까 고민하던 차에 '괜찮더라'는 추임새 한마디는 구매에 결정적인 계기가 된다. 옥석을 가려 올 가을 출시된 따끈한 여행 에세이 3 종을 소개한다.

사진작가 김홍희가 쓴 <김홍희 몽골방랑>은 '아무 것도 없는 곳'에 관한 이야기다. 하루 반나절을 달려도 사람 한 명 만날 수 없는 몽골의 초원. 작가는 이곳에서 국수 한 그릇과 오토바이를 수리하는 사내와 울지 않는 아이를 찍으며 '철학적 사유'를 펼친다. 투박하고 순수한 사람들은 흡사 60~70년대 우리의 시골 모습과 닮아 있다.

<신화의 섬 시칠리아>는 미술전문가 박 제가 쓴 그림 여행기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팔레르모부터 에트나 화산까지 시칠리아섬을 여행하며 발견한 다양한 시칠리아의 매력을 이야기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원형극장, 해산물과 농산물이 풍부하게 진열돼 있는 부치리아 시장 등 시칠리아 명소와 함께 그곳에서 마주친 신화가 함께 등장한다.

<비엔나 칸타빌레>는 음악 평론가 유강호와 피아노를 전공한 여행작가 곽정란이 베토벤과 브람스의 음악을 모티프로 쓴 여행에세이다. 세기의 음악가를 따라 유럽 5개국, 39개 도시를 찾는 이 여행에는 그들의 열정과 좌절, 기쁨과 아픔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베토벤과 브람스의 작곡 배경이 된 도시를 소개하고, 이들의 주옥같은 대표곡 19곡을 선별해 책 속 부록 CD로 담았다.



이윤주 기자 miss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