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교류 프로그램 신설 참신… 개성있는 디자이너 부족은 아쉬움

내년 상반기에 유행할 패션을 미리 만나보는 2009 S/S 서울 패션위크가 10월 25일, 디자이너 지춘희 씨의 패션쇼를 끝으로 8일 간의 축제를 마감했다.

이번 행사는 특히, 서울 패션위크를 파리와 밀라노, 뉴욕, 런던, 도쿄에 이어 세계 6대 패션위크로 발돋움 시키겠다는 서울시의 야심찬 기획과 함께 진행돼 예년보다 더 많은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 세계인의 패션자치로 거듭나기 위한 변신 시도

세계의 패션축제로 도약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서울 패션위크는 몇 가지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해외 교류프로그램 신설이다.

서울 패션위크 기간 동안 영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출신 듀오 디자이너 스티브 제이(Steve J) & 요니 피(Yoni P)를 포함해 세계 무대에서 위상을 떨치고 있는 아시아 출신 디자이너들이 패션쇼를 가졌다. 영국 런던으로 유학간 동갑내기 디자이너 스티브 제이 & 요니 피는 실험적이면서 독특한 디자인으로 패션계의 천재라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해외진출을 꿈꾸는 예비 디자이너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세계 패션계에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연사들도 한국을 찾았다. 패션 저널리스트인 다이앤 퍼넷과 한국 디자이너 지해의 파리 오뜨꾸뛰르 데뷔에 큰 역할을 담당해 화제가 됐던 프랑스의 명품 아트디렉터 펠릭스 부코브자, 패션 산업 전문가인 니콜 폴이 연사로 초청됐다.

이들은 포럼을 통해 세계 속에서 한국 패션의 위상을 진단하고 치열한 세계 패션시장에서 한국이 패션 강국으로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방법들을 논의했다.

풍부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패션축제의 장이 되는 것도 세계적인 패션위크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다.

신진디자이너들은 서울 패션위크 메인 장소인 SETEC을 벗어나 패션복합문화공간 데일리프로젝트와 드빌화수목에서 패션쇼와 전시회, 파티, 공연을 접목시킨 이색적인 이벤트를 마련했다. 신진디자이너들의 패션쇼에 참가한 관중들은 대체로 신선하다는 반응이었다.

한편, 서울시는 해외 유명 패션 도시의 패션위크를 벤치마킹해 서울 패션디자이너와 쇼룸,

쇼핑 및 관광 종합정보를 담은 책자를 발간, 배포했다. 또, 행사가 실질적인 비즈니스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행사 기간 내내 통역과 해외 바이어 상담을 지원했다.

아직 파리 등 세계 4대 패션위크와 비교할 수준은 못되지만 한국 디자이너들의 제품에 관심을 기울이는 외국 바이어들이 전보다 많이 늘었다. 지난 춘계 패션위크에서는 260만 불의 거래가 외국 바이어들과 성사됐다. 이번에도 많은 외국인 바이어들이 행사장을 찾아 상품을 물색했다.

이번 행사에서 부스의 디자인과 공간구성은 전문 아트 디렉터가 맡았다. 상품 전시의 전문성을 강화해 비즈니스 경쟁력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4- 서울패션위크 행사장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5- 2009 S/S 서울패션위크에서‘솔리드옴므’의 디자이너 우영미 등 국내정상급 디자이너 41명이 내년 상반기에 유행할 패션을 선보였다
6- 서울패션위크 하상백
7- 서울패션위크 하상백
4- 서울패션위크 행사장에 참석한 오세훈 서울시장
5- 2009 S/S 서울패션위크에서'솔리드옴므'의 디자이너 우영미 등 국내정상급 디자이너 41명이 내년 상반기에 유행할 패션을 선보였다
6- 서울패션위크 하상백
7- 서울패션위크 하상백

■ 걸음마 수준의 첫발, 트렌드 제시할 개성 있는 디자이너 부족, 엉성한 행사 진행

하지만 세계적인 패션위크로 도약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에 대해 참가자들은 대체로 아직은 ‘걸음마’ 수준이라는 인색한 평가다.

무엇보다 세계의 언론과 바이어들의 관심을 끌만한 개성 있는 디자이너가 부족했다.

세계적인 패션위크에는 세계 각국에서 기자들이 몰려들어 취재경쟁을 벌인다. 그리고 행사기간 동안 연일 기사거리가 쏟아진다. 이처럼 세계 언론이 유수의 패션위크에 폭발적으로 주목하는 이유는 뭘까. 다음 시즌, 세계의 패션산업을 선도할 트렌드가 한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행사에서 남성복은 전반적으로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스타일이, 여성복은 강렬하고 화려한 컬러와 큰 플라워 패턴이 특징이었다.

그러나 ‘퓨처리즘’, ‘에스닉 프린트’, ‘하이테크’ 등 수많은 키워드를 남긴 2009 S/S 파리 패션위크 등에 비하면 다양한 트렌드 제시가 부족한 편이었다.

다양한 트렌드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핵심이다.

물론 우영미, 하상백 등 일부 디자이너들이 개성 넘치는 작품을 선보여 국내외 관객들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좀더 많은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인 작품을 선보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색적인 패션쇼를 선보이겠다며 독자적인 공간에서 행사를 진행한 의도는 좋았으나 일부 디자이너는 홍보 부족과 엉성한 기획 등으로 빈축을 사야 했다. 한 디자이너는 행사 직전 장소를 변경하고 이를 참가자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는 중대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