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원내대표 이명박·박근혜 등과 관계 강조하며 자기 위상 높여당·정·청 소통 강화로 당내 갈등 청산할 터친이·친박은 파벌주의… 조속한 시일 내 복당 추진할 것한미 FTA 비준·노동시장 안정이 18대국회 최우선 과제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에 4선의 홍준표(54) 의원(서울 동대문을)이 선출됐다. 홍준표 신임 원내대표는 22일 한나라당 당선인 총회에서 러닝메이트인 임태희 정책위의장과 함께 무투표 추대로 집권여당의 원내 사령탑에 올랐다.

10년 만에 되찾은 여당의 원내 ‘투톱’은 앞으로 1년 간 원내 153석의 거대 여당을 이끌며 이명박정부의 국정을 국회에서 뒷받침하는 임무를 맡게 됐다.

당 안팎에서는 추진력과 과단성을 갖고 있는 홍 원내대표와 기획력과 안정성을 겸비한 임 정책위의장의 조합이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특히 홍 원내대표는 이명박 대통령과 가깝지만 박근혜 전 대표와도 대화를 잘 나누는 사이여서 소통 면에서 당이 많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홍 원내대표는 취임 연설에서 “당ㆍ정ㆍ청 소통을 강화하고 당내 갈등 해결과 대야 관계 개선 등 당면과제에 적극 나서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럼에도 홍 원내대표가 풀어가야 할 난제는 적지 않다. “즐거운 정치를 하겠다”고 했지만 야당과의 원구성 협상에서부터 친박 복당, 한미FTA 비준동의안 처리, 쇠고기 협상, 민심이반 회복 등 녹록치 않은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홍 원내대표는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지난 2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실에서 홍 원내대표를 만나 그에 대한 해법과 신임 원내대표로서의 비전을 들어봤다. 홍 원내대표는 다음날 정식으로 선출되었지만 사실상 원내대표로 내정된 상황이어서 언론과는 첫 공식 인터뷰라고 했다.

‘모래시계’ 검사로 잘 알려진 홍준표 신임 원내대표는 13년 동안 수사검사로 활동하면서 1993년 슬롯머신 사건수사로 이름을 날렸으며 96년 당시 김영삼 전 대통령에 의해 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99년 15대 국회의원 시절 미국에 건너갔다가 먼저 와 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집에 머물며 우의를 다졌다.

김대중 정부시절에는 국회에서 정권의 비리를 잇따라 폭로해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으나 17대 국회 들어서는 ‘반값 아파트’등 서민경제 회생과 지식산업, 환경ㆍ노동, 경제분야에 관심을 갖는 등 정책전문가로 변신했다.

홍 원내대표는 2005년 당 혁신위원장을 맡아 당헌ㆍ당규를 개정해 ‘당권ㆍ대권 분리’를 골자로 한 혁신안을 만들었고 2007년 대선 때는 당 클린정치위원장을 맡아 BBK 등 범여권의 파상적인 네거티브 공세를 막아 대선 승리의 1등 공신이 됐다.

- 10년 만에 되찾은 여당의 원내대표로 사실상 확정됐다. 어떠한 여야관계, 국회상을 만들어 갈 것인가

“우리가 10년 야당을 하는 동안 당시 집권세력은 야당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때문에 지난 10년 동안 국회는 대립과 투쟁의 장이 돼왔다. 이제 10년 야당 끝에 집권 여당이 됐기 때문에 국회가 대립과 투쟁이 아닌 화해와 협력의 장이 되도록 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당의 대야당관이 바뀌어야 한다. 야당을 국정의 동반자로 인정하고 서로 협력과 화해를 구하는데 힘쓸 것이다. 집권당의 원내대표로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하겠다”

- 국회 운영과 관련 미국식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고 했는데

“미국은 정부가 예산안 및 법률안 제출권이 없기 때문에 의회와의 협조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미국 행정부의 가장 중요한 일과는 아침에 의원들과의 조찬을 하는 것이다. 다시말해 국회와 정부가 원할한 소통구조로 운영된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과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데다 자주 대립하는 양태를 보여왔다. 미국식 모델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은 정부와 원할한 소통을 하겠다는 것으로 앞으로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야당과 미리 대화를 하고 타협하고, 그 타협의 산물을 국회 상임위, 본화의에 상정되도록 하겟다”

- 원내대표에 출마하면서 정치선진화, 정치복원을 주장했는데 어떤 의미인가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장 큰 원인은 당내 갈등의 증폭과 대야 관계의 소통부재라고 생각한다. 그로 인해 정치가 불안정해지니 국민이 불안해하고 (정치를)외면하는 것이다. 정치를 복원해 국민을 안정시키는 것이 정치선진화인데 먼저 당내 갈등을 해소하고 대야관계를 협력적 야당관계로 구축하는데 노력할 생각이다“

- 당내 갈등과 관련 친박 인사의 복당이 최대 현안이 되고 있는데 해법은 있는가

$복당의 원칙은 이미 최고위에서 정했다. 절차와 시기, 대상이 관건인데 조속한 시일내에 복당절차가 진행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시기와 관련해 친박 무소속 인사의 복당은 원래 한나라당 당원의 복귀이기 때문에 과거 15대 신한국당 시절 146석을 확보하고 무소속 당선자 6명을 영입해 인위적 정계개편 논란을 가져왔던 것과는 성격이 다르다“

- 친박 인사가 복당하면 친이-친박 갈등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우리가 집권했으면 친이-친박이라는 개념은 없어지는 게 옳다. 소위 친이측에서 ‘우리끼리’라는 사고방식을 갖거나 친박측에서 아직까지 경선국면으로 착각하는 일부 인사들의 태도가 문제다. 집권한 이상 이제는 한마음이 되서 이명밗 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함께 노력해야할 때지 양 진영 모두 계파의식에 젖어서 정치를 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 당내 갈등 이면에 이명박-박근혜 대결 프레임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이명박-박근혜 프레임 구조는 지난 대선, 경선을 거쳐 정권을 창출하면서 깨졌다. 그런데 아직도 그러한 프레임 구조를 유지하려고 힘쓰는 것, 또한 경선 국면 때의 반목이 지속되는 것은 큰 정치가 아니다. 계파정치이고 파벌주의 정치에 불과하다. 그 구도는 깨져야 하고 앞으로 깰 수 있다고 본다“

- 18대 국회에서 최우선 과제는

“한·미 FTA 체결과 노동시장의 안정이다. FTA는 17대 국회에서 마무리되면 좋겠지만 18대로 넘어오면 야당을 설득해 조속히 풀겠다. 노동시장의 안정과 관련해서는 노사덩 대타협이 중요하다. 아일랜드는 20년 전 1인당 국민소득이 9,000달러에 불과했는데 노사정 개혁 후 4만6,000달러의 선진국으로 진입했다. 아일랜드식 노사정 대타협을 만들어 보겠다”

- 노동시장 안정과 관련해 비정규직 문제도 중요한데

$비정규직 문제가 7월부터 시행돼 중소기업에도 확대되면 지난번 이랜드 사태와 같은 문제 기업들이 속출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업에만 책임을 지울게 아니라 정부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인 의지가 있어야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부담이 되는 중소기업들에 대해선 4대보험이나 법인제 감면이라든지 기업을 도와주어 노동시장을 안정시켜야 한다“

- 이명박 정부의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했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우선 당내 갈등이다. 당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며 정치가 안정되지 않으니 전통적 지지층이 이탈했다. 다음은 행정 각부 장관들의 정무 능력 부족이다. 행정부처 장관들은 정책을 발표하더라도 국민에게 미치는 영향, 역기능, 국민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를 사전에 검토해야 하는데 정무능력이 부족한 각료들이 있다. 당내 갈등을 풀고 당ㆍ정ㆍ청이 서로 협력하고 정책의 일관성을 갖게 되면 국민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본다“

- 일각에서 정무능력이 부족하거나 문제가 있는 청와대 인사와 각료를 교체해야 한다는 인적 쇄신론이 제기되고 있는데

$출범한지 3개월밖에 안된 내각 및 청와대 수석이 본격적으로 일할 기회도 갖지 못했는데 벌써 인적쇄신론을 얘기하는 것은 성급한 감이 있다. 적어도 6개월 이상 연말까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당이 정비가 되면 정무기능을 보완해 줄 수 있다. 또 한국사회는 장관 한사람의 역량에 의해서 그 부처 전체가 좌우되는 시스템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훌륭한 테크노크라트 관료집단이 있어 이들의 의견만 제대로 수렴해도 장관의 능력이 배가 될 수 있다. 지금 인적쇄신을 논하는 것은 이르다“

- 당 대표는 누가 적임자라고 보는가

$당 대표에 대한 견해는 이명박 정부를 성공시키기 위한 전제로 파악해야 한다. 소위 차기 주자할 분이 당 대표가 되면 이명박 정부 초기부터 레임덕 현상이 올 수 있다. 지금의 당 대표는 화합형ㆍ관리형 대표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 그러한 당 대표로 박희태 의원이 유력하게 거론되는데 박 의원이 당 대표가 될 경우 당의 요직을 친이계가 독식하게 돼 당 화합에 방해가 된다는 지적이 있는데

$앞서 말했지만 이제는 친이-친박 차원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번에 원내대표단, 당직 구성은 대탕평 인사를 할 생각이다. 전문성, 지역성, 탕평의 원칙에 따라 친이든 친박이든 능력위주로 인선을 할 생각이다“

- 지난 5월 초 안가에서 당내 중진 의원과 함께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대화 내용은

$한나라당에 참으로 잘못된 현상들이 벌어지고 있다. 소위 ‘차명정치’다. 대통령과의 만남을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강화하는 쪽으로 삼으려 하고, 또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강조하면서 자기 위상을 높이려 하는 것, 그리고 이상득 (국회)부의장을 내세워 자기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3가지 차명정치가 한나라당의 큰 문제다.

대통령과 안가에서 만났는지 안만났는지, 내용이 무엇인지, 그것은 밖에서 밝혀서도 안되고 밝힐 필요도 없다. 공식적인 만남 이외에는 사석에서 기사화를 전제하지 않고 정국의 흐름을 얘기해도 좋지만 대통령과 독대했다 하면서 이를 뉴스원으로 제공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나는 한나라당에서 횡횡하고 있는 차명정치, 대통령을 아용하고 실세인 박근혜 전 대표, 이상득 부의장을 앞세우는 것은 비겁한 정치다. 홍준표는 내 이름으로 정치를 해왔지 차명정치는 안한다. 대통령과 만낫느냐는 질문에 이 대답으로 대신 하겟다“

- 일부에서 저격수 이미지가 강해 대야관계가 경직될 수 있다는 시각이 있는데

$(웃으며)그것은 15, 16대 국회때는 집권세력이 한나라당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의 생존을 위해 전투부대원으로, 특무상사로 나선 것이다. 17대 국회에 들어와서는 소위 저격수 활동을 한 적이 없다. 예를 들어 환경노동위원장으로 취임한지 2년 동안 단 한건의 안건도 표결로 처리한 적이 없다. 예민한 법안과 정책에 대해서도 전부 불러 서로 양보를 촉구하고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풀었다. 집권당의 원내대표로 대화와 타협에 더욱 주력할 생각이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