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파수꾼 33년째 맞아…광우병 파동, 대운하 사업은 자연 순리에 역행… "국민들 환경 의식 계속 진보 중"

“환경을 잃으면 지금까지 인류가 이룩한 모든 것들을 잃게 됩니다. 지구를 보세요. 하루가 다르게 황폐해져 가고 있습니다. 푸르르던 숲은 어느새 메마른 사막으로 변했고, 빙하는 녹아 전세계의 해수면을 높이고 있습니다. 지각변동때문이 아닙니다. 극심한 환경오염이 지구를 변화시키고 있는 겁니다.”

환경재단의 최열(59)대표는 지구본을 가리키며 몰라보게 악화돼 가는 지구환경에 대한 우려감을 나타냈다.

환경재단은 2002년 첫 활동을 시작한 이래 6년이 흐른 지금까지 환경전시회ㆍ영화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구환경’을 지키기 위한 국내 대표 ‘환경 파수꾼’ 역할을 담당해 왔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언제나 최열 대표가 있었다.

“최열의 ‘열’이 한자로 ‘맑을 렬(洌)’이에요. 맑은 세상에서 살아야 한다는 뜻으로 할아버지가 지어주셨는데 세상이 맑지 않잖아요. 그래서 저는 살기위해 환경운동을 했습니다. 이름에서부터 벌써 환경운동가로서의 운명이자 숙명 같은 최열의 삶이 시작된 거죠.”

환경을 위한 활동에만 전념한 지 올해로 33년째가 다 돼가는 최 대표는 한국공해문제연구소(1982년), 환경운동연합,(1993년), 생명의 숲(1998년), 환경재단(2002년)에 이르기까지 국내 환경운동의 살아있는 역사로서 여전히 활발한 행보를 거듭하고 있다.

2008 세계 환경의 날(6월5일)을 맞아 전지구적으로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다시금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는 그는 계속해서 ‘광우병 파동’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예로 들며, 정부의 ‘환경정책’은 물론 국민들의 ‘환경의식’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리나라는 강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높이를 맞추기 위해 산을 깎고, 물을 끌어들여 운하를 만들면 갑자기 많은 비가 내리는 여름철 강물역류현상은 불 보듯 뻔한 결과입니다. 대운하가 수질정화의 순기능을 가져온다는 주장 역시 환경을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오히려 공사기간 동안 생긴 흙탕물이 강물 전체를 오염시켜 극단적일 경우 식수파동까지 초래할 위험이 있습니다.”

최 대표는 ‘대운하 사업’을 비롯해 정부의 총체적인 ‘환경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끊임없이 노력을 한다고 해도 살리기 힘든 환경을 오히려 현 정부가 개발과 발전의 논리를 앞세워 죽이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운하 사업은 토론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앉아서 토론하는 동안에 이미 환경파괴는 겉잡을 수 없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을 겁니다. 환경을 살리기도 어려운 마당에 되려 파괴하는 대운하 사업이 결국 죽음으로 가는 파멸의 길인 셈이죠.”

한편 최 대표는 이명박 서울시장 재직시절 당시 ‘청계천 복원사업’의 부위원장으로 참여한 바도 있다.

이와 관련해 당시와는 상황이 정반대라고 말하는 그는 “청계천 복원 사업은 말 그대로 ‘복원’하는 일이었고, 도시개발로 파괴됐던 하천을 다시 회복시키는 일이었기 때문에 적극 참여를 했던 것이다”면서 “대운하 사업은 보존해야 할 환경을 파괴하면서 인위적인 시설을 만드는 일이기에 반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단호하게 일축했다.

뒤이어 그는 광우병 소고기와 관련해서도 마찬가지로 ‘자연의 순환질서를 파괴’했기 때문에 빚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초식 동물인 소에게 소를 폐기한 분말을 섞어 여물로 먹였기 때문에 광우병이 발생했다는 최 대표는 자연의 순리를 깨는 순간 불특정다수가 피해를 보게 돼 있는 것 역시 변하지 않는 진리라고 말했다.

근본적으로는 인간이 자연의 법칙을 거슬렀고, 그로 인해 광우병이 발생했지만 국내에서 벌어진 ‘광우병 파동’은 오히려 정부가 나서서 정책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는 꼴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지금 우리 국민이 처한 상황은 식탁에 만찬이 차려져 있는데 반찬들 사이에 수류탄 몇 개가 놓여져 있는 것과도 다를 바 없습니다. 안전핀을 뽑지 않으면 절대 터지지 않는 수류탄이 곧 광우병 걸린 소고기인 셈이죠. 그냥 소고기를 피하면 광우병에도 걸리지 않는데 겁부터 먹을 필요가 없다는 정부의 무책임한 입장이 국민들의 원성을 살 수밖에 없는 겁니다.”

최 대표는 이처럼 정부의 환경대책이 어수선함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환경의식은 계속해서 진보하고 있다고 말을 이었다.

“과거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의 환경의식이 굉장히 좋아졌습니다. 전 세계를 가도 우리처럼 분리수거를 철저하게 지키는 곳이 드물 정도니까요. 초등 학생들도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뚜렷하고 또 잘 알고 있습니다. 환경의식을 몸소 ‘실천’하는데 있어서 부족한 부분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정부의 환경시스템 정비가 선행돼야 합니다.”

보다 선진적인 환경의식을 함양하기 위해서는 정부는 물론 기업과 국민 모두가 꾸준히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설명하는 최 대표는 절제된 생활만이 환경을 살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사는 지구는 적절하게 욕망을 제어하면서 문화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굉장히 풍성한 곳입니다. 그러나 흥청망청 원하는 것을 모두 다 하기에는 지구는 너무나도 빈약한 행성입니다. 결국 지금 그리고 앞으로도 아름다운 지구를 지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문화적인 삶 속에서의 절제된 생활입니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