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시대 최첨단 영상 저장 기술의 개가전자 편성표·타임머신 기능 등 신기술 장착… VCR·DVD 레코딩 물렀거라

‘요즘 사람들은 TV를 보면서 프로그램 녹화를 어떻게 하지? 또 PC로 TV를 볼 때는?’ PC에 저장된 파일을 TV로 볼 수는 없나?’

그러고 보니 요즘 VCR로 TV 녹화를 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동네에 한 두개 씩은 보이던 비디오 가게들 또한 찾아 보기 힘들 정도다. 대신 사람들은 집에서 PVR(Personal video Recorder)을 사용하고 있다.

디비코㈜는 국내 최고 최대 규모의 PVR 회사로 꼽힌다. 하지만 사실상은 국내 유일의 디지털 PVR 전문 메이커다. 디지털 PVR이란 분야에서 독보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벤처 컴퍼니이기 때문이다.

“이제 다시 비디오(VCR)로 돌아갈 순 없잖아요.” 디비코㈜의 이지웅 대표는 지금의 비디오 레코딩 시장을 이렇게 단 한 마디로 요약한다.

PVR이란 쉽게 말해 개인용 영상 저장 장치를 가리킨다. 비디오가 자기 테이프에 기록을 남긴다면 PVR은 컴퓨터처럼 하드 디스크에 영상을 보관한다. 예전 TV 프로그램을 비디오에 녹화하듯 요즘은 PVR에 파일로 저장하는 것.

아직 PVR이 익숙치 않은 어르신들이 많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특히 PVR을 많이 사용한다. PVR이 가진 편리한 장점 때문이다. 비디오는 테이프를 순차적으로 틀어야 하지만 PVR은 필요한 내용을 ‘점프’해서 쉽게 색인이 가능하다. 또 하드 용량에 따라 장시간 녹화하는 것도 무척 간단하다.

그럼 다른 나라 TV시청자들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DVD레코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캠코더로 촬영한 영상이나 TV 프로그램을 DVD레코더로 녹화해 저장하고, 또 틀어보는 데 사용하고 있는 것.

“우리나라의 경우는 좀 예외입니다. DVD레코더가 전혀 빛을 보지 못하고 그 세대를 지나치고 있으니까요.” 영상을 녹화해 저장하고 재생하는 기능을 한국에서는 PVR이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워낙 인터넷이 급속하게 보급되고 발달하다 보니 자연스레 PVR 시장이 먼저 형성된 것입니다. 웬만한 프로그램은 인터넷에서 파일도 떠도는데 굳이 녹화할 이유가 없지요.” 이지웅 대표는 “인터넷을 통해 원하는 영상을 거의 다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에 당연히 DVD레코더 시장을 건너 뛰게 됐다”고 진단한다. PC로 TV를 보고, 또 인터넷에서 영상 파일을 주고받고 기록하는 환경이 형성되면서 일찌감치 PVR이 주목 받게 된 것.

“DVD레코더 보다 당연히 PVR이 더 편리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PVR을 찾는 것이죠.” 이 대표는 PVR이 DVD레코더를 대체하는 이유를 간단하게 열거한다. 공DVD를 사서 갈아 끼울 필요가 없고 영상 파일의 용량이 자꾸만 커져도 걱정이 없어서다. 또 파일 용량이 큰 원래의 고화질 화면을 그대로 보는데도 PVR이 절대적 역할을 한다. 인터넷을 통해 다운로드 받는 것이 용이한 것은 물론이다.

PVR은 또 VCR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의 특징들도 갖고 있다. Epg(electronic program guide)라는 전자편성표 기능을 갖고 있어 녹화할 프로그램을 정해 놓으면 버튼 하나로 간단히 예약 녹화가 해결된다. Epg는 화면 상에 보기 쉽게 디스플레이 돼 전혀 어려움도 없다.

또 하나는 타임 머신 기능. TV를 보다 갑자기 화장실을 가야 하거나 전화가 올 때 보던 프로그램을 잠깐 중지시켜 놓았다가 조금 후 다시 틀어 볼 수도 있다.

디비코가 ‘잘 나가는’ 것이 ‘독점’이기 때문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속을 모르는 얘기. 실제로는 여러 업체들이 PVR 시장 문을 두드렸다. “그만큼 기술을 개발해내는 방향과 응용이 첨단적이고 진보적입니다.” 이 대표는 “시장이 작긴 하지만 결코 간단하지 않다”고 말한다.

PVR은 대기업인 LG전자가 독립된 기기로 승부를 걸려다 초기 단계에서 접은 아이템으로도 알려져 있다. 시장 규모가 작았던 데다 뒤늦게 경제성이 없다고 판단해 물러선 것. 대신 LG전자는 TV에 같은 기능을 내장한 ‘타임머신’을 내놓아 관련 기술을 활용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타임머신 기능은 PVR이 가질 수 있는 여러 기능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특히 TV타임머신은 녹화한 영상 데이터를 반드시 지워줘야만 하는데 디비코의 PVR에서는 여러 대안이 가능하다. 굳이 지우지 않더라도 PC로 옮기거나 쓰던 하드를 바꿔 낄 수 있는 것. 쉽게 착탈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데다 파일이 윈도 파일 시스템이라 PC로 호환이 쉽기 때문이다. PVR이 멀티미디어 기기로서 경쟁력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지난 해 200억원의 매출을 올린 디비코㈜는 올 해 두 배 가까운 성장치인 36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중 75% 가량의 매출은 해외 수출로 올리고 있다. 2005년 110억원, 2006년 150억원인 매출액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는 것 만을 봐도 PVR 시장의 성장 여력을 보여주기에 충분하다.

“디지털TV가 확산되고 HD(고화질) TV 또한 보급이 늘어나는 추세는 결국 PVR 시장의 기반을 넓혀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대표는 “디비코㈜는 이런 IT환경 변화에 맞춰 신제품 개발에도 역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한다.

최근 출시한 티빅스 PVR M시리즈가 대표적. 이들 제품은 기존 동영상 MP3 등의 음악파일, 사진 등을 재생하는 티빅스 기능에 HDTV 튜너 기능이 추가된 제품이다. “단순한 PC 주변기기가 아닌 가정용 TV의 파트너가 되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최신의 멀티미디어 환경을 구축하기 위한 용도의 이들 제품은 디비코㈜가 멀티미디어 가전 제품 시장에 야심차게 도전장을 낸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단순히 PC로 TV를 보는 TV수신카드나 PC나 TV로도 HDTV를 시청할 수 있는 ‘퓨전 HDTV’ 카드, PC로 보는 동영상을 TV의 대화면으로도 볼 수 있는 티빅스 기능 이상은 기본. 가정에서 TV 옆에 반드시 있어야만 할 가전기기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는 것.

지난 해 이혁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 자리에 오른 이지웅 대표는 연구원 출신 CEO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아직도 연구 개발에 제가 직접 참여하고 있는데 하고 싶은 일이 많습니다. 중국 공장을 제외하고 경기 분당에 있는 본사의 국내 직원은 50명. 이 중 절반이 R&D인력이다. “영상을 좋아하는 이들이 모여 있어 성장성이 있다고 봐야죠.”

“VCR과 동일하게 PVR을 바라봐선 안됩니다. 이제 소비자들이 원하는 것은 단순한 녹화 재생 전용기기(VCR)만으로 만족하지 못하니까요.” 때문에 이 대표는 디비코㈜도 PVR회사라기 보다는 디지털 영상처리 및 멀티미디어 동영상 플레이어 전문 기업이라고 ‘길게’ 부른다.

“앞으로도 보여 줘야 할 기술과 제품이 많습니다.” 7월께 획기적인 신제품을 내놓을 계획이라는 이 대표는 “영상 기술 분야의 최첨단에 있는 만큼 새로운 기술과 사업 기회가 많이 보인다”고 일에 대한 강한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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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당=박원식 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