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년 전통 프랑스 세계적 요리학교 오너 꾸앵트로 부자 방한

세계 최고 권위의 요리학교로 꼽히는 르 꼬르동 블루. 프랑스 요리를 주로 가르치는 110년 전통의 이 학교 오너 부자(父子)가 최근 모처럼 한국을 같이 찾았다. 르 꼬르동 블루 인터내셔널의 앙드레 꾸앵트로 회장과 찰스 꾸앵트로 르 꼬르동블루-숙명 아카데미 총지배인.

프랑스의 부호이자 명문가 출신으로 요리 학교 경영에도 함께 나서고 있는 이들 부자가 자리를 함께 하면 과연 어떤 모습일까?

“아직까지도 제가 아버지라기 보다는 여전히 보스(Boss)이겠지요.” 아버지는 이 한 마디로 두 사람간의 관계를 짤막하게 정의지었다. 아들 또한 자신의 직속 상관에게 ‘어려워 하는’ 여느 부하처럼 조심스럽고도 신중한 자세로 아버지를 배려하는 것을 결코 잊지 않았다.

“당장은 르 꼬르동 블루 이름을 내건 레스토랑 준비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르면 서울에서 올 하반기 오픈 예정입니다.”

꾸앵트로 회장은 “르 꼬르동 블루가 레스토랑과 푸드 컨설팅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 왔는다”며 “가시적인 첫 열매는 레스토랑 사업이 될 것”이라고 공개했다. 또 “프랑스 현지의 셰프(조리장)가 이미 서울에 와서 메뉴와 주방 등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고 털어놨다.

“프랑스 정통적이면서도 어딘가 퓨전적인 요소도 가미된, 또 고전적이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이 어우러진 프렌치 레스토랑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꾸앵트로 회장은 “최근 많은 이름난 셰프들이 자신의 ‘작가주의’적인 창조적 메뉴 개발에 골몰하고 있지만 르 꼬르동 블루 레스토랑은 전형적인 프랑스식 음식에 충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르 꼬르동 블루가 한국에 상륙한 것은 6년 전. 꾸앵트로 회장은 초반에는 1년 동안 최고 3번 씩도 방한했지만 최근에는 연간 1회 정도만 찾고 있다. 서울과 일본 학교 지사장을 겸하고 있는 아들 찰스 총지배인 역시 양국을 오가며 업무를 보느라 바쁜 일정에 늘상 쪼들리는 상황. 때문에 이번에는 부자가 수년 만에 서울에서 상봉(?)하게 된 셈이다.

서울에서 5일 동안 머무른 꾸앵트로 회장 부자의 일정은 분주했다. 백화점 내 육가공품 점포 운영 등 라이센싱 사업 강화와 레스토랑 컨설팅 사업, 그리고 한국 음식과 관련한 프로젝트 진행 등이 이번 과제들. “단순히 요리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끊임없이 사업 다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실제 르 꼬르동 블루가 국내에서 벌이고 있는 사업들도 제법 다양하다. 2002년 요리학교 ‘르 꼬르동 블루’를 개원한 데 이어 2006년 서비스 산업에 특화해 초점을 맞춘 르 꼬르동 블루 호스피탈리티 MBA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지난 해에는 국내 최초의 글로벌 학사과정인 르 꼬르동 블루 외식 경영학 과정을 신설했다. 사업 영역이 요리를 비롯, 학사 및 석사 학위 과정 등 다양한 방면에 걸쳐져 있는 것.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 교육이지요. 요리 전문 교육기관으로서 능력있는 학생을 널리 배출하는 것을 항상 현안으로 삼고 있습니다.” “올해 현안 역시 요리 학교가 가장 중요하다”는 꾸앵트로 회장은 “한국내 요리 교육 분야에서 지금까지 이룩한 성과를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지난 6년간의 실적에 매우 만족합니다. 양적, 질적인 면에서 모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르 꼬르동 블루는 국내에서 약 2,000여명의 수강생을 요리,제과,제빵 부문에서 그간 배출했다. 꾸앵트로 회장은 “능력있고 수준높은 졸업생들을 배출해 오면서 최고의 이미지와 실력을 고루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꾸앵트로 회장은 레스토랑과 함께 국내에서 와인 교육 사업을 강화할 방침이다. 연말께 와인을 주제로 한 전문 강좌를 개설한다는 것이 당면 목표. “기존의 와인 교실이 너무 이론 편향적이라면 르 꼬르동 블루에서는 와인 맛의 음미와 음식과의 궁합에 포인트를 줄 계획입니다.” 이미 한글로 자체 와인 교재도 발간해 놓고 있다는 그는 “한국에서 와인이 사랑받고 있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와인 교육 필요성을 지적했다.

“르 꼬르동 블루는 그 명성 만큼 실제 활동과 내용면에서도 상당한 결실을 거두고 있습니다.” 꾸앵트로 회장은 최근까지의 학교 발전상을 상세히 소개했다. 현재 15개 국가에서 35개의 학교를 운영중인데 곧 4개가 추가 설립될 예정이라는 것. 태국에는 서양 요리를 가르치는 유일한 기관으로 진출하게 되고 일본 학교는 원래 한 개 층으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4개 층으로 규모가 커졌다.

“르 꼬르동 블루의 지명도도 높아만 가고 있습니다.” 호주에서는 호스피탈리티 과정을 이수하면 영주권 취득에 가산점을 부여할 정도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고 3개 학교가 있는 페루에서는 가난한 집안 학생들을 위한 학교인 꼬르동 테크도 같이 운영하면서 현지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 사례들.

특히 꾸앵트로 회장은 프랑스 음식 문화를 해외에 널리 알리는 것 못지 않게 현지 음식을 해외에 전파하는데도 적극 앞장서고 있기로 유명하다. 르 꼬르동 블루가 진출한 나라의 음식 문화를 르 꼬르동 블루를 통해 서로 교류시키겠다는 취지에서다.

페루에서 곡물의 일종인 키누아를 알리는 책을 출판한데 이어 한국 김치에 대한 홍보를 프랑스내에서 책과 이벤트를 통해 널리 알리고 있는 것이 구체적인 실천들. “전세계에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음식과 식재료들을 세계화시킨다는 것이 기본 철학입니다.”

그는 한국 농림부 김치 홍보 대사로 위촉돼 유통공사와 2004년 김치의 세계화를 위한 요리책 ‘한국 김치와 르 꼬르동 블루’를 발간했다. 또 2006년 5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세계 미식 책 박람회(Gourmand World Media Awards) ‘심사 위원 특별상’도 수상했다.

세계적인 주류회사 꾸앵트로 리퀴르(Cointreau Liqueur)와 레미 마르땡 꼬냑(Remi Martin Cognac)가문의 자손인 꾸앵트로 회장은 세계적인 프랑스 요리 예술(French Culinary Arts)의 선도적인 대사로 지목받고 있다. 1984년 르 꼬르동 블루를 인수, 글로벌 요리 학교로 확장하고 고전적인 파리식 요리 학교에 학술 교류 파트너십 등을 도입, 새롭고 동적인 스타일로 변화시킨 것이 그의 공적. 그의 리더십에 힘입어 르 꼬르동 블루는 다양한 상품 라인을 발매하고 전세계적으로 르 꼬르동 블루 레스토랑, Cafe, 제과점과 바(Bar) 등도 오픈했다.

가족은 부인과 2남2녀. 프랑스 고급 인테리어 부티크, 삐에르 듀를 아내와 함께 경영 (북미, 일본 15개 지점)하고 있으며 함께 방한한 아들 찰스는 장남이다. 차남은 뉴욕에서 파이낸싱을 공부하고 있으며 장녀는 런던에서 정치과학학교를 다니고 있고 차녀는 고교에서 상업을 전공하고 있다. “레스토랑이요? 성공을 확신합니다. 아들(찰스)가 본격적으로 벌이고 있는 독자적인 경영 성적표이기도 합니다.”

“요리 외에도 잘 하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레스토랑이나 와인 등에 분야에도 진출한다”는 두 부자는 “전세계 르 꼬르동 블루와 다양한 사업을 통해 프랑스 요리 예술과 생활 예술 정신이 각 나라의 음식 문화와 서로 공유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글ㆍ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