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서 한식 세계화 시동 건다"본선 120여 팀 전통 상차림 등 8개 종목서 3일간의 맛대결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가 우리 한식과 음식 문화를 세계화 시킬 수 있는 첫 출발점이 되었으면 합니다.”

오는 9월 27~29일 미국 뉴욕시에서 우리 나라 ‘음식 상차림’이 커다랗게 차려진다. 다름 아닌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 한식의 세계화를 위해 우리 전통 음식들을 한 자리에 모아 맛과 아름다움을 겨루고 외국인들에게도 소개하는 자리다. 한국일보사와 T.F.C인터내셔날이 주최하는 이번 대회는 ‘건강 음식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제로 한다.

올 해 처음 열리는 이 대회 조직위원장은 김영복 T.F.C인터내셔날 회장 겸 경남대 경영대학원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원장이다. 김 회장은 “한국 음식 세계화의 방향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 대회를 개최하는 가장 큰 목적”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한국 음식의 세계화에 대해 많이들 외치고 있지만 정작 우리들끼리의 집안 잔치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어떻게 한식을 세계화 할 것이냐?’ ‘한국 음식의 세계화란 구체적으로 무엇이냐?’는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때문에 김 회장은 이번 대회 장소를 뉴욕으로 정했다. 세계의 중심 도시라 할 수 있는 뉴욕에서 한식 대회를 개최함으로써 한식 세계화의 시동을 걸어 보겠다는 것. 3일간 요리 시연 및 전시는 음식과 요리 전문 학교인 뉴욕 프렌치 요리대학(French culinary college)에서 이뤄진다.

“한국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 예선을 거친 요리사들과 음식들이 한 자리에 모일 것입니다. 세계화를 위해 한식의 맛과 멋을 자랑할 만한 음식 메뉴들이 총출동, 우열을 가리고 서양인들에게도 어필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지요.” 이 같은 대회 취지 때문에 이번 대회에서는 조리사의 연령과 국적, 자격 등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 그래서 참가 조건은 ‘한식 요리를 뽐낼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로 명기됐다.

대회는 모두 8개 종목에 걸쳐 치러진다. 전통의례상차림, 면(만두 포함) 상차림, 채소를 이용한 반상차림, 육류를 이용한 반상차림, 생선을 이용한 반상차림, 일품요리, 김치를 주재료로 한 요리, 떡과 다과 상차림 등. 또 이들 종목 마다 성인부와 학생부문으로 나눠 실력을 겨루게 된다.

대회 열기는 벌써부터 달궈지고 있다. 9월 초까지 계속되는 대회 예선에 참가하려는 신청자들의 작품이 밀려들며 경쟁률이 높아지고 있는 것. 국내에서는 각 시도별로, 미국에서는 동부와 서부로 나눠 예선이 진행되는데 대략 예상 경쟁률은 3대1 정도. 예선을 거친 수 백개 팀들 가운데서 본선 참가가 결정되는데 본선에서는 120여 개 팀으로 추려질 전망이다.

특히 이번 대회에는 학생들의 대회 참여가 두드러진다. 방학 기간을 이용해 요리 솜씨를 뽐내려는 ‘미래 예비 조리사’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어서다. 또 호텔 조리사와 레스토랑 경영자, 가정 주부, 회사원 등 참가 지원자들의 경력도 각 분야에 걸쳐 있을 만큼 다양하다. 또 ‘소머리 국밥집’으로 유명하며 미국 LA에서 식당도 운영하고 있는 코미디언 배연정씨도 이번 대회에 참가해 자신의 요리 솜씨를 자랑할 예정.

“이번 한식요리경연대회가 한 번 하고 마는 일회성 행사로 끝나게 해서는 안됩니다. 단순한 이벤트나 행사로서 라기 보다는 ‘한식의 세계화를 위한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향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봅니다.”

김 회장은 이번 대회 개최의 목표를 3가지로 제시했다. 한식 세계화의 식품 산업을 만드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또 한식 세계화 교육, 그리고 한식 문화의 전파 등으로 까지 이어지게 하겠다는 것. 그래서 이번 대회는 ‘한식이 자연스럽게 세계인의 식탁에 올라갈 수 있는 붐을 조성하는 장기적인 한식 세계화의 첫 발’이라고 그는 설명한다.

‘어떻게 세계인의 입맛에 다가갈 것이냐? 단순히 전통만 고수한다고, 혹은 우리 음식이 외국 것보다 더 우월하다고 접근해서는 되지 않습니다. 한식의 장점을 살리면서 그네(외국인)들의 입맛과 문화에 가까이 다가서는 전략이 필요한 것이지요.”

김 회장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현지 미국인들로 구성한 한식 평가단을 구성할 계획이다. 전시된 음식들은 물론, 수상작 메뉴들을 직접 먹어 보고 어떻게 느끼고 평가하는 지를 직접 알아보겠다는 의도인 것. “여기서 집계되는 결과는 다음 행사에 반영해 더 나은 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할 생각입니다.”

한식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한 김 회장의 믿음과 책임감은 확고하다. 2005년부터 미국 뉴욕 시카고 LA 시애틀 등 4대 도시를 해마다 돌면서 우리 전통 음식에 대한 강의와 보급 활동을 벌이면서 그는 더더욱 확신을 갖게 됐다. 물론 주변에서 ‘돈도 안 생기는 일인데 그런 일을 왜 자꾸 벌이냐?’는 질문도 많이 받았다. ‘미친 짓’이라는 소리까지도 들었지만 우리 고유의 식문화를 외국에 제대로 알려야 되겠다는 신념만은 변하지 않았다.

“1960~70년대 미국에 이민간 1세대들 중에 식당을 운영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대부분 한식을 내놓고 있었는데 요리 수준이 뒤처져 있는 편이었지요. 이들을 모아 놓고 떡 만드는 시범도 보이고 강연을 해 오면서 깨닫게 된 것이 ‘한식 교육’의 중요성입니다. 외국에 한국 음식을 만들면서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도 질높은 한식 교육을 하고 이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말입니다.” “한국 정부도 아직 그런 노력 까지 에는 생각이 미치지 못하고 있고 우리들 또한 그 부분은 소홀히 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김 회장은 우리 한식을 주제로한 식생활 문화 연구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가 2년 전 설립해 이끌고 있는 T.F.C인터내셔날도 그저 음식으로서 만이 아닌 음식 문화 생활에 대한 전반적 연구를 지향한다.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이 전신인 T.F.C는 ‘Traditional Food Culture’의 줄임말이다.

“자연과 전통, 건강식만이 미래 음식의 화두입니다. 내추럴한 재료를 가지고 역사적으로 검증된 음식만이 훌륭한 건강식이 될 수 있고 그것 만큼 훌륭한 것도 없습니다. 전통 음식을 이끌어 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부여하는 것이 T.F.C 운동의 목적입니다.” 미국이나 일본 중국 등 각국을 다니면서 전통 음식의 중요성을 설파하고 있다.

“세계인들이 자국의 전통 음식들을 다시 발견하고 나아가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이 가운데 한국 음식을 세계의 중심에 놓고 세계인들이 함께 공감하는 환경과 분위기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제가 맡아야 할 역할이지요.”

전통 음식에 대한 정확한 해석 또한 김 회장이 특히 역설하는 부분이다. “전통 음식에 대한 이해가 간혹 잘못 되거나 잘 모르는 이들이 없지 않습니다. 한 마디로 전통 음식은 옛날 음식 하고는 전혀 다른 것입니다.”

한 마디로 전통음식은 옛날 음식의 맥을 이어서 현재의 사회 환경적인 요소가 고려된 음식이라는 것이 김 회장의 설명이다. 일례로 옛날 요리서에 나와 있는 음식들은 전통 음식이라기 보다는 고유 음식이라고 명명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것. 이런 이해를 밑바탕으로 하면 “전통 음식이 왜 이래?”라는 질문은 더 이상 나오기 어려워진다.

“때문에 조선이나 고려, 삼국시대에 있던 음식이 지금은 없을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다양한 식재료가 등장하고 우리 음식에 맞게 적응하면서 현대인의 입맛에 맞게 만드는 것 또한 전통음식이 될 수 있는 것이지요.” 김 회장은 “그래서 전통 음식은 시대적 상황에 따라 변화돼 온 것”이라며 “우리 음식들을 세계인의 입맛에 맞게 다가서려면 다양한 요리들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한다.

“ 이제 조금만 더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외국인들에게도 접근만 한다면 우리 한식의 세계화도 멀지 않습니다.” 김 회장은 “세계한식요리경연대회가 한식 세계화의 디딤돌이 될 것”이라며 “대회 규모와 범위를 더 확대시켜 해마다 개최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