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작품 범람 문화 종속 우려… 창작 뮤지컬 제작 노력 필요

인정받는 문화예술의 공통점이 있다.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거나 그냥 그 자리에 있었다거나다.

4년 동안의 장기공연으로 창작 뮤지컬사에 새로운 신화를 쓴 <루나틱>의 음악감독, 권오섭 작곡가는 두가지 모두를 갖췄다. 그는 넉넉하면서도 약간 날카로운 눈빛의 특별한 외모다. 어떤 때는 한없이 부드럽고 친절해 보이지만, 음악얘기를 할 때는 안녕너머의 눈동자가 번뜩인다.

권 작곡가의 작품은 외모와 같이 특별한 매력이 있었다. 그는 2002년 MBC에서 한희 PD와 함께 최초의 뮤지컬 형식의 드라마 <고무신 거꾸로 신은 이유에 대한 상상>의 음악제작을 맡았다.

이 드라마에서 김민정, 이동건, 정태우 등의 배우는 춤과 노래를 하며 드라마를 만들었다. 2003년에는 MBC에서 다시 박광현, 소유진, 지상렬 등이 출연한 <내 인생의 콩깍지>제작에 참여했다. 이 작품들은 당시 마니아층의 각별한 사랑을 받았다.

그는 항상 그 자리에 있었다. 20대에 교회에서 뮤지컬 음악을 제작하고 연출을 시작한 그는 대학시절부터 창작뮤지컬 음악을 제작했다. 그는 2004년 이후 보기 드문 장기공연으로 21만여명의 관객을 동원한 창작 뮤지컬 <루나틱>을 비롯해 <비애로>, <염라국의 크리마스>등의 뮤지컬에서 개그맨으로도 유명한 백재현 연출가와 호흡을 맞췄다.

그의 음악적 열정은 멈춘적이 없었다. 대학에서는 연합 합창동아리 ‘쌍투스’에서 음악적 열정을 이었다. 그는 뮤지컬 외에도 대중음악 작사, 작곡을 해왔다. 한스밴드 3집의 음악프로듀서를 맡았고 파인애플의 <저글링 네마리>, 박지은의 해금연주와 재즈를 결합한 <노세노세>앨범을 비롯해 200여곡의 대중음악을 작곡했다.

19일 오후 4시께 서울 홍익대 인근 작업실에서 대표적인 뮤지컬 음악 작곡가 권오섭 씨를 만나 성공하는 뮤지컬 음악을 만든 비결, 뮤지컬음악 작곡가의 세계에 대해 들었다.

‘미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정신병자’라는 뜻의‘루나틱(lunatic)’은 미국의 유명작가인 닐 사이먼의 희극‘굿닥터’가 원작이다. 경쾌한 재즈 음악 속에서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뮤지컬에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친 듯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정신적 공황에 빠진 사람들에게‘의식의 변화를 통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미치고 어리석기 짝이 없는 정신병자'라는 뜻의'루나틱(lunatic)'은 미국의 유명작가인 닐 사이먼의 희극'굿닥터'가 원작이다. 경쾌한 재즈 음악 속에서 통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그러나 이 뮤지컬에 웃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친 듯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정신적 공황에 빠진 사람들에게'의식의 변화를 통한 희망'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준다.

- <루나틱>의 음악 성공 비결은

“기획 단계부터 음악에 중점을 뒀고 작사, 작곡을 한 사람이 한 게 비결이라면 비결이다.

대부분의 수입 뮤지컬은 들여온 멜로디에 번역한 가사를 얹어 내용, 정서적으로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만든 뮤지컬도 작사, 작곡을 한 사람이 하는 경우는 드물다. 음악작업은 연출이나 배우에 비해 별로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는 제작자들도 있다. 하지만 음악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좋은 뮤지컬이 나올 수 없다“

- 뮤지컬 작곡가가 하는 역할은

“어찌보면 뮤지컬의 전부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이 일반적인 극과 다른점이 바로 음악이다. 사람들은 앤드루 로이브 웨버라는 이름만 보고 뮤지컬을 보러 가기도 한다. 그는 영국 뮤지컬 작곡가로 <에비타>, <캣츠> 등의 뮤지컬을 작곡했다. 단순히 작곡가로서만 힘이 있는 것이 아니다. 그의 이름은 비틀즈의 폴 메카트니 이상으로 강력한 문화적 영향력이 있다”.

- 현실은 어떤가

“TV에서 두번 뮤지컬 드라마를 만들었지만 그 후로 그런 시도를 하자는 제의는 없었다. 노래와 춤을 찍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제작비가 거의 2~3배 정도 많이 든다. 한 편의 뮤지컬 드라마를 찍는 데는 뮤직비디오 20개 찍는 정도의 시간과 돈이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호응이 좋아도 단기수익과 시청률에 급급하는 방송사가 이런 시도를 계속하기는 힘든 것이다”

- 좋은 뮤지컬 음악은

“캐릭터가 완전히 녹아있는 게 좋은 뮤지컬음악이다. 재미없는 뮤지컬도 반짝이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캐릭터가 잘 녹아있어서다. 가령 버림받은 여자 캐릭터라면 버림받은 여자의 느낌 전달하는 멜로디와 가사여야 한다. 듣는이나 대중이 버림받은 여자의 느낌 간접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영화음악 하는 사람은 음악을 장면에 맞춰야 하듯이 뮤지컬 음악 역시 극의 상황에 맞춰야 한다. 춤과 연기를 같이 하기 때문에, 노래가 입에 잘 붙는 작사를 해야한다”

- 뮤지컬 작곡의 재미는 뭔가

“뮤지컬은 연극과 콘서트와 행위예술의 좋은점만 따서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보는 기쁨도 세배다. 어렸을 때 교회에서 뮤지컬 극을 하면서 완성에 대한 만족에 빠졌다. 중학교 때 주변에 음악하는 형들이 많았다. 형들 하는 것 보면서 저렇게 다들 하나보다. 대학생이 되면 만들어서 한번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대학생 때 <야간여행>이란 뮤지컬의 대본을 쓰고 작곡해서 교회에서 올린 일이 있다”.

- 뮤지컬 음악가의 대우는 어떤가

“제작비의 1/15에서 1/20 정도를 받는다. 뮤지컬에서 음악이 차지하는 막대한 비중에 비해 좋은 대우를 받는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외국산 뮤지컬 외에 창작뮤지컬이 정착하지 못한 상황에서 뮤지컬 음악감독만 좋은 대우를 받을 수도 없는 형편이다. 나도 뮤지컬 음악만 작곡하지는 않는다. 뮤지컬만 해서는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문화의 저변이 얕아서 순수하게 음악적 열정 발휘하기 힘들다”

- 앞으로 뮤지컬이 잘돼려면

“언제까지 외국 작품을 그대로 들여와서 우리말로 바꾸기만 할 수는 없다. 문화종속마저 우려되는 상황이다. 힘들더라도 창작뮤지컬 작곡으로 문화의 저변을 다지려는 노력을 할 것이다”

뮤지컬 음악에 대한 이해가 바뀌어야 한다. 뮤지컬 기획의 제일 마지막 단계에 음악을 넣어, 대본이 다 나온상태에서 음대 작곡과를 갓 졸업한 사람이 음악을 급조하는 경우도 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