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엄마' 발간… 병과 친구처럼 고독한 싸움 시작

“엄마를 부르면 일단 살 것 같다.”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가 어머니를 그리워하는 내용의 시집을 발간했다.

샘터 출판사는 21일 이해인 수녀의 시집 <엄마>를 발간한다고 밝혔다.

시인은 <엄마>에서 2007년 9월 작고한 이 수녀의 어머니 고(故) 김순옥 여사에게 바치는 시들로 어머니를 향한 애틋한 사랑을 그려냈다. 시집은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며 쓴 사모곡 60여 편과 동시 20여 편, 어머니와 해인 수녀가 주고받은 편지와 추모 글을 함께 엮었다.

이 시인은 올해로 수도생활 40년, 시인생활 30년을 맞이했다. 이 수녀는 열번째 시집의 원고를 탈고하자마자 암 선고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이 시인은 곧바로 수술을 받고 회복 기간을 거쳐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했다.

이 시인은 1945년 양구에서 태어나 필리핀 세인트 루이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으며, 서강대 대학원에서 종교학을 전공했다. 그는 1976년 첫 시집 <민들레의 영토> 이후 <내 혼에 불을 놓아>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시간의 얼굴> <외딴 마을의 빈집이 되고 싶다> <다른 옷은 입을 수가 없네> 등의 시집을 발표했으며 산문집과 번역물 등 여러 책을 내왔다.

다음은 지난 7월 샘터 출판사와 이해인 수녀의 일문일답

- 열 번째 시집의 주제를 '어머니'로 정한 이유는

“처음에는 어머니 1주기를 기념해 어머니와 제가 주고받은 편지를 엮어 가족끼리 비매품으로 돌려 보려고 했는데 여기에 사모곡을 더해 이렇게 곱고 정다운 책으로 내게 됐어요. 우리 엄마는 모든 이의 엄마이기도 하니까 함께 나누고 싶어서요”.

- 암 선고를 받았을 때의 심경이 어땠는지

“어머니를 보내드리고 아픈 걸 다행으로 생각했어요. 그동안 순탄하게 살아 왔는데 투병의 고통을 통해서 더 넓고 깊게, 모든 이들을 끌어안고 보듬을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요”

ㅡ 항암치료 중인 요즘 근황은

“저의 보호자인 원장 수녀님께서 치료에만 전념하라는 엄명을 내리셨어요. 저를 위해서 그러시는 거니 그 뜻을 따라야지요. 전화기도 없고, 메일도 못 쓰고 이젠 오로지 치료만 받아야 하니 좀 답답하겠지요? 그래서 나름대로 방책을 마련했답니다. 무료한 시간 어떻게 보낼까 하다가 CD플레이어도 샀어요. 시 낭송도 듣고 음악도 듣고 해요. 사실 너무 아프니까 좋은 생각도 잘 안 나고, 기도도 잘 안 된답니다. 그래서 세상엔 아픈 이들을 대신해주는 사람들이 필요하구나, 생각했답니다”

-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들은 주위의 반응은

“주위 사람들이 병을 미워하지 말고 친구처럼 잘 지내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야지요. 두렵기도 하지만 겪어야 될 고독한 싸움이니까 잘해보려고 해요”

- 앞으로의 계획은

“세상과 단절이라는 생각은 안 해요. 날 돌볼 겨를 없이 바삐 살아왔으니 이젠 내 안으로 들어가서 사막의 체험을 해야겠어요. 재충전의 시간도 가질 수 있으니 선물이고 또 기도의 시간이라고 생각해요. 올해로 수도 생활 40년을 맞았고, 60대 초반이니 그동안 썼던 글과 했던 말들을 정리해보며 돌아보는 계기도 될 것 같고요”

- 독자들에게 한마디

"여러분이 보내준 관심과 기도에서 새 힘을 얻어 열심히 '투병의 길'에 들어설게요. 대수술까진 무사히 마쳤는데 앞으로 항암치료 등 더 험난한 길이 남아 저를 두렵게도 하지만 최선을 다하도록 용기를 내야지요.<엄마>의 주인공처럼 저도 단순하고 지혜로운 원더우먼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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