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그룹롸이즈온(주) 대표이사한국 베니건스 태생적으로 재정·마케팅 등 독자 운영, 영향 없어셰프가 요리하는 레스토랑 탈바꿈, 맛 혁신·차별화로 성장

“미국 베니건스의 파산이요? 우리(한국 베니건스)하고는 전혀 관계 없는 문제입니다.”

오리온그룹 내 외식 사업을 담당하는 계열사인 롸이즈온㈜의 문영주 대표이사가 오래간만에 사람들 앞에 얼굴을 내비쳤다. 수 년째 기자들 만나기를 극구 꺼려오던 그가 다시금 인터뷰에 나서게 된 계기는 단 한 가지. 얼마 전 들려온 미국 베니건스의 파산 소식으로 국내에서 벌어진 ‘소동’을 진화하기 위해서다.

“기본적으로 한국 베니건스는 100% 오리온 그룹이 투자한 회사입니다. 태생부터 재정적으로 완전히 독립된 데다 그간 마케팅 등 운영도 독자적으로 해 왔기 때문에 파산한 미국 회사의 영향을 전혀 받지도 않습니다.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 베니건스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 정도 아닐까요.”

문 대표는 “지금이 고객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혹시 나마 생길 수 있는 오해의 소지를 원천 차단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라고 판단한다. “미국 베니건스와 한국 베니건스는 지금 전혀 다른 스타일과 메뉴의 레스토랑입니다. 무엇 보다 가장 큰 차이는 미국은 변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망했고(?) 한국 베니건스는 진화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 베니건스가 미국 베니건스의 파산에도 불구,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배경에는 이유가 있다. 단순히 ‘주인’이 다르다는 기초적인 차이 뿐만 아니라 최근 베니건스가 보여온 ‘변화의 행보’가 미국 베니건스, 또 국내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들과도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그들과 다릅니다’ 최근 베니건스가 고객들을 향해 외치고 있는 소리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더 이상 패밀리 레스토랑이 아니라는 것. 베니건스는 지금 ‘셰프가 요리하는 레스토랑’이라는 새로운 컨셉트를 내놓고 있다.

“미국 외식업계의 상황도 침체에 빠져 있는 국내와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소비자들의 기호는 변해만 가는데 이에 전혀 대응하지 못한 것이 ‘파산’의 원인이라고나 할까요.”

문 대표는 미국 베니건스가 지나치게 ‘효용과 성과’ 위주로만 운영돼 온 것을 ‘침몰’의 원인으로 지적한다. 레스토랑 본연의 임무인 ‘맛’에 치중하기 보다는 단기간에 빨리 ‘성과’를 내야만 하는 전문 경영 시스템 또한 적잖이 작용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국내 베니건스는 이런 미국의 상황과는 전혀 다르다. 벌써 지난 2월부터 ‘셰프가 요리해 주는 레스토랑’으로 탈바꿈, 맛의 혁신을 이끌어 오고 있다. 베니건스의 이런 변신을 설명해 주는 대표적인 사례는 압구정 매장. 이미 지난해 여름 신개념 플래그쉽 스토어인 ‘파머스 베니건스’와 ‘마켓오 델리’로 탈바꿈시키며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특히 기존 패밀리 레스토랑 하면 떠오르는 것은 조리 매뉴얼에 의한 정형화된 맛과 고칼로리 메뉴 구성. 진화하는 고객들의 입맛을 따라가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된 부분이다. 하지만 베니건스는 말 그대로 ‘요리사가 직접 조리해 주는 키친 시스템’으로 이미 돌아섰다. 이를 위해 업계에서는 최초로 ‘셰프 스쿨’을 설립, 조리사들을 양성해 내는 교육 시스템도 갖춰 운영중이다.

베니건스와 마켓오가 함께 운영되는 ‘1스토어 2브랜드’ 체제를 최근 구축해 오고 있다는 점도 미국 등에서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시도로 평가된다. 이는 기존 베니건스는 그대로 두면서 매장의 일부를 리노베이션, 웰빙 푸드 전문인 ‘마켓오’로 꾸미는 파격적인 방식. 지금까지 모두 6개의 매장이 이렇게 변모했는데 나머지 매장도 확대, 순차적으로 ‘변화’가 진행중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베니건스라고 변화에서 전혀 예외는 아니다. 셰프와 조리법은 물론, 메뉴 또한 새롭게 변화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산지 직배송 품목을 확대하고 식재료도 차별화시키는 등 고객들의 입맛을 잡기 위한 노력은 ‘눈물 겨울’ 정도다.

“우리는 변화해 왔고 종전과는 전혀 다른 ‘훨씬 높은 수준의 업그레이드 된’ 음식과 서비스를 제공해 오고 있는데 다른 패밀리 레스토랑과 같은 취급을 받는다고 생각하니 억울합니다.” 문 대표는 “미국 베니건스의 파산 뉴스를 접했을 때 ‘순간 당황했다’”고 털어 놓았다. 아무래도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되거나 고객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이 됐기 때문.

“실제 고객들은 미국 소식에 별다른 신경을 쓰시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저도 뉴스 때문에 걱정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매출은 오히려 조금씩 늘고 있거든요. 대신 친구나 가까운 사람들이 전화해 ‘어떻게 된 거야?’ 하는 질문은 받아 봤는데 하루 이틀 소동 정도로 끝난 정도입니다.” 생각 보다 후유증이 크진 않았다.

하지만 롸이즈온이 운영하는 대표 레스토랑 중 하나인 베니건스와 문대표는 최근 미국 베니건스의 ‘침몰’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해도 과언은 아니다. 무엇 보다 뉴스를 듣는 일반인들에게 ‘파산’이라는 단어가 주는 ‘충격’이 적지 않아서다. 심지어는 한국 베니건스의 일로 오해하는 이들도 있었다. 미국 본사와 한국 베니건스와의 관계나 시스템을 모르는 일반인들이 사실 혼동할 수 밖에 없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국내 외식 시장이 최근 몇 년 간 불황에 허덕이며 20% 이상의 마이너스 성장을 보여왔다는 점이 여러가지 ‘억측’을 불러 일으킨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국내 베니건스는 대대적인 혁신과 변화 이후 정반대로 매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실제 베니건스의 매출은 최근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국내 외식업계 전체는 물론, 패밀리 레스토랑들과 비교해서도 대조되는 상황. 전면적인 변화 이후 지난 5, 6월 2% 매출 증대로 반전, 도약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리고 7월에는 전년 대비 5% 성장으로 더욱 약진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병합 매장으로 변신한 압구정 매장은 무려 47% 매출 증가라는 경이적인 현상도 보였다.

“실제 국내 베니건스의 위기는 지금이 아니라 2~3년 전이라고 하면 정확할 듯 싶습니다. 당시 매출이 부진하면서 정체성을 놓고 고민을 거듭했거든요. 또 매출이 부진하던 중식당 아시아 차우도 과감하게 털어 버려 오히려 짐을 덜게 된 상황입니다. 지금의 변신은 그 때 ‘쓴 시절’을 디디고 일어서 새롭게 내실을 다지게 된 계기가 된 것이니까요.” 문 대표는 “지금이 외형상으로 위기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성장하고 있는 호기를 맞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우리가 잘 못한게 아니고 미국 본사가 잘못한 것입니다. 전혀 다르지요.”

제일기획 AE 출신으로 베니건스 출범 때부터 오리온에 몸 담아온 그는 외식업계에서만 15년여를 보내온 전문인으로 꼽힌다. 10년전 임원직에 오른 그는 2000년부터 대표를 맡아 한 해 1,0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대형기업으로 키워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제가 ‘뭘 잘 했다’고 알리기 위해 나선 것은 아닙니다. 행여 잘못된 사실이 퍼져 나가거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설명(?)에 나섰다고 할까요.” 문대표는 “지금은 뚜렷한 방향이 잡혀 있고 아이디어도 나와 있다”며 “한창 진행중인 변신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글·사진 박원식기자 park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