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운 멜로디 다양한 변형 '되고송' 히트… 나만의 CF음악 만들고 파

“띵띠띠디띵~”. 한 이동통신사의 전화연결음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솔미파라솔’이라는 이 단순한 멜로디는 무엇보다 이동통신사의 이미지를 짧은 시간에 잘 전달하고 있다. 간결한 것은 대개 숙고와 오랜 시간을 들인 노력의 결과물이다. ‘백조의 호수’에 나오는 발레리나의 우아함이 부단한 훈련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생각대로 하면 되고~”라는 근자에 가장 히트한 CM송을 작곡한 김연정(32.여) 민트컨디션 대표가 바로 그런 사람이다. 김 대표는 “솔미파라솔~”이라는 단순한 멜로디가 ‘되고송’의 운율로 결정되기까지 30여개의 안을 만들었다.

2일 서울 논현동 민트 컨디션 작업실에서 만난 김 감독은 그의 CM송을 닮아 있었다. 신경 쓴듯한 화장과 머리에 말끔한 차림새다. 작업스케줄이 꽉 차 인터뷰 전후로 바로 일에 몰입하던 점을 감안하면 놀랍다.

김 감독은 대학을 졸업한 후 2001년부터 CM음악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블루캡 사운드 웍스, 닥터 훅 등의 녹음실에서 일했다. 올해는 CM송 전문 제작 스튜디오인 민트 컨디션을 창업해 CM송 제작의 새 장을 열고 있다.

그의 대표작은 SKT 생각대로 하면 되고, SKT생각대로 T, KTF Na 해브 어 굿 타임. 현대카드, 애니콜, 모토롤라. 싸이언, 맥도날드, 코카콜라, 비달사순, 네스카페 등이다. 현재는 SKT, 나이키, 아이토핀(위젯) 통신사 등의 광고음악 제작에 여념이 없다.

김 감독으로부터 ‘30초의 승부’라는 광고에서 간결한 멜로디로 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 CM송을 만든 비결과 CM제작의 세계에 대해 듣는다.

-‘되고송’과 ‘생각대로 T’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되고송’은 TBWA에서 광고 콘티를 짜왔고 카피라이터가 작사를 했다. 짧은 멜로디로 깊은 인상을 남겨야 했는데 시간은 며칠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버스에서 흥얼거린 음이 채택됐다.

반면 T를 만드는 데는 두 달이 걸렸다. ‘솔미파라솔’이라는 단 세개의 화음을 만드는 데 어떻게 그렇게 많은 시간이 드냐고 묻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사람들의 머리 속에 각인시키는 한가지 멜로디를 만들기 위해 30여개의 시안을 만들었다.

- CF음악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제작되나

광고음악은 광고제작의 맨 마지막 단계다. 광고사와 광고주가 콘티와 카피를 결정해온다.매우 짧은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2박 3일만에 일을 끝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음이 좋을까 계속 고민한다. 영상, 콘티, 카피를 계속 보고 붙여보고, 악기도 바꿔본다. 소리는 네다섯 음으로 낼 수 있는 것 한정돼있다. 같이 따라가는 화음, 화성, 리듬, 소리를 하나하나 조심해서 작업해야 한다.

- 먹히는 CM송을 만드는 비결이 있나

정답은 없다. 영화 <쿵푸팬더>에서 주인공이 발견한 ‘용문서’에는 ‘너 자신을 믿어라’고 돼있다. 용의 전사가 되는 비법은 없었던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가능성 막지 않는 것이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생각대로 하면 된다.

- ‘되고송’은 왜 히트했다고 생각하나

매우 쉬운 백지 같은 음악이라서다. 되고송은 다양하게 변형이 가능하다. 멜로디가 쉽고 대구 있어서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자기에 맞게 변형할 수 있다. 꼭 ‘생각대로 하면 되고’가 아니라 ‘졸리면 자면 되고’도 될 수도 있지 않나.

생명력이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멜로디와 가사를 계속 생각하다보니 가장 기억에 남는 멜로디 하나가 남았다. 노래를 들려주니 나이 많은 사람들도 잘 따라부르더라. 쉬운 멜로디가 생명력이 있다.

- 좋은 CM송은 뭐라고 생각하나

불시에 들렸을 때 기억에 남을만한 것이다. 매체에 노출될 때 CM송은 선택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무작위로 듣는 것이다. 흔한 멜로디이면서도 회사와 제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표현해야 한다.

- CM송 작곡일을 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부터 음악을 좋아해서 연주, 작곡, 편곡 등을 계속해왔다. 대학에서는 경영학을 전공하며 음악은 동아리에서 취미로 했다. 동아리 선배인 김석원 블루캡 대표가 연락이와서 CM제작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 어떤 CF음악을 만들고 싶은가

남들 다 만들 수 있는 것은 만들기 싫다. 나에게 제2의 ‘되고송’은 의미가 없다. 정체되는 느낌이 아닌 정말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다.

- 뛰어 넘고 싶은 CF음악이 있나

나이키, BMW, 벤츠, 리바이스 등의 광고다. 영상과 음악이 잘 어우러져있다. 특히 제품과 회사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표현했다. 음악만 들어도 기업의 이미지가 와 닿고 덩어리로 이미지가 박히는 것들이다. 나이키 광고는 소리만 들어도 나이키스럽지 않은가.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