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방식의 디자인적 이미지 강한 작품 10점 선보여

“올해로 방송생활 40년을 맞는데 비로소 대학 시절 전공으로 되돌아 온 셈이에요. 디자인학과를 나와서 항상 작품 활동에 대한 바람을 가지고 있었죠. 적지 않은 나이에 전공으로 되돌아 올 수 있다는 것, 이렇게 인생 이모작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이 그저 즐겁고 행복합니다.”

친근한 인상으로 시청자들에게 편안함을 선사해 온 방송인 이상벽(61)이 사진 작가로서 제 2의 인생을 펼치고 있다.

이미 지난해 6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작품 69점을 가지고 보름간 첫 개인전 <내 안에 나무 이야기>을 개최한 그는 이어 한달 뒤 광주의 한 신문사 창사 기념으로 초대전을 열기도 했다. 계속해서 2008년 6월에는 미국 뉴저지의 리버사이드 백화점 내 갤러리에서 첫번째 해외전을 가졌다. 이번 2008 한국 국제 아트페어(KIAF)에 참가한 이상벽은 디자인적인 이미지가 강하게 풍기는 작품들과 함께 사진이라는 장르의 기본에 충실한 작품 10여 점을 선보였다.

“20년 이상을 사진에 바친 작가들도 하기 힘든 전시를 했다거나 또 1년 만에 너무 큰 걸음을 뗐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애초에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던 터라 이렇게 작품 전시를 하게 된 것이 이상하거나 뜬금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보시다시피 디자인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들 주로 나무와 자연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죠. 한국적 리얼리즘이 배어 나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었어요.”

오래된 중고 카메라 니콘 FM2 두 대를 가지고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이상벽은 디지털 방식이 아닌 필름의 생생한 느낌을 전달할 수 있는 아날로그 방식을 고집한다. 인위적인 변형이나 걸러냄 없이 실제 피사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아내며 특유의 소박함과 담대함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의 기본적인 느낌과 요소를 중요시하고 또 그런 사진들을 많이 찍으려고 하죠. 이번 KIAF 역시 꾸밈 없이 솔직한 작품들을 선보였는데 컬렉터 분들도 좋게 봐주셔서 출품작들이 모두 매진이 됐어요. 시대가 변했지만 기본 원칙을 따르는 작품들이 여전히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고,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생기더라 고요.”

이처럼 소탈함을 강조하는 이상벽의 작품에 대해 한 평론가는 그의 사진에서는 언제나 고향의 추억이 묻어난다며, 전혀 재주를 부리지 않은 ‘순수’가 오히려 깊은 정감을 자아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계속해서 이상벽은 남은 2008년 동안 지역 백화점 갤러리에서 주최하는 초대전에 참여할 예정이고, 내년 3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개인전을 개최한다. 뿐만 아니라 불교와 관련해서 내년 4월 특별전을 준비 중이다.

조금은 돌아 왔지만 포기하지 않고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자신의 건강과 살아 있는 감성들이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하는 그에게서 행복함이 가득 전해져 왔다.


윤선희 기자 leonelga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