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년 전통 영국·유럽왕실·세계 유명인사 애호… 한국지사설립 본격 마케팅

고급 도자기의 대명사가 된 웨지우드(Wedgwood)가 지난 달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지난 2일 하야트 호텔에서 만난 토마스 웨지우드(39) 일본지사장은 "웨지우드 코리아 설립을 계기로 한국시장에서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브랜드 리더국인 한국에서의 성공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웨지우드 사(社) 창업주의 8대손인 그는 일본 웨지우드 책임자뿐 아니라 웨지우드 아시아 홍보대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세계 약 70개국에서 팔리고 있는 웨지우드의 최대 글로벌시장은 52개의 매장과 1000억원에 이르는 연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일본이다. 또, 최근 진출한 중국시장에서도 3년 새 18개의 매장을 여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아시아시장에서의 이 같은 성공 뒤에는 유럽의 고급 생활문화에 대한 동경심을 가진 아시아 신흥부자와 중상류층에게 아시아 홍보대사로서 브랜드 전문지식과 가족의 유산, 프레스티지 이미지를 알려온 그의 역할도 한 몫을 했다.

"1762년 웨지우드 설립자인 조시아 웨지우드가 조지아 3세의 부인인 샬롯 왕비에게 최초로 흰색이 아닌 크림색 차 세트를 만들어 보내 극찬을 받아 '여왕의 도자기'로 불렸죠."

토마스 일본지사장은 "인터뷰 시작 전에도 방한 중인 앤드류 왕자와 잠깐 만나 특별 주문한 머그세트 얘기를 나눴다"며 웨지우드와 영국 왕실과의 돈독한 관계를 무엇보다 강조한다.

그는 웨지우드를 소유하는 것은 일상생활에서 영국 왕실의 문화를 공유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것이 웨지우드가 오랜세월 세계에서 사랑 받는 명품이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라고 설명한다. 웨지우드는 18세기 여왕의 도자기를 만든 이래 가장 영국적인 도자기로 영국은 물론 유럽 왕실에서도 사랑 받았다. 러시아 예카테리나 여제에게 납품했던 도자기는 대영 박물관에 전시돼 있고, 재스퍼를 비롯해 19세기 웨지우드 도자기는 오늘날 앤티크 시장에서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는 귀중품이다.

미국 테오도르 루즈벨트와 존 F.케네디 대통령, 토니 블레어 총리의 부인 등 전 세계의 수많은 유명인사들이 웨지우드 마니아다.

그는 또한 웨지우드는 단순한 도자기가 아니라 영국의 생활문화가 고스란히 담긴 도구라는 점을 각인 시킨다. 중국에서 수입된 도자기를 웨지우드 창업주가 독창적인 영국 스타일로 만들었고, 영국인들은 이를 일상생활에서 사용해 오며 영국 고유의 식문화를 만들어 왔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가 영국의 차문화다. 영국인들은 세계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차(홍차)를 많이 마신다. 아침은 브랙퍼스트 티(breakfast tea)로 열고, 점심엔 하이눈 티(high noon tea)를, 그리고 오후 4시 경엔 애프터눈 티(afternoon tea)를 마신다. 특히, 애프터눈 티는 영국인들의 빼놓을 수 없는 사회적 관습으로, 오후 4시가 되면 일제히 하던 일을 멈추고 차를 마실 정도다.

"다기세트에는 먹고, 마시고, 대화하는 일상생활이 담겨 있어요. 그래서 웨지우드를 판매하는 것은 영국의 문화를 전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지요. 한 예로, 저는 일본과 대만, 중국인들에게 영국의 애프터눈티 문화를 전하기 위해 프로모션도 많이 가졌어요. 처음엔 일밖에 모르던 그들이 바쁜 일상 속에서 차 한잔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보니 기쁘더군요. 그뿐 아니라, 아시아인들은 인간관계를 주로 밖에서 갖는 편인데, 가족끼리 집에서 차와 식사, 대화를 더 자주 즐기고, 손님을 집으로 초대하는 문화도 보다 활성화 하고 싶어요."

토마스 일본지사장은 250년의 긴 역사와 영국의 왕실을 비롯해 숱한 유명 인사들에게 사랑 받아온 가장 영국적인 명품이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아쉽게도 한국은 많은 전통적 가치를 망각한 채 현대화를 향해 숨가쁘게 달려온 나라다. 우리의 전통차 보다 커피를, 전통 다기세트보다 미국 스타벅스의 종이컵을 월등히 선호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그는 "내가 보기엔 한국인들도 영국인 못지 않게 전통과 현대화의 균형을 잘 이루는 민족 같다"며 "특히, 한국은 훌륭한 백자와 청자 등 옛부터 도자기 산업이 발달한 나라여서 전통 있는 도자기와 차문화의 가치를 잘 알 것이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토마스 일본지사장이 전통만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그가 내세우는 웨지우드의 저력 중 하나가 바로 전통의 현대화다.

"250년 전의 전통만 고집했다면 웨지우드가 지금까지 세계의 식탁에서 사랑 받지 못했을 거예요. 웨지우드의 명성은 장인정신과 더불어 혁신의 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창업주가 중국 도자기를 베끼는 것에 머물지 않고, 어떤 도예공도 시도해 보지 않은 크림웨어 차 세트를 만든 것이나 유약 대신 산화물을 첨가해 색을 낸 재스퍼 도자기를 개발한 것부터 웨지우드 혁신 정신이었죠. 또, 왕실의 납품 주문을 받지 않고 신제품을 왕실에 직접 선보인 것, 제작 공정과정에서의 혁신, 최초로 카탈로그를 만들어 우편 주문을 받은 것 등 혁신의 사례는 무궁무진합니다."

최근에는 웨지우드에 현대적 감각을 입히기 위해 재스퍼 콘랜, 마크 제이콥스와 같은 감각적인 디자이너들과 손을 잡았다. 또, 웨딩드레스로 유명한 중국인 패션 디자이너 베라 왕과 특별 컬렉션을 출시해 혼수용품으로 엄청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웨지우드는 현재 국내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주요 백화점을 비롯해 11개의 매장을 확보하고 있다. 토마스 일본지사장은 내년부터 매년 5개씩 매장을 늘려나가는 등 한국지사 설립을 계기로 국내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계획이다.

◇ 웨지우드는…

영국 중부 지방인 스탠포드에서 도예공의 아들로 태어난 조시아 웨지우드가 1959년 영국 본사를 설립해 '왕실 도자기'로 성장했다. 모던 클래식, 캐주얼, 럭셔리의 컨셉트로 제작되며, 톡특한 흰색과 반투명성, 견고한 강도 등으로 실용성과 예술적 가치를 겸비한 세계 최고의 도자기 브랜드로 명성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적인 제품으로는 크림웨어(cream ware), 블랙바살트(black basalt), 재스퍼(jasper)가 있으며, 가장 영국적인 디자인의 도자기로 불린다.

세계 본차이나 생산 1위이자 내년에 설립 250주년을 맞는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