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상수 늘리고 최첨단 의료기기도입·친절서비스 인재확보 노력 병행

"환자의 안전을 보장하고, 감동을 주는 병원이 최고의 병원 아닐까요? 그런 병원이 되려면 먼저 병원에서 일하는 직원들부터 행복하고, 존중 받아야 돼요. 제가 병원장이 되고부터 총력을 기울이는 부분이 바로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직장문화예요. 의료직과 타직종간의 간격을 좁히고, 서로 원활한 의사소통을 하게 만들며, 폭력을 근절하고 인간적인 대우를 받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죠."

작년 12월에 취임한 고려대 안암병원(이하 안암병원) 손창성 원장은 인간중심의 행복경영을 병원의 핵심가치이자 최고의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향후 5년 내에 '빅5' 진입은 물론 국제적인 병원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꿈을 내비쳤다. 이는 규모의 전쟁을 벌이는 국내 병원업계에선 이례적인 발언으로 들린다.

현재 국내 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등 이른바 '빅4'를 제외하곤 뚜렷한 강자가 없는 상황이다. 이 같은 난형난제(難兄難弟) 형국에서 가톨릭성모병원, 이대목동병원, 고대병원 등이 피나는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다.

빅4처럼 나머지 대학병원들도 앞다퉈 병상 수를 늘리고, 최첨단 의료기기를 도입하며 환자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물론 안암병원도 최근 병원 로비를 중심으로 리모델링 작업을 마쳤고, 100병상을 늘렸다. 또, 고객주차장 부지 2만여평에 2011년경까지 첨단의학센터를 건립할 예정이다. 다른 병원에 뒤쳐질 새라 토모테라피, 리니악, PET-CT, 비쥬맥스레이저와 같은 최신의료장비를 속속 도입했고, 로봇수술센터에서는 국내 최단기간에 로봇수술 100례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손 원장은 환자에게 가장 절실한 것은 병상수나 최신의료장비가 아닌 안전과 친절이라는 소신을 굽히지 않는다.

"고대 하면 투박스럽고 뻣뻣한 이미지를 연상하는 분들이 많아요. 하지만 저만 해도 부드러운 인상이 아닌가요?(웃음)뭐 사실 그동안 친절서비스 면에서 부족했던 건 인정하지요. 하지만 최근엔 정말 몰라보게 달라졌어요. 직장문화를 개선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봐요. 대형병원일수록 경직된 조직문화 속에서 직원들의 존엄과 행복은 무시되기 일쑤고, 이는 고스란히 환자들에게 전달됩니다."

병상 당 담당 간호사 수도 늘려 환자집중치료에 더욱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그는 "서비스는 이렇게 좋아졌는데, 우리 병원에 대한 환자들 인식은 여전한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친절서비스와 더불어 걸출한 인재확보도 이 병원이 내세우는 자랑거리다. 지난 달 국립암센터 유방암센터장을 역임한 이은숙 박사를 영입한 것을 비롯해 미국 심장학회전문의로 하버드 의과대학을 거쳐 펜실베니아 의대 교수를 역임한 필립 박 교수, 성형외과 박철 교수 등을 최근 새 식구로 맞아들였다. 이밖에 대장암 분야의 권위자 김선한 교수, 비뇨기과 천준 교수 등이 이 병원에 포진해 있다.

훌륭한 의료서비스와 분야별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의료진을 갖췄으니 국내 빅5 진입과 함께 국제적인 의료기관이 되어도 손색이 없다는 게 손 원장의 생각이다.

안암병원은 지난 달 JCI(Joint Commission International,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의 모의평가를 마친 상태고, 본 평가는 내년 상반기에 진행하게 된다. JCI 평가는 환자의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있음을 국제적으로 공인받는 것으로, 지난해 신촌세브란스병원이 처음으로 인증을 획득했다. 안암병원이 내년 인증을 받게 되면, 국내에서 두번째로 JCI인증을 받는 것이다.

◇ 손창성 원장은

고려대 의대를 졸업해 동대학에서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본 동경여의대 심장센터와 미국 UC 샌디에고 소아심장과에서 연수를 받았고, 고대 안암병원 심혈관센터장을 거쳐 지난해 12월 병원장으로 임명됐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