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교육 통해" vs "도 넘는 악플 표현 자유 아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는 길고 긴 위원회 이름만큼이나 많은 피감기관을 감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방송통신위원회, 문화재청을 비롯한 피감 기관은 77개에 이른다. 24일 2주간의 국정감사는 끝나고 아쉬움은 남았다. 유독 정치적 쟁점이 많았던 문방위는 가장 주목받은 국감장의 하나다.

문방위 국감에는 스타 의원이 많았다. 이들 가운데 날카로운 송곳 질문과 정책 대안으로 반짝반짝 빛을 발한 초선의원도 있다. 문방위 국감에서 각을 세웠던 최문순 민주당 의원(비례대표)과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서울 금천)이 대표적이다.

방송기자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이들은 특히‘사이버 모독죄’도입을 놓고 국감현장에서 설전을 벌였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이들의 방을 각각 찾았다.

■ 최문순 민주당 의원 "초등학생도 가중처벌 할 것인가"

의원회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효리 웃음’으로 맞이하는 최 의원은 시골 아저씨 같은 서글서글한 인상이다. 실제로 강원도 출신인 최 의원은 노무현 정부에서 MBC사장을 지냈다.

그는 보좌관과 비서진에게 존댓말을 쓴다. 겸손함이 몸에 베인 모습이다. 최 의원은 보좌진과 협의가 오래걸리는 것으로 착각하고 기다린 기자의 입이 떨어지기를 5분 넘게 같이 기다렸다. 순박한 말투와 달리 ‘사이버 모욕죄’의 문제점을 짚는 그의 논거는 날이 서있다. 이번 국감에서 최 의원은 특히 ‘사이버 모욕죄’ 도입에 반대했다. 이유는 크게 세가지다.

그는 의도의 ‘순수성’을 가장 크게 의심한다. 최 의원은 “사이버 모독죄는 촛불 시민들에 대한 처벌 규정으로 시작했다”며 “반대에 부딪히다가 최진실 사건이 나자 거기에 얹혀서 해결하려는 문제 제기”라고 꼬집는다.

‘실효성’ 역시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14일 정보보호진흥원 국감장에서 특유의 ‘초등학생론’으로 이를 설명했다. 당시 최 의원은 “악성댓글을 추적해 작성자가 초등학생이었다면 처벌을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최 의원은 “황우석 사건 때 며칠간 악플이 수억개 달렸다”며 “피해자가 인지할 수도 없는 것을 경찰이 일일이 쫓아다니며 처벌할 것인가”라고 반문한다. 만드는 순간부터 무효화될 법 제정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법적 형평성’역시 공격 포인트다. 그는 국감장에서“특별히 사이버상에서의 모욕만 3배정도 강하게 처벌하자는 것인데, 휴대폰 모욕죄, 방송모욕죄, 신문모욕죄도 만들어야 하겠나”라고 말해 좌중을 긴장시켰다.

법치주의가 존중받는 나라에서는 명예훼손을 강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반론에도 그의 논리는 막힘이 없다. 최 의원은 “미국은 경찰의 공권력이 특히 강하지만 범죄 발생률이나 범죄의 질이 우리보다 좋으냐”며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폭력적인 방식으로 강압한다고 해서 범죄 발생률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며 둘 사이의 상관관계 역시 입증돼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안은 ‘문화’라는 설명이 새롭다. 현행법에 이미 있는 모욕죄와 명예훼손죄로 처벌하되 규제로만 해결이 안된다면 교육을 하고 문화를 바꾸는 운동을 같이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최 의원은 “방통위에 인터넷 문화 예산이 2억 5~6천만원 밖에 안된다”며 “처벌은 중하게 하고 문화를 바꾸는 일은 형식적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최 의원은 민주당의 언론인 몫 비례대표로 등원한 만큼 그에 충실한 의정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최 의원은 “민영 미디어랩 도입, 신방겸업 조건 완화에 제동을 건 것을 제외하고는 소리는 질렀지만 특별히 막아낸 것이 없다”고 국감활동을 아쉬워하면서도 “언론계 전체가 내 지역구라는 생각으로 공적 영역인 언론을 정부의 시장근본주의가 지배하는 것을 막아내겠다”고 말한다.

■ 안형환 한나라당 의원 "1만명 자유로 1명자유 침해는 부정의"

안형환 의원은 사진보다 미남이다. 반듯하게 빗어넘긴 머리와 180cm는 넘어 보이는 큰 키,허연 얼굴의 외모다. 훤칠한 그의 외양은 국정감사장에서 초선의원답지 않게 단호한 모습으로 질의하던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인터뷰 중간중간 호탕한 웃음을 보이는 그는 방송기자 출신답게 굵은 목소리로 말한다. 보좌관과 비서진을 대하는 것 역시 대기업 CEO나 배로 치면 선장의 모습을 닮아 있다. 안 의원은 확신에 찬 모습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도를 넘는 악플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다”라는 게 안 의원의 생각이다. “1만명의 자유는 소중하지만 그로 인해 1명의 자유라도 침해받는다면 이는 정의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안 의원은 14일 한국정보보호진흥원 국정감사에서 “익명뒤에 숨은 표현의 자유가 욕설의 자유, 또는 근거가 없는 비방의 자유까지 허용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별도의 다른 형태의 법규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잉입법 논란을 두고 안 의원은 오히려 의아해 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법안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무엇을 두고 과잉입법 논란을 벌이냐는 것이다. 안 의원은 “사이버 모욕죄의 구체적 입법 방식과 내용은 아직 당론으로 정해진 것이 없다”며 “법률심사 소위를 구성하고 당 6정조위하고 법무부, 관련 방송통신위등이 구체적인 협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아도 처벌할 것이냐는 반론에 안형환 의원실은 답이 있었다. 안 의원실은 본보와의 인터뷰를 대비해 만든 문건에서 “비친고죄(반의사불벌죄)로 형량을 무겁게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사이버 모욕죄를 도입하더라도 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게 함으로써 초등학생 처벌과 같은 부작용을 피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안 의원은 지나친 ‘정치 쟁점화’가 더 문제라고 본다. 안 의원은 “기준의 애매성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당할 가능성은 기존 오프라인상의 모욕죄, 명예훼손죄도 마찬가지”라며 “특별히 사이버 모욕죄의 적용기준이나 정치적 목적을 문제삼는 것은 그 문제제기 자체가 정치적 목적”이라고 반론을 편다. 그는“물론 한번 만들면 고치기 힘든 게 법률인만큼 신중을 기해야겠지만, 필요성에 대다수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첫번째 국감에 대한 그의 아쉬움은 진했다. 안 의원은 “원래 문화관광이나 콘텐츠 산업에 관심이 많아서 문방위에 들어왔다”며 “이런 것을 질의하고 문제점을 파헤치고 싶었는데 실질적으로 국감현장에서 여야 정치공방에 나몰라라 할 수 없었고, 정치현안에 발언하지 안을 수 없었다”며 아쉬워한다.

안 의원의 계획 역시 이런 생각에 기초해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의 고용없는 성장은 큰 문제”라며 “20~30년 뒤, 후대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문화, 관광, 콘텐츠산업으로 차세대 먹거리를 잘 준비하는 것에 일조하는 데 의정활동의 목표를 두겠다”고 말한다.

■ 약력

◇ 최문순 : 18대 국회의원(비례대표). 현 민주당 언론장악저지대책위 간사. 전 MBC 대표이사 사장. 서울대대학원 영문학 석사.

◇ 안형환 : 18대 국회의원(서울 금천). 현 한나라당 당 대표 특보. 전 KBS 보도본부 사건데스크.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행정학 석사.



김청환기자 ch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