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신의 조각과 음악의 융합 가능성 고찰한 논문으로 영예 안아, 그 외 3인의 우수 논문 수상

숙명여자대학교 문신미술관이 주최한 제1회 <문신저술상> 대상 수상자로 본지 자문위원인 김영호 중앙대 예술대학 교수가 선정됐다. 김영호 교수는 세계적 조각가 문신의 조각과 음악의 융합 가능성을 고찰한 ‘문신의 시메트리(symmetry) 조각에 나타난 음악성’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문신저술상>은 지난 4월 국내 최초의 작가 연구소인 <문신미술연구소> 개관을 기점으로 문신예술에 대한 연구풍토를 조성하고 기반확립을 통해 예술문화 발전에 기여한다는 취지에서 출범하였으며, 같은 달 저술상이 제공ㆍ공고됐다.

<문신저술상> 제정에 실질적 역할을 한 문신의 부인 최성숙 문신미술관 관장은 “‘예술가의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작업을 통해 보여주었던 문신 선생은 살아서 못 다한 예술세계를 부활시켜 민족문화와 더불어 영생하기를 갈망하였다”며 “문신저술상이 그 기반을 다지는 주춧돌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신저술상> 공고 이후 9월말까지 다수의 ‘문신예술 연구논문’이 제출됐으며, 1, 2차에 걸친 심도 있는 검토(심의) 끝에 지난 10월 말 수상자(대상, 최우수상,우수상)가 최종 확정됐다. 대상의 영예는 김영호 교수가 차지했으며, 최우수상은 나진희 씨(숙대 대학원 미술사학과 졸업)의 <문신의 기념조각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 우수상은 유성애 씨(한양대 대학원 철학과 수료)의 <예술의 정신성과 열린 텍스트- 문신 회화와 조각을 연결 짓다>, 한원 씨(동국대 문화예술대학원 예술경영학과 졸업)의 <환경조각과 문신> 등에 돌아갔다.

김복영 심사위원장(한국조형예술학회 회장, 전 홍익대 교수)은 “국내 대학 미술관이 실시한 최초의 학술상이자, 전국 미술관 사상 초유의 일”이라며 <문신저술상>의 의의를 밝히고 “응모자의 학술적 수준이 상당하고 학력에 걸맞는 연구의욕을 보여주어 학술콤페로서 가능한 일면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김 심사위원장은 특히 대상 논문에 대해 “문신의 조각과 그가 그토록 좋아하고 사랑했던 특정 음악간에 ‘공통형식’ 내지는 ‘배려의 논리’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입증하는 데 대부분 할애함으로써, 전후 프랑스의 최대의 미학자 에티엔느 수리오(E. SOURIAU)가 시도했고 미완의 과제로 남겼던 ‘비교미학’(l'esthetique comparee, 1947)의 이상과 꿈을 신예술에서 실현코자 했다는 평가를 받을만하다”며 극찬했다..

김영호 교수는 “문신의 조각이 음악과 맺게되는 관계성을 문신에게 헌사한 독일 작곡가들의 작품을 분석하는 것에서 출발, 문신 헌사곡에 나타나는 공통점을 ‘화(Unity)’라는 개념으로 설정하고 그 개념의 미학적 변주를 리듬, 음율, 조화, 통일 등으로 정리하고 또한 그 구조를 시메트리로 연결시켜 분석하였다”고 밝혔다.

김 교수 논문의 두드러진 특성은 문신 조각의 시메트리 구조를 음악의 악보에서 발견하고 일련의 작곡가들의 작품을 대상으로 그 구조를 그래프 상에 펼쳐 시각화함으로써 양자간에 설정된 시메트리의 구조가 시각적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내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김 교수는 문신 조각과 음악에 나타나는 시메트리의 구조가 바로 배려를 기초로 세워진 개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김복영 심사위원장은 “연구자는 문신에게 헌사했던 세편의 음악작품과 문신의 예술세계를 아우르는 통일성ㆍ선율ㆍ이미지의 요소를 중심으로, 이들간의 시메트리의 ‘동위구조’(isomorphism)를 밝히고, 여기에 보완해서 문신이 생전에 사랑했던 베베른과 도나토니의 음악적 시메트리가 그의 조각, 나아가서는 채화의 시메트리와 만나는 지점을 고찰하였다”며 “비교미학에서 나아가 ‘융합미학’의 원근법을 제시함으로써 문신연구를 위한 튼튼한 이정표 하나를 마련했다”고 논문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우수상, 우수상 논문에 대해서는 연구자들의 열정과 치밀한 전개 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문신 예술의 핵심에 대한 이해와 접근 방식에 좀 더의 보완을 주문했다.

<문신저술상> 시상식 및 심포지엄은 11월 21일 오후, 숙명여대 젬마 홀에서 열린다.



박종진 기자 jjpark@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