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신당추진 탄력, 청와대도 참모교체 등 총선 채비

[정계 빅뱅] 盧·崔의 전쟁

탈당·신당추진 탄력, 청와대도 참모교체 등 총선 채비

노무현 대통령과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를 양 축으로 하는 정계 빅뱅이 시작됐다. 한나라당에 강성의 최병렬 체제가 출범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던 민주당의 개편 움직임도 한층 빨라졌다.

이부영 의원 등 한나라당 개혁파의 7일 탈당 선언을 기폭제로 민주당 신 주류 측에서도 신당 창당 명분 등 발목을 잡고 있던 제반 요인을 걷어내고 조만간 거사에 나설 태세다. 외부에서 동인(動因)이 생긴 이상 더 이상 구 주류 측에 끌려다닐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민주당 구 주류 측은 대규모 당 사수 결의대회를 갖는 등 정계개선 회오리속에서 당 간판을 지키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여기에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대선공신 유효 기간은 6개월” 이라고 운을 떼는 등 1기 청와대의 8월 말 개편을 시사해 자신과 코드가 맞는 개혁 신당 창당을 위한 외곽 벽을 구축하기 시작했고, 재야ㆍ원로인사들도 새 정치주체 결집을 촉구하는, 사실상의 신당 지지 기자회견을 가졌다.

신ㆍ구 주류가 도저히 손잡기 힘든 양상으로 빠져든 데다 강운태 의원 등 중도파의 중재안도 양쪽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한 상태에서 민주당의 분당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된 느낌이다. 노무현 정권 출범 직후부터 끊이지 않았던 정계개편의 불씨가 민주당 내부가 아닌 외부의 한나라당 최병렬 체제 출범에서부터 지펴지고 있는 것이다.


민주당 신 주류, 사실상 분당선언?

분란이 거듭되고 있는 민주당은 사실상 분당상태다. 구 주류와 신 주류는 연일 세 대결을 통한 힘겨루기 양상을 거듭하고 있는데, 신 주류 측에서는 어차피 분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빨리 깨끗이 헤어지자는 의견이 다수다. 특히 김원기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강경파는 노심(盧心)을 바탕으로 신당 창당을 위한 실제 행보에 옮기고 있다.

당내에는 정대철 대표를 정점으로 여전히 중앙당의 모습은 띠고 있지만, 김원기 신당 추진모임 의장이 이끄는 신당파는 당 밖에서 신당 창당을 위한 주비위 성격의 활동을 시작했다. ‘당 밖의 당’인 셈이다.

최근 여의도 민주당사는 집권여당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썰렁한 분위기다. 이미 당직 인선에서 제외된 구 주류들은 특별히 당을 오갈 이유는 없지만 정 대표와 이상수 사무총장 방을 부지런히 들락이던 신 주류 측 인사들도 아예 당사 출입을 않고 있다. ‘진짜 당사’가 바로 길 건너편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바로 국회의사당 104호실이다.

신당추진위원회가 김 의장을 중심으로 회의를 주재하는 신당 예비 당사다. 신당파들의 회의가 있는 날이면 이곳은 종일 시끌벅적하다. 김 의장을 비롯해 이해찬 신기남 이상수 이호웅 이재정 정동채 천정배 김희선 유재건 남궁석 의원 등 10명이 넘는 신당파 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신당 추진 일정을 논의한다. 참여 의원들의 면면만 놓고 보면 거의 주요 당직자 회의 수준이다.

이들 ‘김원기 파’의 움직임을 보면 분당 반대를 주장하는 정 대표의 동선(動線)과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김 의원 쪽은 신당을 위해서는 분당도 감수할 수 있다는 강경파가 대세를 이루고 있어 정 대표 쪽의 입지가 차츰 축소되는 것 같다. 정 대표는 분당불가를 위해 중도성향 의원들도 자주 만나 결집을 위한 역할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때 대표가 중심을 잡지 않고 한쪽 편을 들고 있다는 비판을 구 주류 측에서 받은 정 대표는 요즈음 신 주류 측에서 ‘변절자’란 소리를 듣는 상황으로 변했?

결국 구 주류들의 당 사수의지가 끝까지 이어져 통합의 기운이 확산되지 못할 경우 민주당의 무게중심은 현 민주당사의 정 대표 쪽에서 국회 104호실의 김 의원 쪽으로 조금씩 조금씩 넘어올 전망이다.


구 주류, 세 결집 통한 민주당 사수 천명

김원기 의원 모임에 참여하는 의원 수가 차츰 늘어나면서 구 주류 측도 “이미 루비콘 강을 건너갔다”는 분위기이다. 이들은 최근 텃밭인 광주 구동체육관에서 당초 예상보다 많은 5,000여명(경찰 추산)이 모인 가운데 민주당 해체를 전제로 한 일체의 신당논의를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구 주류 측은 결의대회 후 정통모임 만찬을 갖고 공천문제와 청와대의 통합신당 보장 등을 거론했다. 이들은 상향식 공천을 실시하되 국민경선이나 전 당원 투표, 기간당원 투표제 등 택일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으며 당밖 세력과의 합당시 7:3 및 8:2 지분분할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아직도 구 주류 측은 신 주류와의 대화채널을 열어두고는 있지만 신 주류의 독자추진 강행에 맞서 7월 10일께 대전 공청회 및 결의대회를 갖기로 계획하는 등 민주당 간판 사수를 위한 세몰이를 전국으로 확산시킬 방침이다.

정통모임 대표인 박상천 최고위원은 “당의 승인이나 결의없이 당 해체를 전제로 한 신당기구를 띄우는 것은 해당행위이며 징계사유”라며 “합리적 절충은 하겠지만 신당을 전제로 한 조정위에 들어가서는 안된다는 게 정통모임의 다수 이견”이라고 못박았다. 한화갑 전 대표도 “논쟁을 접고 전당대회를 통해 새로운 지도체제를 구성해서 당내 문제를 해결해야 결말이 난다”며 “상향식 공천에 대해 중앙당에서 공천자를 결정치 않고 지구당에서 뽑는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지리한 신ㆍ구 주류의 세대결은 이렇듯 당 내부에서는 쉽게 결론지어지기 힘들어 보인다. 결국 한나라당의 탈당파와 당밖의 재야세력, 청와대에서 떨어져 나온 노 대통령의 측근들이 외부에서 먼저 손을 잡고 민주당 외곽을 허무는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탈당파, 옛 동지들 품으로…

민주당 신ㆍ구 주류간 끝없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와중에 먼저 치고 나온 것이 한나라당 탈당파. 이부영 이우재 의원을 비롯 김영춘 김부겸 안영근 의원 등이 개혁신당의 깃발을 높게 쳐 들었다. 이들의 탈당으로 민주당 신당 창당의 속도는 앞으로 지지부진함을 씻고 가속화할 게 분명하다.

최병렬 대표의 전언에 따르면 이부영 의원 등 한나라당 탈당파는 당밖에서 기다리는 동지들의 뜻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말로 ‘당내 잔류 후 개혁’ 제의를 거절했다. 당밖 동지란 민주당 안팎에서 개혁신당을 만들려는 세력이다. 한나라당에 있던 인사들마저 개혁신당을 위해 과감히 뛰쳐나왔는데, 하물며 중심이 돼야 할 민주당 신주류가 우물쭈물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탈당파는 우선 노무현 대통령이 한때 몸담았던 옛 꼬마민주당 시절 동지 이철 장기욱 전 의원 등과 손을 잡고 결사체 성격의 모임을 만든 뒤 민주당 신당파나 민주당 외곽 신당추진 세력인 개혁신당추진연대회의(신당연대) 등과 연대를 그리고 있다.

이들 세력은 7월1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국민참여신당 왜 필요한가’라는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 신당의 밑그림을 국민에게 설명한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날 토론회가 신당 세력간 연대를 공식화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이며 이는 곧 민주당의 분당을 재촉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여기에 강원룡 평화포럼 이사장과 송월주 전 조계종 총무원장 및 시인 김지하씨 등 각계 원로 10명은 7월3일 시국선언을 발표하고 새 정치주체 결집을 촉구했다. 사실상 새로운 신당 참여를 주문하는 내용이다. 특히 강 이사장은 조만간 김원기 의원과 회동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그 결과에 대해 정치권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물론 아직 모든 개혁세력을 아우르는 연합신당의 출범까지는 난관이 많다. 당장 민주당 신당파는 민주당 법통을 안고 가는 통합신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으나, 한나라당 탈당파와 신당연대는 선도적 탈당을 압박하면서 ‘개혁신당’에 마음을 두고 있다. 또 한나라당 탈당 의원들은 8월 말 교섭 단체 구성을 밀어붙이려 하지만 민주당 신당파는 시간을 충분히 갖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내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청와대, 386 내보내고 실전용 장관도 총투입

한나라당의 총선체제 정비에 따라 노 대통령의 수족 격인 청와대 참모진도 신당을 위시한 총선전에 서서히 출전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노 대통령은 7월4일 수석ㆍ보좌관 회의에서 “대선 공신의 유효기간은 6개월 또는 1년”이라며 “총선 출마 등 정치적 진출에 뜻을 둔 사람은 업무의 연속성을 감안할 때 8월쯤 까지는 정리해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청와대가 출범 6개월만에 전면 개편의 뜻을 밝히고 나선 것은 그간의 국정운영의 혼선에 대한 시스템 재점검 차원에다 신당 창당에 맞춘 노 대통령 측근의 전면 재 배치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총선 출마 예상 비서관들의 움직임이 주목되고 있다. 이동 예상자들로는 문학진 박재호 김용석 박기환 천호선 김현미 김만수 윤훈렬 조광한 비서관 등이 자천타천으로 거명된다. 이들 외에 연말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다 총선을 앞두고 막바로 뛰어들 참모 군도 있다.

청와대 비서진의 개편 이야기와 맞물려 개각설도 떠오르고 있다. 신당에 기존 정치인과는 색깔이 다른 중진급 인사의 참여 확대를 위해서다. 이 경우 김두관 행자, 강금실 법무, 권기홍 노동, 이창동 문화관광부 장관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이들 외에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문재인 민정수석과 이광재 상황실장도 전선(총선)으로 내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다고 한다.

정치인으로만 꾸려지는 신당으로는 국민 전체의 지지를 이끌어 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 상대적으로 ‘정치적 때’가 덜 묻은 행정 각료 및 청와대 비서관 등을 합류시켜 다원적 다면적 신당의 모습을 유도하겠다는 계산이 포함된 것 같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누가 언제 어떻게 합류할 지는 아직 결정된 사항이 없다. 결국 노 대통령의 하계 휴가가 끝나는 8월 초가 지나야 어느 정도 윤곽이 가려질 전망이다.

염영남기자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