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편견을 버리고 바퀴벌레를 들여다보니…


■ 바퀴벌레
데이비드 조지 고든 지음/ 문명진 옮김/ 뿌리와 이파리 펴냄.

지구상에서 인간이 가장 미워하는 생물은? 인간이 가장 더럽다고 여기는 곤충은?

이 책은 위 물음의 정답인 바퀴벌레에 관한 책이다. 좀 더 친절하게 말하면 곤충전문가가 쓴 바퀴벌레에 대한 백과사전이다. 또 일반인과는 달리 바퀴벌레를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점에 주목한다면 바퀴벌레를 위한 유쾌한 변론서라 할 수도 있겠다. 지은이는 바퀴벌레를 생물학적으로 해부한 데 그치지 않고, 바퀴벌레의 일생-태어남, 먹이, 섹스, 죽음-, 바퀴벌레가 영화 음악 드라마 문학작품 등 인류 문화에 끼친 공헌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몰랐던 그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펼쳐낸다.

따뜻하고 습한 곳을 좋아하는 바퀴벌레는 초여름 장마철에 창궐한다. 한 마리의 바퀴벌레가 4,500만 마리로 자기분열하는 엄청난 번식력을 자랑한다. 핵 전쟁이 일어나 인류가 멸망해도 결코 멸종하지 않고 끈덕지게 버틸 만큼 생명력도 강인하다. 바퀴벌레는 지질시대인 고생대 석탄기 때부터 번성하기 시작해 현재 지구 곳곳에서 4,000여종이나 서식하고 있다. 4억년 이상을 생존해왔으니 바퀴벌레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지구의 정복자요, 환경적응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지은이는 우리들 머리 속에 들어있는 ‘바퀴벌레=해충’이라는 단정을 거부한다. 바퀴벌레에게 이로운 점도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을 위해 실험대상이 되고, 의약품의 원료나 동물의 먹이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바퀴벌레=더럽다’는 연상에도 고개를 젓는다. 이는 오랜 타성일 뿐이라는 게 지은이의 믿음이다.

인간이 바퀴벌레에 가지고 있는 오만과 편견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는 예라는 게 지은이의 생각이다. 왜냐하면 물론 아무도 내켜하지 않겠지만- 자세히 관찰해 보면 바퀴벌레는 평소에 늘 몸단장에 신경을 쓰는 아주 청결한 곤충이다.

마지막으로 인간에 대한 바퀴벌레의 항변. “우릴 볼 때마다 괴성을 지르고 전화번호부를 집어드는 이유가 도대체 뭐야? 혐오스럽다면서 영화나 음악은 물론이고, 드라마 심지어 문학작품에까지 우리를 등장시키는 이유는 뭔데? 우리가 더럽다고? 턱도 없는 소리! 평소에 다리와 더듬이를 항상 깨끗하게 핥는 우리에게 인간들이 그런 말 할 자격이 있어? 겉으로만 깨끗한 척하는 인간들이란 족속들!”

최성욱 기자


최성욱 기자 feels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