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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광로와 함께… 포스코 30년

'영일만 신화'가 이룩한 철강强國



허허벌판 영일만에 제철소 골격이 갖춰지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



“철은 산업의 쌀이오. 쌀을 만들어야 밥을 지어 먹지 않겠소.”

1960년대 국가 산업 발전을 위한 최우선 조건으로 종합제철 건설계획을 세웠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제철 철학’을 입에 달고 살았다. 자유당 시절인 1958년에 종합제철 건설계획은 시작됐지만 정치적 혼란과 자금부족으로 그 짐은 3공화국으로 넘어갔다.

그로부터 10년쯤 뒤인 1967년 박정희 대통령의 뜻을 받은 박태준 당시 대한중석 사장(포항제철 명예회장)은 종합제철 건설계획의 진두지휘를 맡았다. 그리고 ‘영일만 신화’ 창조를 위한 준비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제철소 건립은 공사건설 자금을 대기로 했던 대한국제차관단이 돌연 취소하면서 여론의 비판 등에 밀려 건설 중단위기를 맞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이때 빛을 발한 게 박 명예회장의 투지와 열의였다. 그는 일제 강점기 37년의 보상으로 받기로 한 대일 청구권 자금을 제철사업으로 전용할 계획을 세웠다. ‘하와이 구상’으로 불린 이 사업계획은 박 전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지만 일제에 희생당한 선열의 피로 종합제철을 건설한다는 책임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박 명예회장 이하 모든 직원들은 “실패할 경우 좌향좌 해 영일만에 빠져 죽어도 용서 받지 못한다”는 ‘좌향좌 정신’으로 시련을 이겨냈다. 1973년 6월9일 오전 7시30분. 포항제철의 첫번째 용광로가 가동됐다. 한국의 철강신화는 그렇게 시작됐다.


연산 103만톤에서 3,000만톤 시대로



포스코가 일관제철 설비 가동 30년 만에 철강 생산 3,000만 톤 시대를 눈앞에 두고 있다. 지금부터 30년전인 73년 7월3일 연산 103만 톤 규모의 포항제철소 1기 설비를 준공한 포스코는 이제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로 우뚝 섰다. 세계 철강업계는 포스코의 성공을 ‘영일만의 신화’라고 부른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4월 포스코를 5년 연속 철강부문 최고기업으로 선정하고, 포천지도 철강부문의 존경 받는 기업 1위로 꼽는 등 포스코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973년 6월9일 아침 7시30분경 숨막히는 긴장감속에 출선구를
뚫자 새빨간 쇳물이 태양같이 밝은 빛을 발하며 쏟아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처음으로 용광로에서 쇳불이 쏟아지는 순간이었다.

포철 1기 설비를 가동한 73년만 해도 포스코의 조강 생산량은 44만9,000톤에 불과했다. 그러나 포철 3기, 광양제철소 4기, 광양 5고로 등의 증설로 이미 2,800만 톤 체제를 넘어섰고 2005년에는 파이넥스 설비 상용화와 설비 합리화로 3,000만 톤 시대를 맞을 전망이다.

올해로 가동 30주년을 맞은 포철 1기 설비는 제철산업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국내 산업 전반에 걸쳐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히 포스코가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설비 가동 1년 만에 242억 원의 흑자를 시현한 이래 지금까지 매년 흑자를 달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는 30년 만에 자산규모 125배,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287배, 239배로 성장했다. 비록 매출액은 아르셀로, 신일본제철 등 경쟁사들보다 적지만 영업이익은 2~5배가 많아 철강업계 수위를 차지했다.

자기자본비율도 73년 당시 40.6%에서 올 6월말에는 66.4%로 늘어나는 등 국내 최고 수준의 재무 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는 88년 국민주 1호로 공개된 이래 94년 뉴욕증시, 95년 런던증시에 국내 최초로 잇따라 상장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의 대표 주자로 인정 받고 있다.

특히 포스코는 1994년 10.3%에 불과하던 외국인 주주가 현재 60%를 훨씬 넘어설 정도로 자본의 글로벌화에도 성과를 이뤘다.


자동차ㆍ조선산업 성장의 일등공신



포스코의 성장은 국내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쳐 각 부문의 성장과 글로벌화를 선도해 왔다. 포스코는 30년간 총 4억1,878만 톤의 철강재를 생산, 우리나라를 세계 5위의 철강 생산국으로 이끌었다. 노사화합의 전통과 뛰어난 원가·품질 경쟁력을 바탕으로 조강생산량에서 98년과 99년 신일본 제철을 제치고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전체 생산량의 72%를 국내시장에 공급해 조선, 가전, 자동차 등 주요 수요산업이 세계시장에서 각각 1, 2, 6위로 성장하는데 원동력이 됐다. 또 이중 28%는 수출해 국제수지 개선에도 기여했다.

그 동안 생산한 열연코일은 1억7,128만 톤으로 이는 두께 1.8mm, 폭 1,050mm를 기준으로 산정할 때 지구 둘레를 289바퀴 감을 수 있는 규모다. 선박과 건축에 소요되는 후판은 여의도 63빌딩 2,331개를 건설할 수 있는 5,376만톤이, 선재제품은 직경 5.5mm로 환산할 때 지구에서 달까지 218번 왕복할 수 있는 3,050만톤이 생산됐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냉연제품은 소형 승용차 2억8,073만대를 만들 수 있는 1억843만 톤이 포스코의 용광로에서 만들어졌다.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기업으로 거듭나면서 세계 일류기업의 발판을 다졌다.

포스코는 회사 설립부터 86년까지 정부가 출자한 종자돈 2,205억 원(현재가치 환산 4조8,000억 원)에 대해 2000년 10월 초까지 배당 2,744억 원, 주식매각 및 양도 3조6,155억 원 등 총 3조8,899억 원(현재가치 환산 6조9,000억 원)을 정부에 되돌려 줬다. 특히 포스코는 민영화를 통해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소유와 경영이 철저히 분리된 이상적인 경영체제를 마련, 공기업들에게 성공적인 민영화 모델로 평가 받고 있다.


글로벌 우량기업 목표, 디지털 경영체제로



포스코는 이제 글로벌 우량기업을 목표로 또 한 차례 도약을 모색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무수익, 저수익 자산의 과감한 구조조정과 경영효율 극대화를 위한 전사적인 프로세스 혁신(PI : Process Innovation), 디지털 경영체제 구축 등 경영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8년부터 추진해온 프로세스 혁신은 업무 프로세스를 고객 중심으로 재설계해 포스코를 세계 철강회사 최초로 디지털 경영체제로 전환했다.

포스코는 이 같은 과학적인 방법으로 업무 체계를 전환하고 경영효율 극대화를 위한 ‘6시그마’ 활동을 적극 전개하고 있다. 6시그마 컨설팅사인 IBM BCS는 “포스코가 2006년까지 총 5,190여 과제를 완료하면 품질향상, 경비절감 등으로 약 9,000억 원의 재무성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또 철광석과 유연탄을 가루 형태로 사용하는 파이넥스 설비가 완료되는 2005년에는 환경 친화적 기업으로의 변신을 예고하고 있다. 이원표 포항제철소장은 “포스코의 경쟁력을 따라잡기 위해 해외 경쟁사들은 국경을 초월한 합병으로 경영효율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도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경쟁력 제고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장학만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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