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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검색어에 비친 세상

대박에 열광하고 사스에 떨었다
상반기 검색순위 '로또' 1위






‘노풍’을 등에 업고 참여 정부가 첫 발을 내디뎠고,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과 사스(SARS)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경제는 내내 불황에 시달렸다. 2003년 상반기는 그렇게 시쳇말로 다사다난했다.

1020세대가 주축이 된 네티즌들은 이런 무겁고 음침한 주제에도 관심을 보이긴 했지만, 보다 가볍고 희망적인 주제에 더 열광했다. 사회의 거울이 된 인터넷 검색어 순위에서 이런 경향은 두드러진다. 인터넷 검색엔진 네이버와 엠파스를 통해 올 상반기를 되돌아 보자.


상반기 키워드는 단연 로또



발 디딜 틈 없는 출근길 지하철 안. 출근 인파에 밀려 문 밖으로 떠밀린 한 여성이 빙긋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내겐 희망이 있다.” ‘로또’ 광고처럼 서민들은 상반기 내내 800만분의 1의 확률을 뚫고 언젠가는 당첨될 수 있다는 희망에 매달렸다. 지난해 12월 첫 발매된 이후 4월 19회차 때 407억원의 당첨금을 독식한 이가 나오며 ‘대박 열풍’은 극에 달했다.

“국민 모두를 사행심에 빠지게 한다”는 비판 여론도 높았지만, “단 돈 2,000원으로 샐러리맨의 한 주를 즐겁게 하지 않느냐”는 옹호론도 만만찮았다.

전체 검색어 순위에서 ‘로또’가 네이버, 엠파스 모두 1위에 오른 것은 당연했다. 네티즌들은 도대체 어떤 이가 1등에 당첨됐는지를 알기 위해, 어떻게 하면 1등에 당첨될 수 있는 지를 보기 위해 검색어 입력난에 부지런히 로또를 두드려 댔다. ‘꿈해몽’이 엠파스 검색 순위 20위, 네이버 27위에 오르고, ‘운세’가 네이버 97위를 차지한 것도 모두 로또의 영향이었다.

다른 사행 산업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졌다. 로또의 최대 피해자라는 ‘복권’이지만 여전히 네이버 75위에 올랐고, 경마(82위) 경륜(88위) 등이 뒤를 이었다.


불황, 남의 일 아니다



정치에 철저히 무관심한 네티즌들도 직접 피부에 와 닿는 불경기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상반기에 가장 관심을 끌었던 것은 역시 부동산(엠파스 10위, 네이버 16위). 6월을 고비로 한 풀 꺾이긴 했지만, 연일 치솟는 부동산 가격은 부자들에겐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었고 집 없는 서민들에겐 좌절이었다.

‘중고차’(엠파스 19위, 네이버 21위), ‘가격 비교’(엠파스 30위, 네이버 47위), ‘공동 구매’(엠파스 48위, 네이버 71위), ‘대출’(네이버 93위) 등의 검색어가 인기를 얻은 것도 불황의 한 단면이었다. 하이닉스반도체나 SK글로벌 등 상반기 우리 경제에 큰 짐이 됐던 두 기업의 처리 방향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로또 광풍과 사스 공포가 2003년 상반기를 휩쓸었다. 임재범 기자

비록 통합 검색어 순위에는 들지 못했지만 네이버 뉴스 검색 순위에서 두 기업은 각각 9위와 11위를 기록했다.

청년 실업자 36만명, 실업률 7.2%. 극심한 불황 속에 일자리를 찾기가 어려워진 젊은이들에게 주요 관심사는 취업일 수밖에 없었다. ‘아르바이트’(네이버 4위, 엠파스 8위) 자리를 찾으려는 이들이 숱하게 인터넷을 들락거렸고, ‘취업’(엠파스 14위, 네이버 26위)에 혈안이 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이력서’(네이버 56위) ‘자기소개서’(67위) ‘토익’(84위) 등 취업 준비를 위한 검색어들도 순위에 들었다.


사스에 떨고, 누드에 열광했다



‘괴질’이라는 공포스런 이름으로 처음 등장했던 ‘사스(SARS)’는 상반기 사회적으로 가장 큰 관심사였다. 비록 우리나라는 ‘사스 안전지대’로 통했지만 가벼운 감기 몸살에도 사스를 의심하는 등 전국이 ‘사스증후군’에 휩싸였다.

여행 및 항공 업계가 상반기 내내 사스 여파로 몸살을 앓고, 고려제약 엔바이오테크 등의 업체들이 사스 수혜주로 각광을 받았다. 엠파스 검색 순위에서 4위, 네이버 뉴스 검색어 순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

미국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난 ‘이라크전’(엠파스 9위)이나 정보 인권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ㆍ네이버 뉴스 7위) 등에 대한 네티즌들의 관심도 뜨거웠다.

문화적으로는 여전히 ‘엽기’(엠파스 21위)가 각광을 받은 가운데 ‘누드’ 열풍이 거셌다. 대부분 검색엔진이 ‘누드’ 등 청소년 유해 검색어의 경우 순위에서 배제하고 있지만 이를 비껴간 ‘누드사진’이 엠파스 순위 40위에 오른 것이 이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올 상반기 성현아를 시작으로 그룹 룰라의 전 멤버 김지현, 영화배우 권민중, 그리고 가수 겸 탤런트 이혜영까지 줄줄이 누드 대열에 합류했다.

주5일 근무제 확산으로 주말 여행객들이 늘어나면서 지도(네이버 엠파스 각 7위), 날씨(네이버 14위, 엠파스 17위), 철도청(엠파스 15위) 등의 검색 순위도 높아졌다.


인라인을 타며 디카 찰칵



전국에 깔린 휴대폰 4,300만대. ‘1인 1휴대폰 시대’라지만 여전히 젊은이들의 휴대폰 사랑은 식지 않는다. 새로운 기능을 갖춘 모델은 출시되기 무섭게 히트 상품으로 각광받는다. ‘핸드폰’이 네이버와 엠파스에서 각각 검색 순위 10위와 11위를 차지할 정도. ‘나 만의 소리’에 열광하는 네티즌들 덕에 ‘컬러링’(네이버 31위, 엠파스 43위), ‘벨소리’(네이버 41위) 등의 검색어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상반기 최고 히트 상품은 ‘인라인 스케이트’(엠파스 16위, 네이버 91위)와 ‘디지털 카메라’(엠파스 38위, 네이버 42위)였다. 휴일이면 한강 고수부지와 공원 산책로는 날렵한 복장을 한 ‘인라인 족’들로 북적거렸고, 길 거리에서 혹은 식당에서 장난처럼 자유롭게 셔터를 눌러 대는 ‘디카 족’들도 부쩍 늘어났다.

‘인라인 족’과 ‘디카 족’을 위한 인터넷 동호회도 어림 잡아 수십 곳이 생겨났다. 인라인 스케이트와 함께 새로운 레포츠로 각광받는 바퀴 달린 운동화 ‘힐리스’(네이버 61위) 열풍도 대단했다.


나라 짱 vs 보아 짱



상반기 연예계 인기 판도의 특징은 여자 연예인들이 남자 연예인을 압도했다는 것. 인물 검색 순위 상위권은 모두 여자 연예인들이 점령했다.



인라인 스케이트 인구 폭발(좌), 보아와 장나라가 가요계의 짱으로
쌍벽을 이뤘다.(중)여자 연예인의 누두가 짧은 시간에 가장 높은
인기검색어중 하나가 됐다.(우)

섹시함 대신 친근함을 무기로 내세운 가수 겸 탤런트 장나라(네이버 35위)와 일본에서의 폭발적인 인기를 등에 업은 가수 보아(네이버 45위)가 쌍벽을 이룬 가운데 핑클의 멤머 이효리(엠파스 36위), ‘산장 미팅’ 코너에서 벼락 스타가 된 임성언(엠파스 41위, 네이버 50위)이 호시탐탐 1위 자리를 노렸다. 성현아(네이버 40위)는 누드집으로 네티즌들의 관심을 모은 경우. ‘H양 비디오’ 파문으로 법정 소송까지 갔던 함소원(네이버 83위)도 많은 주목을 받았다.

남자 연예인 중에서는 곱상한 외모와 탁월한 춤 실력으로 10대 소녀들을 열광케 한 신인 가수 세븐(네이버 46위)과 그룹 신화(네이버 70위) 정도가 명함을 내밀었을 뿐이다. 드라마 올인의 연인 사이에서 실제 연인 사이로 발전한 이병헌과 송혜교는 네이버 뉴스 검색 순위에서 각각 16위와 13위를 차지했고, 동성애 갈등 끝에 자살한 홍콩 배우 장국영(네이버 94위)이 해외 인물 중에는 유일하게 순위에 올랐다.

네티즌들이 1020세대에 치중된 탓인지 연예인을 제외한 인물은 순위에서 찾기 힘들었다. 미 메이저리그에서 ‘코리안 거포’의 위력을 뽐내고 있는 최희섭이 네이버 뉴스 18위, ‘그 놈은 멋있었다’ 등의 인터넷 소설 작가로 주가를 높인 귀여니가 네이버 인물 순위 20위를 차지한 것이 고작이었다.


'올인', 상반기 최고 문화 콘텐츠



상반기 최고의 문화 콘텐츠는 한 겜블러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 ‘올인’(네이버 22위)이었다. 다소 현실성이 떨어지는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이병헌과 송혜교의 가슴 절절한 사랑에 연일 눈물을 훔치며 40%를 넘나드는 시청률을 안겨줬다. 드라마 덕분에 촬영 배경이 된 제주 섭지코지가 주요 관광 상품으로 떠올랐고, 블랙잭 등 카지노 게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세대 교체 이후 시청률이 많이 하락하긴 했지만 뭇 남성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던 ‘야인 시대’(네이버 43위), 숱한 혹평 속에서도 막을 내릴 때까지 30%대의 시청률을 유지한 ‘인어 아가씨’(네이버 54위)가 뒤를 이었다. 영화 중에서는 전국 500만명 관객을 돌파한 ‘살인의 추억’(네이버 92위)이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게임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은 검색어 순위에서 늘 상위를 차지하는 종목. 개인간에 파일을 교환할 수 있는 ‘당나귀’가 엠파스 순위에서 종합 2위를 차지할 만?큰 인기를 누렸고, 온라인 게임의 절대 강자로 등장한 ‘리니지’는 네이버에서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a3’(네이버 3위) ‘크레이지아케이드’(5위) ‘테일즈위버’(6위) ‘뮤’(8위) ‘릴’(9위) 등도 상위권에 포진했다. 30대 이상 네티즌들의 복고 열풍으로 ‘고전 게임’(네이버 17위, 엠파스 39위)이 인기를 끈 것이 이색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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