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인간 관찰자의 흥미로운 발견


■ 육안으로 바라 본 털없는 원숭이
데스먼드 모리스 지음/이충호 옮김/두레 펴냄.

동물학자 데스먼드 모리스는 지난 30여년간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인간이라는 종(種)을 관찰, ‘털없는 원숭이’를 비롯한 16권의 책을 내놓았다. 그에게 ‘인간 관찰자(manwatcher)’라는 별명이 따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데스먼드의 책은 그러나 다소 학술적이고 무거운 주제를 담고 있었던 탓에 탐사과정에서 목격한 각 나라의 문화적 현상차이 등 흥미로운 뒷얘기들을 담아내지 못했다.

이 책은 그가 281차례에 걸쳐 76개국을 탐사하면서 보고 겪었지만 기록으로 옮기지 못해 아쉬움으로 남아있던 뒷얘기들을 모은 일화집이자 회고록 성격의 책이다.

지은이는 독자들을 전세계 곳곳으로 끌고 다니면서 상이하고 대조적인 다양한 인간들의 모습을 재치있는 솜씨로 생동감 있게 보여준다. 지은이가 본격적인 인간 탐사에 나선 지역은 남지중해의 작은 섬 몰타였다. 프리섹스가 유행하던 1960년대의 런던에서 온 지은이는 먼저 이곳의 심한 검열과 종교 지도자들의 막강한 권력에 놀란다.

당시 몰타는 발자크, 스탕달, 졸라같은 대가들의 책이 금서로 지정됐으며, 교회에서는 인간의 성을 적나라하게 분석했다는 이유로 그의 저서 ‘털없는 원숭이’를 조직적으로 불사른 세계 유일한 장소였다. 교회의 영향력이 사회 구석구석까지 미치는 반면, 담벼락이나 지붕 위에 황소뿔을 얹어 놓기도 하고, 성당들의 현관에 두개의 시계를 걸어 놓는 등 미신을 믿는 경향도 강했던 것.

지은이는 이 곳 몰타에서의 경험을 통해 ‘왜 많은 인간들의 행동들이 보편적인 반면, 왜 어떤 행동들은 그렇게 차이가 날까’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그리고 바로 그 답을 구하려고 세계 곳곳을 여행하기 시작한다. “새로운 것을 찾는다고 해서 항상 흥미로운 발견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흥미로운 발견에는 아예 가까이 갈 수 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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