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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미의 홀인원] 텃세 혹은 질투



18홀 그린 옆에 위치한 스코어카드 접수처에 3라운드를 마친 미셸 위와 그녀의 아버지 위병욱씨가 나란히 들어가 20여분간 미국골프협회(USGA)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눴다. 무슨 일일까?

미셸 위의 동반자인 다니엘 아모카포니(미국)가 퍼팅 라인을 읽고 있을 때 미셸 위가 잠시 움직였다. 곧 이어 아모카포니는 미셸 위가 컵 뒤로 돌아가면서 자신의 퍼팅 라인을 밟았다며 미셸 위를 떠밀며 항의했다. 아모카포니는 18홀 홀아웃을 하자마자 미셸 위의 퍼팅이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관행적으로 하는 포옹도 안 한 채 그냥 그린을 내려갔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아모카포니는 스코어 카드를 내면서도 미셸 위에게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 이 사건은 미셸 위의 유명세에 따라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그 여파가 커지자 USGA가 직접 중재에 나섰다.

3라운드서 장정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 장정이 공동 3위에 오를 정도로 선전하자 동반자였던 리타 린들리(미국)가 괜한 트집을 잡았다. 12번홀에서 장정이 버디를 낚는 순간, 그의 코치가 “나이스 버디”를 외쳤고 장정은 평소 습관대로 한국말로 화답 했다. 그러자 린들리는 “경기 도중 코치를 받으면 안된다”고 소리를 쳤다.

한마디로 텃세다. 누구든지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상대방의 심통(?)으로 인한 텃세를 겪어 봤을 것이다. 이런 텃세는 자신보다 앞으로 잘 칠 것 같은 사람에게 대한 ‘견제’라고 할 수 있다.

골프를 못 치면 이런 견제도 안 들어온다. 못치는 사람들은 오히려 격려를 받는 경우가 많다.(그래서 필자도 개인적으로 골프장에서의 격려는 좋아하지 않는다) 평소 맘씨 좋은 사람도 골프장에서는 변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신이 안 맞는 데 내기를 하고 있는 상대가 너무 잘 치면 질투가 나게 마련이다. 그러다 보면 자연히 상대방에게 괜한 트집을 잡게 된다.

미국 여자프로골프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이 선전을 펼치면서 적잖은 견제를 받는 게 사실이다. 이번 US오픈에서도 미국 선수들은 코리안 돌풍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13살 밖에 안된 한국의 꼬마가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차지하고 있으니 질투가 날만도 하다.

이처럼 미국 투어에서 적응하려면 한번쯤은 텃세를 극복하는 과정을 겪어야 한다. 예전 박세리와 김미현도 미국 진출 초기에 유사한 경험을 했다. 어디를 가든 현지의 텃세를 이겨내야 크고 강한 선수가 될 수 있다.

타이거 우즈도 흑인이라는 이유로 명문 골프장에 출입을 못했을 때가 있었다. 정확히 얘기하면 타이거 우즈가 흑인이라 출입이 안됐다기 보다는 흑인이 너무 잘 쳤기 때문이다. 초기의 이런 모멸감이 오늘의 강한 타이거 우즈를 만들었다.

이런 식의 차별과 텃세는 내가 발전 가능성의 소유자이기 때문에 나오는 주위의 시샘으로 현명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어쩌면 선택 받은 자의 숙련 과정이라고 봐도 된다. 그렇게 해서 월드 스타로 성장하면 더 이상의 텃세는 없다. 이 때부터는 오히려 상대방이 더 친해지려고 다가 온다.

미셸 위를 보면서 마음이 아팠다. 어린 나이에 그런 일들이 창피하게만 느낄 수도 있는데 애써 자기 감정을 숨기는 모습을 보려니 대견한 생각도 들었다. 크게 성장하기 위한 하나의 과정이라 보고 있다.

국내에서도 텃세에 얽힌 유명한 일화가 있다. 톱 프로인 M선수는 텃세를 선수에게 직접 부리지 않고 그 선수의 캐디를 호되게 꾸짖는 방식으로 하기로 유명하다. 캐디는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말이다. 그러면 상대 선수는 자꾸 캐디에게 신경을 쓰게 돼 집중력이 흐트러지게 된다. 지능적인 텃세였다.

냉혹한 프로 세계에서는 진 선수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 프로 대회 뿐 아니라 아마추어 골퍼들의 라운딩에서도 마찬가지다. 텃세에 흔들려 스윙 감을 잃으면 그 책임은 자신이 지게 된다. 혹시 텃세를 당하는 일이 있더라도 그것에 흔들리면 안 된다. 텃세에 굴하지 않으면 오히려 텃세를 부린 상대방이 무너지게 된다.



박나미 nami86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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