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접으며] 경제는 심리다

올 늦가을쯤엔 과연 경기가 살아 날까.

큰 기대는 하지 않지만, 예상 답안 역시 그리 밝지 않다. 한국은행의 전격적인 콜금리 추가 인하 조치에 이어 추가 경정 예산의 확대 편성, 근로소득세와 특별소비세 인하 조치 등 때늦은 경기부양책이 쏟아 지고 있지만 흥분하는 관객은 없다. 불감증 때문일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기만 하다.

경제는 실물이지만, 심리 측면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실물과 심리 양수가 꽁꽁 얼어 붙어 있는 현상태에서 웬만한 떠받침 없이는 하반기 경기가 U자는 커녕 L자의 평행선을 유지하기도 어렵다.

노무현 대통령과 참모들이 최근 상하이 방문을 통해 배운 게 많았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하지만 상하이의 발전상을 2003년 7월에야 보고 놀랐다면 정말 큰 문제다. 경기 침체의 심각성은 단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한 여름철이지만 음료ㆍ빙과 업체들 마저 매출이 20% 이상 줄어 위험하다는 볼멘 소리가 들릴 정도다. 백화점 업계도 심각하다. 올 2월 이후 5개월 연속, 지난해 동기에 비해 매출 감소세다. 최근 대대적인 여름 세일에 들어 갔지만 실적은 기대 이하다. 참여 브랜드가 늘고 할인 폭도 커졌지만, 매출은 오히려 줄었다.

패션몰과 할인점, 외식업소, 재래시장 등도 흥을 잃은 지 오래다. 그 동안 실물 경기가 위험 수위에 달했다는 여론의 목소리는 높았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언론이 불안을 부추긴다며 무시했다.

그리고 4개월이 흘렀다. 정부는 뒤늦게 호들갑을 떨었다. 한은은 금리 인하 조치에 대해 큰 기대를 걸지 않으면서도 금리를 인하했다. 금리 인하는 그 효과가 매우 제한적이고 여러 부작용을 낳을 우려가 있다는 것을 익히 알면서도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급전직하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선택한 카드다.

각종 세율을 낮추고 대규모 추경예산을 편성했다. 생산ㆍ소비ㆍ투자 위축이 악화되고 있어 언제 회복국면에 들어설 지 모르는 극히 불투명한 상황을 맞고 있다는 판단이다. 대결 구도의 노사 관계, 정부의 경제 정책 혼선, 집단 이기주의에 따른 사회 불안감, 민생을 발목 잡는 정쟁 등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외면하고, 소비자들은 선뜻 지갑을 열지 않는 심리적 불안 요인이 경기 침체를 부채질하고 있다.

금리 인하나 재정 정책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경제 주체들이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도록 하는 근원적인 대책들이 뒤따라야 금리인하효과가 배가될 것이다.

장학만기자


장학만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