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과민성 대장증상

“술만 먹으면 설사해요.”, “ 신경을 쓰면 배에 가스가 차요.”, “여행을 가면 화장실을 못 가요” 라면서 진료실을 찾아오는 환자들이 많다. 분명히 환자는 아프고 괴로운데 검사를 해도 이상은 없으니 소위 ‘신경성 질환’이다.

여기서 ‘신경성 질환’이란 의미는 환자가 신경질적이거나 예민한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도 정상인들보다 더 자극에 예민한 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환자들에게 이런 ‘신경성 질환’에 대하여 설명을 하면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한다. 이렇듯 장의 해부학적인 이상 없이 설사나 변비, 복통, 더부룩함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질환을 의학적으로는 ‘과민성 대장증상’이라고 한다.

과민성 대장증상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대략 전 인구의 20% 정도가 일생동안 한 두 번은 경험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대부분 젊었을 때부터 시작되고, 여자가 남자보다 조금 더 흔하다.

증상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기를 수개월, 수년, 또는 수 십년 동안 반복하므로 대부분의 환자들이 자신의 증상에 대해 익숙해져 똑똑한 환자가 되지만,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는 암이 아닌가 걱정하여 병원을 찾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의사가 아무리 족집게라도 증상만으로 과민성 대장증상이라고 진단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대장암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좀 더 심각한 장 질환의 초기 증상과 유사한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대장내시경이나 대장조영술 등의 대장검사로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어야 과민성 대장증상이라는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우리가 먹은 음식은 위와 소장에서 잘게 부수어져 영양분이 흡수되고, 남은 찌꺼기는 대장으로 간다. 대장에서는 수분을 흡수하여 고형변을 만드는 일을 한다. 장 운동이 느려져 음식물 찌꺼기가 장에 오래 머물수록 변이 딱딱해져서 변을 보기 힘들게 되며, 반대로 장 운동이 빨라지면 설사가 생기게 된다. 장이 아무렇게나 수축하면 복통이 생기게 되고, 음식물 소화 중에 만들어진 가스를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면 배가 더부룩해진다.

그런데 왜 다른 사람은 아무런 이상이 없는데 나만 그럴까? 말 그대로 과민성 대장증상을 가진 사람의 장은 예민해져서 다른 사람은 그냥 넘어갈 자극에도 대장이 과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다. 음식과 사람사이에도 궁합이 있다. 음주 후 증상이 생긴다면, 술이 장에 맞지 않고 장을 자극하는 것이므로 약물치료에 앞서 술을 먹지 않는 것이 좋다. 너무 기름진 음식도 장을 자극한다.

중국음식이나 삼겹살, 로스구이를 먹은 후 배가 아프고 화장실을 가게 되는 것을 경험한 분도 많을 것이다. 커피와 조미료도 장 운동을 자극하므로 줄이는 것이 좋다. 폐와 대장이 멀리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담배의 니코틴 성분도 장을 자극한다. 죽을 먹을 것 까지는 없지만 증상을 생기게 하는 음식은 가능한 먹지 않는 것이 치료의 기본이다.

그 밖에도 예민한 장을 예민하지 않게 반응하도록 하는 조절하는 좋은 방법으로 운동이 있다. 대장운동은 자율신경계의 지배를 받으므로 우리가 의식적으로 대장운동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규칙적인 운동은 자율신경계가 정상적으로 기능하도록 도와 간접적으로 장 운동을 리드미컬하게 지속시켜준다. 스트레스는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스트레스를 잘 조절하는 것도 중요하다. 중요한 시험을 준비하고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화장실을 자주 가고 가도 시원하지 않고 배가 아픈 것을 자주 경험하였을 것이다. 증상이 심할 경우는 약물치료가 도움이 된다. 장 운동을 조절하는 약제를 쓰기도 하고 설사를 줄여주는 약제를 쓰기도 한다.

처음 증상이 생겼을 때는 대장검사를 받는 것이 좋지만 매번 재발할 때마다 검사를 받을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서 새로 증상이 시작되거나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던 증상의 양상이 달라지는 경우는 동반된 질환이 없는지 주의해서 살펴보아야 한다. 과민성 대장증상으로 체중이 감소되거나 혈변이 보이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이러한 증상이 보인다면 빠른 시일 내에 진찰을 받는 것이 좋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