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주천 한나라당 사무총장

“17대 총선 공천결정은 당내 공천 심사위원회에서 2~3명 정도의 복수 후보를 먼저 추린 뒤 지구당별로 당원과 일반 국민이 참여하는 선거인단을 만들어 여기서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의 안방 살림을 책임지는 신임 사무총장으로 선임된 박주천 의원(62ㆍ3선)은 7월18일 주간한국과의 인터뷰에서 내년 총선 공천은 당내 공천심사위를 거쳐 국민참여형 선거인단에서 후보자를 직접 뽑는 상향식 공천제로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박 신임 사무총장은 또 의도적인 물갈이는 원천적으로 어렵지만 ‘경로정당’ 이미지를 최대한 불식시킬 수 있도록 젊고 참신한 인사들을 보다 많이 참여시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당은 노ㆍ장ㆍ청이 골고루 분포돼 있지만 그 중 60대 인사가 좀 많아 보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일부 연세가 있는 분들은 이미 은퇴의사를 시사하는 등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공천심사위의 1차 결정에서도 이런 부분이 참작될 것입니다.”

박 총장은 접수된 공천 신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1차 서류심사에서 현역 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도 물갈이 대상에 포함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해 12ㆍ19 대선을 앞두고 입당한 입당파들에 대한 교통정리 여부가 주목되는 대목이다.

충남 논산 출신의 박 총장은 경기고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뒤 1980년 민정당 창당 발기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14대 총선서 서울 마포 을에서 당선된 뒤 내리 3선에 성공했으며 그간 원내부총무와 사무부총장 등을 역임했지만 경력에 비해 당직과는 큰 인연이 없었다. 패션디자이너 이신우씨와 1남2녀.


"당권의 기능별 분권화 유지에 힘쓸 터"


- 새 체제의 첫 총장으로 어떤 당 운영 계획을 갖고 있는지.

“전당대회를 통해 처음으로 당원과 일반 국민 손으로 당 대표를 뽑았으며 원내총무와 정책위의장도 경선을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했다. 당권의 기능별 분권화를 바탕으로 한 최병렬 대표 중심의 당 개혁과 변화에 앞장서겠다.”


- 최병렬 대표와 홍사덕 원내 총무가 이견을 보이는 듯한 모습이다. 최 대표가 계파나 조직을 이끌었던 경험이 없던 데서 비롯된 미숙함이 아닌가.

“(손을 내저으며) 그렇지 않다. 최 대표의 당 운영은 당헌ㆍ당규에 규정된 기능별 분권화에 역점을 두고 있어서다. 이견처럼 보이는 것은 예전의 총재 중심 수직체계와 착각을 하는 것이다. 새로운 지도체제에 적응하기 위한 과도기적 현상으로 이해해 달라.”


- '굿모닝 게이트'로 정가가 떠들썩 하다. 한나라당 의원들도 거명되는데.

“도대체 무슨 근거로 한나라당 의원들의 연루설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그쪽(굿모닝시티)에서 로비를 하려면 여당 의원들에게 해야지 우리 같은 야당 의원들에게 과연 금품을 줬겠는가. 굿모닝시티 대표인 윤창열씨가 바보가 아닌 이상 야당 의원에게 돈을 줬을 리도 없고, 우리 의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런 의혹 많은 공사와 관련해 돈을 받았을 리도 없다. 현재까지 파악해 본 결과 우리 당 의원들은 전혀 문제가 없다.”


- 대선자금 공개를 놓고 말들이 많다. 한나라당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가.

“우리가 무슨 구린 곳이 있어서 공개를 않는 게 아니다. 국민 모두가 관심 있는 부분은 민주당 정대철 대표의 말에서 비롯된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자금 부분이다. 여기에 초점을 맞춰서 문제를 풀어가야지 갑자기 엉뚱하게 한나라당과 함께 대선자금을 공개하자고 주장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려는 의도다. 돼지저금통 모금액이 들쭉날쭉하고 기업 모금액도 왔다 갔다 하는데 (공동공개는) 이의 물타기를 위한 물귀신 작전이나 다름없다.”


- 이회창 전 총재가 귀국했는데.

“상가에서 만나봤는데 중책을 맡아 힘들겠다는 말씀을 내게 하셨다. 그 외에 다른 정치이야기는 일절 없었다. 일각에서 전국구 1번 얘기도 있었지만 이 전 총재를 좀 안다는 사람이면 그가 절대로 복귀하지 않을 것을 너무나 잘 안다. 천지가 개벽해도 그럴 일(정계복귀)은 없을 것이다. 영구 귀국한다면 아마 대학 강의나 외부 강연 등을 하지 않겠는가.”


- 천안연수원 매각설이 있다.

“세계 태권도대학 설립 추진위원회 측에서 매입의사가 있다. 수도 이전 문제와 관련해 투기문제를 염려했는데 현재까지 별 이상이 없는 것 같다. 양측이 토지감정 의뢰에 들어간 상태다. 500억~600억원선이 될 것 같다. 연수원이 매각되면 다른 시설을 빌려서 쓰는 방안을 강구중이다.”


"일부 시민단체의 불법선거운동이 걱정"


- 내년 공천문제가 무엇보다 관심사다. 어떤 식의 방안이 거론되는가.

“공천심사위원회가 이달 중 구성될 것 같다. 여기서 지역구 별로 접수된 신청자들을 모두 모아 1차 평가를 통해 2~3명으로 압축한 뒤 이들을 지역구로 내려보내 당원 1,000명, 일반 국민 1,000명 등으로 선출된 선거인단에서 최종 결정토록 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세부 절차는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추후 확정할 예정이다.”


- 여성 후보 지역구 30%, 비례대표 50%를 규정했는데.

“(잠시 주저하다가) 원칙은 가능한 한 지키되 무엇보다 당선 가능성이 중시돼야 하지 않겠는가.”


- 5명의 탈당파 의원 등으로 사고 지구당이 여럿 발생했는데.

“당내 공천심사위원회에서 조만간 결정할 것이다. 오래 비워둘 수 없는 상황이 아닌가.”


- 대선전 입당한 현역 의원들과 기존 지구당 위원장들과의 교통정리가 중요한 현안인데.

“당에서 현명히 정리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모두가 용납하는 원칙을 세워야 당 안팎의 공감과 이해를 얻을 수 있다. 위원장 자리를 주겠다고 데려왔다가 안 줄 수도 없는 문제고, 그렇다고 무조건 기존 원외위원장들을 모른체 할 수도 없지 않는가. 여론조사를 통해 결과에 승복케 한다든지 아니면 현역 위주로 한다든지 등의 명확한 잣대가 세워져야 한다. 대선이 지난 뒤 6개월이 넘었는데 아직도 이 문제가 해결이 안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 총선전망을 해 본다면.

“민주당 분당 등을 감안하면 최소한 4당 체제로 갈 것이다. 저쪽에서 영남을 역점지역으로 삼고 있으니 이곳에 대한 수성이 제1 과제이고 수도권 지역에 대한 혼전도 예상된다. 가장 걱정되는 점은 후보간 대결보다 장외 대결 부분이다. 16대 총선에서도 일부 시민단체에서 낙선운동을 벌여 해당 의원들이 곤욕을 치룬 적이 있다. 이번에는 노사모가 움직인다고 해 걱정이다. 노 대통령의 의회 장악을 위해 이들이 총동원돼 불법 선거운동을 자행할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염영남기자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