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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장 전 한나라당 총재, "날 내버려 둬"

최 대표와 갈등설, '정계 복귀설'등으로 곤혹



이회창 전 총재가 빈소를 찾은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다.

장모상을 당해 7월15일 급거 귀국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행보에 정가의 촉각이 곤두서 있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앞다퉈 빈소가 마련된 병원이나 옥인동 자택을 찾아가 이 전 총재의 눈도장을 찍기 위해 애쓰는가 하면, 여당은 여당대로 이 전 총재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 전 총재는 현실 정치와 관련한 어떤 언급도 자제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여름방학 기간이라 서둘러 출국하지는 않고 그간 만나지 못한 친지들을 만나며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자택에는 일반 지인보다는 역시 한나라당 전ㆍ현직 의원들의 발걸음이 잦다.

옛 왕당파들은 물론, 최병렬 대표와 일정 부분 대립 각을 형성하고 있는 서청원 전 대표 등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도 끊임없이 옥인동 문턱을 넘는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또 이 전 총재와 거리감이 있는 최 대표 체제의 출범이후 상황이라 이 전 총재의 귀국 이면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昌 측근, "8월 초께 재출국 예정"



이 전 총재는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향후 일정에 대해서는 함구로 일관했다. 출국 시기를 묻는 질문에는 “만나자마자 무슨 소리인가. 바로 갈까? (내가) 보기 싫은가 보다”라는 농담을 던졌고, 귀국이후 계획에는 “다음에 이야기하자”고 피했다.

빈소에서 홍사덕 원내총무와 박주천 사무총장에게는 “고생이 많다” “중책을 맡았다”며 위로 겸 격려를 했지만 “내년 총선에 도움이 된다면 삼고초려를 해서라도 이 전 총재를 모셔 오겠다”고 공언한 최 대표와는 의례적인 인사 수준에 그쳤다. 이 전 총재가 귀국 직전 최 대표의 ‘삼고초려론’에 “고마운 일”이란 반응을 보였던 옛 측근에게 전화로 “뭐가 고맙다는 말이냐”고 역정을 낸 점을 감안하면 뭔가 이상기류가 감지되는 것 같기도 하다.

최 대표는 실제 문상이 끝난 뒤 “나는 그분이 DJ식으로 정치를 다시 할 분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선수를 쳤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국구 1번설에 대해서도 “내가 왜 총대를 매겠느냐. (1번 자리에 대해) 그럴 생각이 없다”고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한마디로 정계복귀는 안 된다는 통첩을 보낸 셈이다.

이에 이 전 총재 측에서는 “굳이 문상을 온 자리에서 정계복귀 불가 얘기를 꺼내는 게 모양새가 우습다”고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최 대표는 이 전 총재와의 갈등설은 ‘소설’이라고 일축하면서도 “이 전 총재와는 출국 전에 자연스럽게 만날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고 운을 뗐다. 현실적으로 이 전 총재와 척을 진 상태로 비쳐지는 것에 상당히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와중에 이 전 총재의 옛 측근들은 모친 김사순(92)씨의 건강상태를 들어 차제에 영구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 정부가 제자리를 잡았고, 한나라당도 새 지도체제를 출범시킨 만큼 이 전 총재가 더 이상 외국에서 떠돌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올 가을부터 본격화할 17대 총선 정국을 겨냥, 이 전 총재를 국내에 머물게 함으로써 정치적 이득을 꾀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는 듯 하다.

이와 함께 대선후 활동을 중단한 이 전 총재의 팬 클럽 ‘창사랑’이 7월19일 워크숍을 개최하고 적극적으로 향후 진로를 모색해 눈길을 끌고 있다. 당사자의 정계은퇴 선언 이후에도 주변에서는 그를 다시 현실 정치의 한 복판으로 내세우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이 전 총재 측은 이런 움직임에도 아랑곳 없이 “지인들을 만난 뒤 8월 초께 다시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현 시점에서는 그의 ‘정계복귀설’ 자체가 오히려 이 전 총재의 등을 해외로 떠미는 부메랑으로 작용하고 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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