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위태로운 페미니즘

■ 제목 : 지탱하기 (Prop)
■ 작가 : 제니 새빌
 (Jenny Saville)
■ 작품 : 캔버스 유화
■ 크기 : 213cm x 183cm
■ 제작 : 1993
■ 소장 : 런던 사치 콜렉션
(Saatchi Collection, London)

어린시절부터 사람은 겉모양보다 마음씨가 중요하다는 식의 인성교육을 받아왔던 구세대라면 독특한 개성과 능력만큼 외모도 중시하는 신세대의 가치관이 쉽게 수용되지 않을 것이다. 이전의 미학적 견해가 일반적인 아름다움에 있었다면 현대에는 자신만의 개성과 정체성이 더욱 강조되는 듯하다.

직장의 면접 시험을 위해 성형수술을 받고자 하는 사람이 비단 여성에 국한되지 않는 시대에서 호감 가는 외모에 대한 욕구는 자신을 완성시키는 하나의 전략적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미술 영역에서도 인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추구는 실로 다양한 변화를 추구해왔다. 특히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작품에서 타인, 주로 남성들의 시각에서 이루어진 여성의 미는 때로 냉소적으로 풍자 되거나 부조리한 사회적 습성들에 대해 타성에 젖은 저항의식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페미니즘이란 남성의 특권에 밀려나 무기력해지는 것에 몸부림 치는 여성성이 아니며 우월 의식을 전제로 하지도 않는, 남성과 여성으로서의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것을 의미한다.

영국의 30대 젊은 화가 제니 새빌의 작품들은 그러한 자유를 캔버스 가득 메우고 있다. 작품 ‘지탱하기’에서 마치 폭포수가 흐르듯 캔버스를 위협적으로 점령하고 있는 거대한 몸집의 여성이 등받이 조차 없는 자그마한 의자에 무너질 듯 체중을 싣고 담담한 표정을 지어보인다.

새빌은 성형 외과에서 일했던 경력과 잦은 의료 박물관 견학경험 등을 자신의 특이한 작품 해석에 이용하였고 그녀의 대학 졸업 작품들 모두가 국제적으로 명성과 규모를 자랑하는 사치 컬렉션에 판매된 만큼 그녀의 재능은 세인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제니 새빌의 여성누드는 추한 것을 색다른 아름다움으로 고집하거나 현대적 여성미에 대한 과장된 공격이 아닌 풍만하고 담담한 자유로움을 아름답게 표현하는 것이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