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사분오열, 청와대 알력다툼설, 행정부 통합기능 약화

[정권, 방향타를 잃다] 노무현 리더십, 벌써 바닥?

여당 사분오열, 청와대 알력다툼설, 행정부 통합기능 약화

민주당 정대철 대표와 정균환 원내총무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대립 각을 세우고, 다른 여당 의원들도 잇따라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여당 내부는 6개월째 지리한 공방만 벌이는 신당 창당 문제로 두 조각 세 조각 난 채 난파선처럼 세월만 보내고 있다.

청와대에서도 386 참모들을 둘러싼 음모론 공방이 제기되고, 내부 알력다툼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비서실과 경호실도 기본 업무마저 도외시하다 언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행정부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장관들은 정책 혹은 사안별로 다른 부처 각료들과 의견 대립을 드러내고 심한 경우 노 대통령의 만류를 뿌리치고 취임 5개월도 채 안돼 사직서를 내던지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집권당의 민생 챙기기는 어디에 갔느냐”는 물음은 차라리 공허한 메아리에 가깝다. 참여정부의 과도기적 오류로 봐 주기에는 문제의 심각성이 너무 커 보인다.

상황이 이쯤 되면 노 대통령의 리더십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당초 ‘국민참여형 수평적 통합적 리더십’이란 화려한 명제로 출발한 대통령의 리더십이 정권 내부에서부터 통합ㆍ조정 기능과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정작 노 대통령 본인의 시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최근 공무원들과의 간담회에서는 “저는 요새 좀 괴롭고 힘들다. 원체 큰 주제들이 많고 그것이 다 제게 그렇게 즐겁지 않은 방향으로 보도되고 있기 때문에 좀 괴롭다”고 말했다. 아직도 문제의 원인을 언론 등 외부에서 찾고 있지나 않은지 우려스럽다.


서울대생 47% "盧統, 스스로 권위 실추"

서울대 행정대학원 김광웅 교수가 6월24일 1학기 수강생 45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노 대통령이 스스로 권위를 실추시키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47.0%인 215명이 ‘전적으로 동의한다’와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대 의견은 27.3%에 그쳤다.

또 ‘노 대통령이 정책혼선을 자초하는가’라는 물음에는 52.5%가 수긍했고 16.9%만이 견해를 달리했다. 특정집단의 의견에 지나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노 대통령 지지층이 많은 젊은 세대의 여론조사 결과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제로 노 대통령과 청와대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이 날로 차가워지는 느낌이다. 출범 전후 80%를 넘던 지지율은 100일 지난 시점에서 50%대로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30~40%대까지 내려 앉았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권위주의 청산을 내세운 노 대통령의 행동이 오히려 대통령직의 권위 상실로 이어지면서 국정 조정능력의 부재를 초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시스템으로서의 리더십 구축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노 대통령은 정권 출범 직후부터 ‘시스템 행정’의 단계적 역할론을 강조했다. 대통령과 총리, 장관에서 일선 실무자들에 이르기까지 제 역할의 준수가 참여정부의 지향점임을 강조했다. 하지만 ‘대통령과 검사와의 대화’를 시작으로 이 같은 방향성이 흐려지기 시작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화물연대와 조흥은행, 철도노조 등 강경파업을 푸는 해법은 결국 청와대의 몫으로 돌아갔고, 서동구 KBS 사장 인선문제에 대해서는 노 대통령이 노조와 직접 담판에 나서기도 했다. 국가의 주요 현안마다 노 대통령과 청와대가 들먹여지는 판이니, 대통령이 강조한 청와대-총리-부총리-장관-차관으로 이어지는 시스템에 의한 리더십이 설 자리가 없다. 그 결과 역대정권보다 더 심한 ‘대통령 1인 참여형 리더십’만 남게 됐다.

사안에 따라 갈팡질팡한 불완전한 청와대의 리더십은 곧바로 국정난맥상으로 이어졌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는 아직도 미완 상태이고 국책사업인 새만금 간척공사는 장관의 반발사퇴 속에 행정법원이 지속 여부에 대한 열쇠를 쥐는 초유의 사태로 남았다. 국민참여가 아니라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해 목소리를 높이다 안되겠다 싶으면 ‘대통령 나와라’고 외치는, 변질된 국민참여형 리더십의 부산물인 셈이다.


당정 분리와 검찰 독립의 진의

고비 때마다 국민과의 대화식으로 직접 돌파를 꾀했던 노 대통령의 리더십은 본인이 강조한 ‘시스템에 의한 수평적 리더십’과 충돌하면서 곳곳에서 문제점을 만들어냈다.

당정 분리를 외치면서 신당 문제에 이르러서는 “내 마음속 생각은 뻔한데 당정 분리 원칙 때문에 뭐라 말할 수도 없고…”라는 특유의 화법으로 사실상 방향타를 제시했고, 검찰의 엄정 중립수사를 강조하면서도 안희정씨 부분에서는 ‘동업자’를 운운하며 우회적으로 검찰 압박이 가해지도록 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반발하고 구 주류 측에서 신 주류에 맞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 대표는 “안희정씨는 감싸면서 나는 왜…”라고 항변하고 있다. 청와대에서 아무리 “검찰 간덩이가 부어서…”라고 해명한다 해도 이미 노 대통령이 안씨에 대해서는 우회적 언급을 했던 전례가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

신당문제와 관련해서는 신 주류가 당연히 노 대통령의 복심(腹心) 역할을 하고 있다고 구 주류 측은 보고 있다. 겉으로는 청와대가 당정분리를 내세우면서도 실상은 신 주류를 앞세운 ‘탈 호남 탈 DJ’를 통한 ‘동진(東進) 전략’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가톨릭대 김만흠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신당 창당 논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부 노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태도는 오히려 지역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지역 구도를 넘어서는 신당 출현은 필요하나, 민주당을 붕괴시키고 탈 호남 신당을 창당하는 것은 소수 지역세력에 대한 억압으로, 성공하기도 어렵고 지역주의의 발전적 해결에도 기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과 측근들의 행태가 오히려 구 주류의 결집을 부채질한다는 뜻이다.

사실 노 대통령은 조직의 리더 경험이 일천하다. ‘3김’처럼 정당을 운영해 본 적도, 전ㆍ노 전 대통령처럼 군 지휘 경험도 없다. 리더십의 밑바탕이 되는 카리스마가 이전 지도자들에 비해서는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게다가 노 대통령 리더십의 기저에는 독재에 맞선 투쟁적이고 공격적인 리더십, 기득권 층에 대항하는 저항적 리더십이 깔려 있다. 국민통합이나 해결과 화합의 이미지와도 거리가 있다. 그래서 그는 ‘수평적 국민참여형 리더십’이란 복잡한 수식어를 달았는지도 모른다.

청와대 참모진 말처럼 “그렇다면 다시 과거의 권위주의적인 스타일로 돌아가자는 것이냐. 현재 나타나는 부작용들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넘어가기엔 분열의 골이 너무 깊다.

염영남 기자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