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부끄럼을 많이 타서 놀이터도 못 나가요!"

[두레우물 육아교실] 수줍은 많고 소심한 아이

"우리 아이는 부끄럼을 많이 타서 놀이터도 못 나가요!"


Q : “다섯 살 여자아이를 키우고 있는데요, 부끄럼을 많이 타 정말 속상해요. 얼마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답니다. 친정 엄마가 잠깐 봐주셨는데 놀이터에 나가자고 해서 데리고 나갔더니 모르는 아이가 있다고 다른데 가자 하더래요. 결국 노는 아이가 아무도 없는 데를 찾아 놀이터를 몇 군데나 돌아다녔답니다. 자기보다 어린 아이가 있어도 낯을 가리며 피하니 이를 어쩌면 좋죠? 나중에 친구들 사귀고 사회 생활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요? 외동딸이라 그럴까요? 엄마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도대체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주부닷컴(http://www.zubu.com/) 두레우물 육아상담 게시판에서)

부끄럼 많고 소심한 아이들은 놀이터 나가자고 성화를 부리다가도 놀이터에서 낯선 사람을 만나면, 동생뻘 되는 아이일지라도 위 사례에서처럼, 슬금슬금 자리를 피하려고 해 엄마 가슴을 태운다.

또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이웃 어른한테 인사를 하네 안하네로 엄마와 실랑이를 벌이기도 한다. “어서 인사해야지. 안녕하세요 해봐. 너 다섯 살이나 됐는데 그것도 못해? 집에서는 잘 하잖아. 어서.” 엄마의 부드러운 설득과 힘있는 강제가 계속되지만 아이는 엄마 뒤에서 고개를 숙인 채 옷자락만 비비고 있다.


"주눅 든 아이 때문에 속상해요"

낯선 곳, 낯선 사람들과 부딪치면 늘 어깨를 움츠리고 주눅이 드는 자식을 보면 그때마다 화가 나고 가슴이 답답할 것이다. ‘도대체 무슨 까닭으로 우리 아이는 이렇게 변변치 못할까? 어떻게 해야 남들 앞에서 말도 잘하고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아이가 될까?’ 라고 수도 없이 되물으면서….

소아과 전문의 김태우씨(금촌 의료원)는 오늘날과 같은 육아 환경 때문에 소심하고 부끄럼을 타는 아이들이 많아졌다고 말한다. “요즘은 식구도 적은 집에서 대부분 한명의 육아담당자가 아이를 키우죠. 그렇기 때문에 과보호로 자란 아이들이 많고요. 요즘 아이들 대부분 그래요. 이 아이들은 집 밖의 사람들과 접촉하는 일이 많지 않고 무슨 일이든 부모가 나서서 다 해주기 때문에 자기를 키워주는 사람과 떨어질 경우 불안해 한다거나 낯선 환경 안에서 유난히 부끄럼을 많이 타게 되죠.”

요즘의 가족문화, 주거문화가 부끄럼 타는 아이를 만들기도 하지만 사실 그 부모를 닮아 내성적인 경우도 많다. 아이가 부끄럼 많이 타고 소극적이라고 애태우기 전에 부모 자신을 돌아 보라. 어지간히 애태우는 내 아이와 비슷할 것이다. 그럼 그렇지! 어찌 부모, 자식이 발가락만 닮겠는가? 성격도 닮는다. 그래서 더 속상할 지도 모르겠다. 제발 나의 내성적인 성격만은 닮지 않기를….

그러나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는 것인가? 또 성격이란 게 어디 쉽게 바뀌고 고쳐지는가? 그렇지 않다는 걸 부모 자신이 더 잘 알 것이다.

우선 아이가 부모의 성격을 닮아 소심하건 아니면 환경 탓이건 아이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아이가 낯선 환경,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두려워하는 기색을 보이거나 쩔쩔맨다면 부모가 나서서 아이의 두려운 마음을 감싸준다.

“너 떨고 있니? 엄마도(아빠도) 어렸을 때 너처럼 그랬단다. 넌 정말 엄마를(아빠를) 쏙 빼 닮았구나. 아이구 내 새끼…” 아이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이런 이야기를 해주면 아이들은 정말 뿌듯해 할 것이다. 그리고 잠깐동안이라도 자신감을 갖게 될 것이다. 너무나 든든하고 완벽해 보이는 엄마, 아빠도 어렸을 땐 나랑 같았구나 생각하면서…. 일단 부모가 아이의 내성적인 성격을 인정하고 난 다음에야 다른 조처들을 취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부모가 아이의 모습을 인정하지 못하고 윽박지르거나 면박을 준다면 아이는 더욱 자신감을 잃고 고개를 숙일 것이다.


혼자 할 수 있는 일로 자신감 찾아줘야

둘째, 아이가 너무 과보호로 자라 소심하고 소극적이 되었다면 부모는 아이가 혼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주며 스스로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 애는 너무 약해서 아직 어려서 또는 너무 느려서…. 이런 저런 핑계 거리를 대며 아이가 할 ?있는 일들을 부모가 해주면 심할 경우 부모는 평생 아이 뒤치다꺼리만 해야 할 지도 모른다.

부모가 생각하기에 ‘이건 정말 아이가 할 수 없을 거야’싶은 것도 한번 시켜 보라. 처음엔 서툴고 어려워할지 모르지만 아이는 어느 틈엔가 해낸다. 이때 부모의 몫은 끊임없는 칭찬과 인내 뿐 이다.

셋째, 부모가 다른 사람을 대할 때 좀 더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이웃을 만나면 먼저 밝은 소리로 인사하고 여러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들어본다. 이웃을 우리 집에 초대하기도 하고 다른 집에 마실도 자주 가면 아이는 우리 집, 우리 식구 아닌 다른 사람들, 다른 환경에서도 한결 마음을 놓으며 편안해 할 것이다.

넷째, 놀이터를 한군데 정해서 집중 공략한다. 아이 손을 붙잡고 같은 놀이터를 날마다 나가 자주 만나는 애들과 부모가 먼저 친해진다. 그리고 나서 자연스럽게 내 아이를 소개시키고 함께 놀게 해준다. 소극적인 아이들은 엄마가 이렇게 해도 선뜻 다가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번에 우리 애가 다른 아이와 친해지리라 생각하면 실망이 크다. 아이가 소극적일수록 엄마가 더 많이 참아야 한다.

소심함, 낯가림은 하루아침에 사라지지 않는다. 그것이 아이의 성격 때문이라면 더욱 더 그렇다. 앞서도 말했지만 아이의 성격을 고치려고 애쓰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내성적인 성격은 반드시 고쳐야 할 나쁜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그런 성격 때문에 아이가 많이 주눅들고 힘들어 한다면 부모는 다만 아이 곁에서 덜 힘들도록 도와주면 된다. 그리고 부모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아이를 믿어주고 인정하면 아이는 커가면서 스스로 자신감을 키워갈 것이다.

※두레우물 육아교실은 주부닷컴(http://www.zubu.com/)과 함께 진행합니다. 지금 두레우물 육아상담실(http://community.zubu.com/doure.asp)에서는 육아에 대한 고민과 의견을 접수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의 많은 참여 바랍니다 .

심유정


심유정 pupp3@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