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사업의지 불구 MH 빈자리 클 듯, 계열사에도 '후폭풍' 예상

[정몽헌 쇼크] '현대-평양 커넥션 '중대 위기

대북사업의지 불구 MH 빈자리 클 듯, 계열사에도 '후폭풍' 예상

‘정몽헌(MH) 쇼크’에 경제계가 경악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자살 소식이 전해진 8월4일 증시는 현대상선과 현대종합상사, 현대엘리베이터 등 정 회장이 지분을 소유하고 있던 현대 관련 주들이 일제히 급락 세를 보였다.

전경련 등 재계도 MH의 자살로 금강산 관광사업과 개성공단 조성 등 남북경협에 미칠 여파는 물론 MH 계열 현대 기업들의 향후 진로 등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고 정주영 현대명예회장의 유지를 이어받아 정 회장이 직접 이끌어왔던 금강산 관광사업 등 대북사업과 현대상선을 비롯한 현대 관련 기업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줌과 동시에 향후 진로에도 직ㆍ간접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개성공단 조성사업 등 "예정대로"

우선 금강산 관광 등 대북 경협사업을 위한 남측의 유일한 민간 창구였던 정 회장의 갑작스런 유고(有故)는 현대 아산의 사업이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정 회장은 대북 비밀지원과 관련, 특검수사가 진행되던 7월23일에도 북한을 사흘간 방문할 정도로 대북사업 추진에 대해 강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가 남긴 유서에서도 “나의 유분을 금강산에 뿌려달라. 명예회장님께서 원했던 대로 모든 대북사업을 강력히 추진하기 바란다”고 할 만큼 그의 일생에서 대북사업은 떼어놓을 수 없는 목표인 동시에 큰 가치임에 분명했다.

그러나 그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북 사업이 정 회장의 기대대로 이뤄질 지 섣불리 낙관하기는 힘들다. 대북사업의 성격상, 선대(先代)에 이어 정 회장의 개인적 오랜 친분으로 맺어진 ‘평양-현대 커넥션’프리미엄이 더 이상 유지될 것이라고 보기에는 “간단한 문제가 아닐 것”이라는 게 대북사업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측은 그동안 대북송금 의혹문제를 문제 삼아온 우리 정부와 야당에 대해 맹렬히 비난해 왔고 MH만을 유일한 대화통로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따라서 각종 대북경협 사업 추진의 결정권을 가진 구심점이 갑자기 사라진 상황에서, 북한의 사업 스타일과 그간의 관행을 고려한다면, 향후 사업의 진로는 불투명해질 수 밖에 없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사스 (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여파로 3개월 정도 중단됐던 금강산 사업이 최근 다시 활기를 띠고 있는 상황에서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망은 너무나 의외인데다 충격”이라고 말했다. 올해 2월 이후 중단됐던 금강산 육로 관광이 오는 9월부터 재개될 예정인 데다 6월 말 착공식을 가진 개성공단 조성 등 현대아산이 추진해 왔던 대북사업도 마침내 그 빛을 발하며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또 평양 정주영 현대체육관 준공식을 눈앞에 두고 있고 대북사업 성과가 가시화 할 수 있는 순간에 정 회장의 갑작스러운 자살은 한마디로 충격, 그 자체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개성공단 조성 및 경의선 도로ㆍ철도 연결 사업은 현재 토질조사나 포장 등 실무적인 작업이 진행되고 있어 정 회장의 유고에 직접 영향을 받지 않고 일단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개성공단 조성 사업의 경우 현재 남측 기술자 19명이 방북, 개성시내 자남산 여관에 머물며 막바지 토질조사와 측량작업을 벌인 후 8월8일 귀환할 예정이다.


심각한 자금난 등 역부족 예상

건교부 관계자는 “개성공단 사업은 정책결정 단계를 넘어 측량 등의 실무작업이 진행 중이고 정 회장 개인이 아닌 현대아산과 김윤규 대표가 각종 계약 등에 서명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다만 전체적인 대북사업이 어떻게 진행될 지가 변수”라고 우려감을 표명했다.

남북간 경의선ㆍ동해선 도로ㆍ철도 연결 문제도 현대와 직접 연관은 없지만 8월8일 예정된 돈?연결 실무접촉에서 과연 북측이 어떤 반응을 보일 지가 미지수다.

현대아산측은 일단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김윤규 사장을 중심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안들을 차질 없이 추진해 나간다는 입장이다. 현대그룹은 정 회장 자살후 “ 정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대북사업을 변함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하지만 정 회장이 사라진 상태에서 현대아산 측이 대북경협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분석도 있다. 현대아산은 자본금이 완전히 잠식되는 등 심각한 자금난에 허덕이고 있고, MH의 빈자리가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의 금강산 관광 보조금 200억원도 북핵 문제로 국회의 승인을 얻지 못해 올해는 한푼도 집행되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대북송금 의혹 사건마저 터져 궁지에 몰려있던 금강산 사업은 MH의 갑작스런 자살로 또 다른 위기를 맞았다고 할 수 있다.

MH 계열 현대기업들의 타격도 검찰의 비자금 수사에 따른 ‘후 폭풍’을 감안한다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특검이 대검 중수부로 넘긴 ‘150억원 비자금’ 사건과 관련, MH 계열 현대 기업들의 각종 분식회계 치부가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수사가 과연 어느 선상, 어느 부분까지 확대됐는지가 현대 계열사들로서는 초미의 관심사다.

정 회장의 자살 동기가 여기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경우 현대차그룹을 제외한 현대그룹의 앞날은 더욱 어려워질 게 틀림없다. 그래서 아직은 섣부른 추측이지만 재계 일부에서는 MH 계열 회사들이 정몽구 회장이 이끄는 현대차 그룹으로 들어갈 가능성도 없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MH 계열회사 MK에 흡수 가능성도

정 회장이 개인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현대상선과 현대상사 단 두 곳이지만 계열사간 지분 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정 회장 자살이 직ㆍ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회사는 현대증권, 현대엘리베이터, 현대택배 등 6개에 달한다. ‘MH 쇼크’의 사정권에 들어있는 현대 기업들은 앞으로 몰아칠 ‘후 폭풍’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학만 기자


장학만 기자 loc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