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민주화의 빛으로 영원히 빛날 生


■ 장준하-민족주의자의 길
박경수 지음/돌베개 펴냄

‘장준하’라는 사람이 있다. 마치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소개하듯이 말머리를 꺼낸 데에는 나름의 까닭이 있다. 20대 초반으로 내려가면 그 이름을 듣고서도 고개를 갸웃하기 때문이다. 그 이전 세대는 물론 386 세대만 하더라도 그 이름은 절로 가슴을 뜨겁게 만드는 데. 잠깐 세월을 돌이켜 보면, 결혼해서 자식을 낳으면 그 이름을 따라 짓겠다고 다짐했던 친구들이 적잖게 떠오르는 데….

1944년 1월, 스물 여섯에 일본군 학도병으로 징집. 6개월 만에 탈출해 광복군에 들어 감. 해방 직후 김구 선생 비서. 1953년 사상계 창간. 이 후 자유당 정권 및 박정희 정권과 맞서 싸우면서 수차례 투옥. 1967년 7대 총선에서 옥중 당선. 1973년 유신에 반대하는 ‘개헌청원 백만인 서명운동’주도. 1975년 경기 포천 약사봉에서 의문의 추락사.

선생을 잘 몰랐더라도 개략적인 연보만으로 어떤 사람이었는 지 짐작이 갈 것이다. 일제 시대에는 항일 독립운동을 했고, 해방 이후에는 사상계를 통해 민주주의와 통일에 위해 헌신했으며, 군사 독재 시절에는 민주화 투쟁의 선봉에 서 있었다. 평생 자기 집 한 칸 없었으며, 자식 공부 조차 제대로 시키지 못할 만큼 청빈하게 살았다.

소설가 김성한은 “물결에 부서지는 달빛과도 같이 언제나 자기 희생 속에 빛을 발하던 그 청순한 인품”이라고 했고, 김수한 추기경은 “그의 죽음은 별이 떨어진 것이 아니라 보다 새로운 빛이 되어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기 위해 잠시 숨은 것일 뿐”이라고 추모했다.

이 책은 바로 이 장준하에 대한 최초의 전기다. 1971년에 나온 자서전 ‘돌베개’, 선생의 글을 모은 장준하 전집, 지인들이 엮은 추모 문집 등 그 동안 선생과 관련된 책이 몇 권 나오기는 했다. 그러나 ‘돌베개’는 선생이 일본군에서 탈출, 광복군으로 활동하던 2년 간의 시기에 국한된 체험수기였다.

때문에 장준하라는 한 인물의 출생에서 죽음에 이르기까지 삶 전체를 온전히 살핀, 말 그대로 ‘전기’는 이 책이 처음인 셈이다. 1955년 사상계 창간 2주년 기념 현상소설 모집에 당선, 첫 연을 맺은 이후 선생이 세상을 떠나기 까지 늘 곁에 있었던 지은이 박경수는 이 책에서 선생의 삶과 내면을 누구보다 세세하게 되살렸다.

선생은 1971년 자서전 ‘돌베개’의 머리글에 이렇게 썼다. “이제 나는 살아서 50대 초반의 잠자리가 편치 않음을 괴로워한다.” 그로부터 서른 두해, 또 선생이 세상을 등진 지 스무 여덟해가 훌쩍 지났다. 만약 살아계신다면 지금 선생의 잠자리는 어떨까.

최성욱 기자


최성욱 기자 fee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