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주류 기싸움만 계속, 8월이 신당 창당 마지막 분수령

신당, 주판알 튕기다 날 샐라

신·구주류 기싸움만 계속, 8월이 신당 창당 마지막 분수령

“사람다운 사람 당당한 지도자 노무현, 국민 대권 시대 우리가 만들겠습니다. 새천년 민주당…”

민주당 인터넷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가장 맨 위에 올라 있는 문구다. 정권 재창출에 성공한 집권 여당으로 새 정권이 출범한 지 6개월도 채 안된, 파릇파릇한 새싹 같은 시점인데도 민주당의 이 같은 문구가 왠지 빛이 바랜 느낌이다.

역대 정권의 경우에 비추어 보면 집권 여당이 가장 강력하고 국민 지지가 가장 견고한 시점은 정권의 초기 무렵이다. 그런데도 지금의 민주당은 어디를 봐도 대통령이 소속되고 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 하는 집권당의 모습으로 비쳐지지 않는다. 신당 창당문제로 신ㆍ구 주류로 나뉘어 반년이 넘도록 별다른 진척 없이 시끌벅적한 기싸움만 계속하고 있어서다.

민주당 신당 창당 문제가 소득없이 난항만 거듭하자 당내에서 조차 ‘합의 이혼설’마저 대두되고 있다. 보는 이들도 지쳤고 기다리는 사람들도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이다. 구주류 측의 버티기가 계속되고 만만찮은 세를 유지해가자 신당파들은 ‘3불가론’을 내세우며 슬며시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그러자 이번에는 신당 강경파들이 선도 탈당 의사를 내비치며 ‘중대결단설’을 흘리는 등 막바지 신경전에 들어갔다.

도로 민주당, 통합 민주당, 개혁 신당 창당 등의 갈림길에서 민주당 전당 대회 의제가 확정되는 8월 한 달은 신당 논의의 마지막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신주류, '3불가론'으로 구애

순수 개혁세력의 총 결집을 외치며 신당 창당만이 대세라고 강조하던 신주류의 강경 기류가 조금 변한 것 같다. 김원기 의원을 위시한 신당파들은 최근 ‘3불가론’을 천명하며 구주류 구애에 나섰다. 3불가론이란 ▦민주당 해체 ▦이념 정당 ▦인적 청산 불가 등을 담고 있다.

신당 논의의 초기 단계에서 주장하던 개혁 신당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도로 민주당’ 성격이 짙다. 또 전당대회 개최를 둘러싸고 퇴진 압박을 받아오던 신주류 측의 이상수 총장도 “전당 대회 개최 일정이 정해지면 사퇴하겠다”며 조건부 퇴진론을 들고 나왔다.

일단 전당 대회를 앞둔 샅바싸움에서 구주류 측이 기선을 제압하고 있다. 신주류 이재정 의원 등은 “구주류 주장대로라면 원내총무도 바꿔야 한다”며 초반 기싸움에 밀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지만 현 상황에서는 신주류의 구주류 끌어안기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한화갑 전 대표는 8월 7일 4개월여 만에 당무 회의에 참석하면서 신당 논의 중단 및 통합 민주당 건설, 전당대회 무용론 등 자신의 구상을 피력했다. 그는 “신당하겠다는 사람들이 사실상 신당을 포기한 것이므로 민주당의 정통성과 정체성에 공감하는 사람들을 끌어 모아 통합 민주당으로 가야한다”고 공세의 고삐를 더욱 잡아?다. 3불가론은 사실상 신당 포기 선언이므로 전당대회 조차 필요 없다는 것이다.


신당 강경파, "차라리 탈당 먼저"

신주류의 전략적 후퇴 방식에 소장 강경파들은 불만이 많다. 구주류를 끌어 안으려다가 집토끼와 산토끼를 모두 잃을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이호웅 의원은 최근 사석에서 “결국 결단할 땐 결단해야 하며 길을 닦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선발대론을 들고 나왔다.

신기남 의원도 이어 8월8일 “8월말까지 신당 논의가 제대로 결론 나지 않을 경우 중대 결단을 내릴 것”이라며 “한나라당 탈당 의원들과 나중에 다시 합쳐질 것으로 믿고 있고 이들을 결코 외롭게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한나라당 탈당파인 이부영 의원은 “8월 15일을 전후해 정말 이래선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결행하지 않겠느냐”며 소장 개혁파들의 탈당을 예고하기도 했다.

이를 놓고 소장 개혁파들과 한나라당 탈당파간 ‘탈당 밀약’이 오갔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신당파 지도부에서는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천장배 의원은 “한나라당 탈당의원들과도 함께 해야 하지만 그들하고만 할 수는 없다. 우리가 민주노동당같은 이념 정당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라며 분열 없는 통합신당 쪽에 무게를 실었다. 개혁 신당의 외침이 작아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노 대통령 지지율이 최대 변수

신당 논의가 개혁 신당에서 통합적 개혁 신당, 개혁적 통합 신당에서 국민 참여 신당으로, 다시 통합 신당에서 분열 없는 통합 신당으로 변신을 거듭한 데에는 신ㆍ구 주류의 세 싸움에서 비롯되긴 했지만 그보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지율 변화도 상당한 영향을 준 결과다.

만약 지금도 노 대통령이 집권 초기처럼 80~90%대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었다면 구 주류의 항변은 아랑곳 없이, 신주류의 신당 드라이브 정책이 결실을 보는 단계까지 와 있었을 것이다. 신당논의의 거듭된 지(之)자 행보에는이같이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최대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 시사주간지가 8월1일 민주당 대의원을 상대로 한 8월말 전당대회의 바람직한 결과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55.5%는 ‘민주당을 그대로 두고 외부 세력 영입하는 리모델링 방식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외부 세력과 새 당을 만들자는 의견은 42.8%였다.

총선 승리를 위한 방법론에서도 통합신당(45.0%)이 리모델링(31.4%)과 개혁신당(21.6%)보다 높게 나타났다. 결정적으로 내년 총선에서는 민주당 간판(56.7%)이 노무현 대통령 간판(35.8%)보다 유리할 것이란 조사 결과도 나왔다.

대의원들도 이런 생각을 갖는데 총선의 당락에 정치적 생사를 걸고 있는 의원들의 계산법은 더욱 빠르다. 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반전하지 않고 신당의 뒤에는 노 대통령이 서 있다는 국민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모종의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고 있을 것이다.

구주류는 기존 틀 유지, 신 주류는 통합신당식 도로민주당을, 노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받는 소장 강경파들은 “그래도 내 갈 길 간다”는 식으로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염영남기자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