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 여성 노린 검은 유혹 성관계 녹화테이프 100여개, 인터넷 유출 가능성도

[르포] 돈 잃고 몸 버리고, 찍히기까지

전문직 여성 노린 검은 유혹
성관계 녹화테이프 100여개, 인터넷 유출 가능성도

잘 나가는 교포 사업가나 벤처기업인 행세를 하며 미혼 여성을 울리는 카사노바가 잇따라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명품과 외제 스포츠카를 모는 화려한 생활로 상대 여성의 환심을 사는 게 이들의 주요 수법. 그러나 화려한 생활만을 믿고 몸을 내맡긴 여성들은 악몽과도 같은 시간을 경험하게 된다.

눈에 띠는 점은 디자이너, 교사, 사업가 등 전문직 여성들조차도 이들의 ‘검은 유혹’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다는 사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은 자신의 위장용 신분을 들키지 않기 위해 엑스트라까지 동원하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다. 때문에 웬만한 여성들은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게 경찰측의 설명이다.


엑스트라 동원한 치밀한 범죄

서울 방배경찰서는 지난달말 미국 시민권자 흉내를 내며 미혼 여성 10여명을 상대로 ‘엽기 성 행각’을 벌인 김모씨(41)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조사 결과 김씨는 잘나가는 교포 사업가로 위장하기 위해 추리소설과도 같은 치밀한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밝혀졌다.

유명 종합병원의 간호사로 재직중인 최모씨(36)가 대표적인 예. 피해 여성인 최씨가 김씨를 만난 것은 지난달 초. 병원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김씨와 통성명을 한 것이 계기가 돼 급속히 가까워졌다.

김씨는 우선 자신이 미국에 있는 것처럼 최씨에게 전화를 건 뒤, 친구에게 건강진단서를 수령하도록 지시한다. 물론 병원에서 건강진단서를 대신 수령한 사람은 김씨가 고용한 가공의 인물이다. 문제의 친구는 “친구가 미국에서 잘 나가는 사업가이고, 조만간 한국 내 프로젝트를 위해 70만달러를 갖고 서울에 올 것”이라는 내용을 은연중에 흘려 최씨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씨는 또 교도소에서 알게 된 감방 동기를 부모로 위장해 “우리 아들이 마음에 들어하는데 서울 가면 한번 보고싶다” “아들이 이곳에서 능력을 인정받는 사업가다” 등의 전화를 하도록 지시한다.

일단 엑스트라를 동원해 상대의 환심을 사면 본격적인 ‘소품 공세’에 들어간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상류층임을 과시하기 위해 명품옷을 즐겨 입었다. 또 달러 지폐를 종류별로 지갑에 가득 넣고 다니면서 약속이 있을 때마다 행운을 뜻하는 2달러 지폐를 선물했다.

김씨의 전략은 주효했다. 김씨는 불과 몇 번의 만남으로 최씨와 잠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일단 상대가 마음을 열기 시작하자 김씨는 본격적인 작업에 착수한다. “교통사고가 났는데 합의금이 필요하다”며 돈을 빌려달라고 해 이를 자신의 주머니에 챙긴 것.

이 후 이 같은 방법으로 지난 몇 개월 동안 김씨가 울린 여성은 10여명에 이른다. 피해 액수만도 6,000여 만원에 달한다. 이들은 모두가 간호사, 디자이너, 교사, 외국인기업 직원 등 전문직 여성들이다.

사건을 담당한 방배경찰서 강력5반 백봉현 반장은 “김씨는 돈을 떼먹고 도망가면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여성에게서 받은 돈으로 일부를 갚는 치밀함을 보였다”며 “지불 정지된 수표를 의심한 경마장 직원들의 신고가 없었다면 피해자는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선 지난달 10일에도 미모의 20대 여성 수십 명을 울린 엽기적인 카사노바 진모씨(30)가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벤처사업가 행세를 하며 여성들에게 접근한 뒤 사기 행각을 벌였다.

사건을 담당한 안양경찰서 강력5반 최수광 경위는 “진씨는 자신의 신분을 위장하기 위해 대표 직함이 찍힌 명함을 제작했을 뿐 아니라 홈페이지까지 허위로 개설했다”며 “그러나 여성들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어도 상대가 가짜임을 눈치챌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화려한 생활로 상대여성 환심 유도

피해 여성들이 이 처럼 많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진씨는 우선 화려한 생활로 상대 여성의 환심을 유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평소 명품옷을 즐겨 입었으며, 약속이 있을 때마다 일제 오픈 스포츠카를 타고 나타났다. 더군다나 184㎝의 키에 화려한 외모는 단숨에 상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진씨가 사용했다는 수첩을 열자 여성들의 이름과 전화번호가 빼곡하게 적혀있다. 수첩을 넘기자 피해 여성들과 찍은 사진 수십 장이 나왔다. 사진 속의 여성들은 하나같이 흔히 볼 수 없는 미인들이다. 진씨는 이 여성들과 만나는 시간과 장소를 시간대 별로 수첩에 정리했다.

진씨가 마각을 드러낸 것은 여성들과 성 관계를 가진 후부터. 경찰에 따르면 진씨는 성 관계 장면을 캠코더로 일일이 녹화했다. 최 경위는 “피해 여성들이 빌려준 돈을 돌려줄 것을 요구할 때마다 ‘촬영해놓은 성 관계 장면을 인터넷에 유통시켜 망신을 주겠다’고 협박했다”며 “이 같은 수법으로 지난해 4월부터 40여명의 여성들을 상대로 1억원이 넘는 돈을 갈취했다”고 말했다.

진씨는 상대 여성들과 각종 변태 섹스까지 즐긴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진씨에게서 100여개의 비디오 테이프를 압수했는데 모두 포르노 영화나 다름없는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 경위는 “성 보조기구를 사용해 변태 섹스를 즐기는가 하면, 2대1 섹스를 즐기는 장면이 고스란히 들어있다”고 귀띔했다.

경찰은 현재 문제의 비디오 테이프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될 수도 있다고 추정한다. 최경위는 “진씨가 비디오 테이프를 상당수 CD로 제작해 보관하고 있어 인터넷 성인 사이트 등을 통해 유출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석 르포라이터


이석 르포라이터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