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타워·강남 교보타워·아셈타워, 입주만으로도 기업브랜드 '업'

테헤란밸리 신 메카 3인방

스타타워·강남 교보타워·아셈타워, 입주만으로도 기업브랜드 '업'

서울 강남을 가로지르는 테헤란로의 중심 역삼역 네거리. 고층 빌딩 숲 사이로 유난히 위용을 뽐내는 건물이 있다. 지상 45층 초현대식 인텔리전트 빌딩 ‘스타 타워’. 연면적 6만4,000평으로 63빌딩은 물론 무역센터, 포스코빌딩 보다 몸집이 큰 국내 최대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빌딩의 상징은 꼭대기의 초대형 별 모양 불빛. 밤이 되면 이곳이 서울 강남의 중심임을 알려주는 나침반이 된다.

입주자 리스트에는 내로라 하는 국내외 유명 업체들의 상호가 빼곡하다. ING생명 서울 본부를 필두로 메트라이프생명, 조흥은행 PB, 삼성증권 등 국내외 유수 금융사들이 둥지를 틀고 있고, 유니버설 픽처스 코리아, 다임러 크라이슬러, 허드슨 어드바이저 등 소위 ‘잘 나가는’ 외국 업체들도 줄줄이 이곳에 터전을 잡았다.

무엇보다 이 빌딩의 주력 부대는 국내외 정보기술(IT) 혹은 벤처 기업들. 코스닥의 황제로 통하는 NHN과 새롬기술, 통신업체 어바이어 코리아, 전자설계자동화 소프트웨어 업체 시놉시스코리아, 온라인 여행업체 웹투어, 음악 콘텐츠 제공업체 벅스㈜, PC 주변기기 업체 엡손 코리아 등 일일이 꼽기 힘들 정도다.

옷이 날개라는 말이 기업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입주 빌딩은 그 업체의 얼굴이 된다. 완벽한 통신 환경 구축, 중앙관제실을 통한 24시간 관리, 다양한 편의 시설, 깔끔한 근무 환경, 그리고 대외 이미지 개선…. 기업들이 ‘최고의 빌딩’을 선호하는 이유들이다.

길을 따라 고층 빌딩들이 줄줄이 들어서 있는 테헤란 밸리. 그곳에서 요즘 가장 각광 받는 빌딩은 강남의 새로운 랜드마크 구실을 하고 있는 ‘스타 타워’와 ‘강남 교보타워’다. 이미 최첨단 빌딩으로의 위상을 굳힌 ‘아셈 타워’와 함께 이들 ‘3인방’은 번듯한 기업들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강남 빌딩 지도를 재편하고 있다.


스타 타워, 엄격한 입주기준 적용

‘스타 타워’의 소유주는 외환은행 인수 초읽기에 들어간 미국계 투자펀드 론스타. 2001년 현대산업개발로부터 6,800억원에 빌딩을 사들였다. 빌딩 이름도 ‘I-타워’에서 ‘스타 타워’로 바꿨다.

착공 당시만 해도 성공 가능성은 회의적이었다. 빌딩 임대를 하고 있는 한 부동산업체 관계자는 “테헤란 밸리의 거품이 급속히 꺼져버리고 경기 불황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입주 업체를 쉽게 찾을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팽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스타 타워는 요즘 국내 최고 빌딩으로서의 위용을 과시하고 있다. 임대율은 8월 현재 80% 수준으로 지난해 말(50% 안팎)에 비해 대폭 높아졌다.

‘공실률 20%’는 이 일대 주변 빌딩에 비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지만 방대한 규모, 엄격한 입주 기준, 높은 임대료 등을 감안하면 결코 높다고 보기 힘들다. 빌딩 관리회사인 스타PMC 박창섭 팀장은 “입주 업체를 선정할 때 회사 인지도 등을 우선 고려한다”며 “벤처 등 신생 회사의 경우 자본금 규모, 주주 구성 등을 신중히 따진다”고 했다. 심지어 빌딩 근무자들에 대한 ‘복장 검열’도 이뤄진다.

박 팀장은 일부 자유로운 복장으로 근무하는 인터넷 기업들 때문에 빌딩의 이미지를 해친다는 지적이 있어 반바지나 슬리퍼 등의 착용은 금지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것이 빌딩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이다. 그래서 지금도 입주 문의가 끊이질 않지만 아예 자격 심사 조차 받지 못하고 거절 당하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임대료 수준도 주변 빌딩과는 현격히 차이가 난다. 중간층을 기준으로 평당 보증금 80만원에 임대료 8만원은 주변 빌딩에 비해 30~40% 높은 가격. 전세가로 환산하면 평당 880만원에 달한다. 호텔로 치자면 별 다섯 개 짜리 호텔과 2~3개 짜리 호텔과의 차이인 셈이다.

비싼 비용을 감수하는 만큼 입주 업체들의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빌딩 3개층을 임대하고 있는 NHN의 이상훈 대리는 “우선 인터넷 업체로서 빌딩측의 세심한 보안 관리에 가장 믿음이 간다”며 “각종 편의 시설이나 편리한 교통 등 최상의 근무 환경인 것 같다”고 말했다. 주변 건물 중 최고층인 덕에 스모그 층 위에 형성된 비교적 쾌적한 공기를 빌딩 내부에 공급할 수 있는 것도 ‘스타 타워’만의 강점으로 꼽힌다.


대형 예술 건물, 강남 교보타워

‘스타 타워’가 규모로서 테헤란 밸리 일대 빌딩들을 압도한다면, ‘강남 교보타워’는 우선 건축 미학적인 측면에서 시선을 잡아 끈다. 교보 타워가 자리잡은 곳은 서초구 서초동 구(舊) 제일생명 사거리. 그 상징성 때문에 최근 거리의 명칭도 ‘교보타워 사거리’로 바뀌었다.

쌍둥이 빌딩인 교보 타워는 스위스 출신 세계적인 건축가로 미국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 등을 지은 마리오 보타씨가 직접 설계했다. 환경 친화적 소재인 붉은 색 벽돌로 된 외관은 멀리서 보기에도 품격이 느껴진다. 유리 외벽 고층 건물이 주는 가벼움 대신 좌우 대칭을 기조로 한 벽돌 재질은 위압적이기까지 하다.

건축업계에서는 높이 100m가 넘는 25층 건물에 벽돌을 사용한다는 것, 그 자체를 하나의 실험으로 여길 정도다. 빌딩 1층의 한 안내원은 “요즘도 건축ㆍ미술학도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며 “건축 양식 하나 하나에 상당히 높은 관심을 보인다”고 전했다.

오피스 빌딩으로서 기능적인 측면도 전혀 손색이 없다. 석재와 원목이 조화를 이룬 호텔식 로비, 인공 지능 냉ㆍ난방, 공기정화 자동제어 시스템, 실내 조명의 자동 점ㆍ소등 기능 등 최상급 인텔리전트 빌딩이 갖춰야 할 요소는 모두 갖췄다. 지하 1, 2층에는 광화문 교보문고보다 전용 면적이 500평이나 넓은 국내 최대 규모의 교보문고(1,800여평)가 들어서 강남 일대 대표적인 문화 공간으로서도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교보타워에 터전을 잡은 기업들은 교보생명과 우리신용카드, SKC 본사, 까르푸 본사 등 굵직굵직한 업체들. 이들 기업이 각각 3~5개 층을 임대하고 있는 탓에 입주 업체 수로 따지면 그리 많지 않은 편이지만, 인터넷 경매 업체 옥션을 비롯해 G모바일, 그리곤엔터테인먼트, 스토리지텍 등 IT 기업들도 상당수 포진했다.

입주가 시작된 지 불과 4개월에 불과하지만 현재 임대율은 80%를 넘어선 상태. 빌딩을 관리하는 교보리얼코 김병률 관리과장은 “층별 배치 컨셉을 중간에 바꾸면서 공실이 조금 생겼을 뿐 지금도 입주를 희망하는 업체들이 넘쳐 나기 때문에 공실을 메우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다”며 “건물 자체가 하나의 예술 작품인 덕에 입주사 직원들이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빌딩 3~4층에는 병원들이 너도나도 입주하겠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을 정도다.


국제 비즈니스 중심, 아셈타워

‘강남 신 메카 3인방’ 중 맏형 격인 삼성동 ‘아셈 타워’의 명성은 ‘공실률 0%’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2000년 8월부터 입주가 시작된 지하 4층, 지상 41층 연면적 4만4,500평의 이 초대형 빌딩에서는 현재 빈 사무실을 찾을 수 없다. 최근 합병을 통해 다른 빌딩으로 옮겨간 나모인터렉티브 등 특수 사례를 제외한다면 들어오겠다는 곳은 많아도 나가겠다는 업체는 별로 없다.

켐코(KEMCO), 한국선마이크로시스템즈, LG전선, 삼성네트?p스(옛 유니텔), 소니코리아, 로커스, IBM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 네오위즈, 메가웹, 한국BMC소프트웨어 등 입주사 면면도 화려하다. 가히 ‘인터넷 별들의 총 집결소’라 불러도 좋을만하다.

‘아셈 타워’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역센터 단지 내에 특급 호텔 3개, 백화점, 대형 쇼핑몰, 그리고 도심공항터미널이 들어서 있어 국내 글로벌 비즈니스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 바로 옆 무역회관 건물에 미 상공회의소(AMCHAM), 주한 유럽연합상의(EUCCK) 등 외국 경제 단체들도 입주해 있어 외국계 기업들에게는 최상의 입지 환경인 셈이다.

초당 100메가바이트 이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카테고리 6’ 전용 통신망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통신 환경을 제공하고, 각 층 바닥에 광케이블 등의 위치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억세스 플로어’를 설치한 것도 인터넷 업체들이 군침을 흘리는 이유다.

코엑스 오피스운영팀 구대현 과장은 “자체적으로 고객 만족도 조사를 1년에 2번 실시하는 등 최상의 근무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시설이나 입지 여건이 좋기 때문에 경영상 특별한 어려움이 없는 한 다른 빌딩으로 옮기는 업체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 빌딩 39~40층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IBM비즈니스컨설팅서비스 신진석 부장도 적극적으로 예찬론을 편다. “사람이 건물을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최신 시스템이 움직이는 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최고 수준이라고 할 만하죠. 초기부터 빌딩을 이용해 왔는데 지금까지 별다른 불편을 느껴본 것은 없습니다.”

올 하반기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와 함께 이들 빌딩에 대한 선호도도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IT 업체들에게는 강남 테헤란 밸리, 그것도 최상급 빌딩에 입주했다는 사실 자체가 대대적인 홍보 거리가 될 수 있다.

부동산투자자문회사 샘스(SAMS) 투자자문팀 이지훈씨는 “강남 주변 중소형 빌딩 임대 전세가가 평당 400만~450만원 수준인 상황에서 2배에 가까운 800만원 이상의 비용을 감안하면 불경기에 이런 빌딩에 입주할 수 있는 업체는 그리 많지 않다. 경기 활성화가 이뤄진다면 당연히 고급 빌딩 입주 희망 업체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영태 기자


이영태 기자 ytle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