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도권서 밀실 변태영업 기승, 신종 러브호텔

[르포] "밀실, 포르노, 그리고 쾌락"

서울 수도권서 밀실 변태영업 기승, 신종 러브호텔

성인 전용 PC방의 행태가 점입가경이다. 무늬만 PC방이고 실상은 불법적으로 음란물을 상영하는 퇴폐 업소들이 수도권 일대를 중심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들의 운영 수법을 보면 일반인들의 상상을 초월한다. 내부를 개조해 밀실을 만드는 것은 기본이다. 일부 업소의 경우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위장 간판까지 내거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13일 오전 10시 영등포시장 인근. 이곳에는 현재 3개의 성인 전용 PC방이 O극장과 C디스코바를 중심으로 ‘구역 싸움’을 벌이고 있다. ‘OOO 성인 컴퓨터방’이라고 적힌 간판을 따라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입구에 도착하자 ‘미성년자 출입금지’라고 적힌 경고문이 눈에 들어온다.

업소의 첫인상은 PC방이라기보다는 비디오방에 더 가까웠다. 어둠침침한 실내에는 20여개의 밀실이 입구를 중심으로 다닥다닥 붙어있다. 그러나 손님들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곳에서 만난 종업원은 “주로 점심시간이나 퇴근 시간을 전후해서 손님이 많다”며 방안으로 안내한다. 밀실 안은 컴퓨터와 함께 헤드셋, 티슈, 대형거울, 호출벨 등의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이렇게 해서 업소측이 받은 돈은 1시간에 5,000원. 일반 PC방 가격이 시간당 1,000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액수다. 그러나 PC방측은 그리 비싼 편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곳 종업원은 “손님들이 몰리는 오후 시간대가 되면 모든 방이 차 돌아가는 손님이 적지 않다”며 “일단 가게에서 제공하는 컨텐츠를 보면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음란물로 가득찬 콘텐츠

컴퓨터 안에는 각종 음란물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여고생 셀카’ ‘원조 교제 몰카’ ‘부부 스와핑’ 등 제목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한동안 세간의 관심을 모았던 ‘O양 비디오’나 ‘B양 비디오’ 등도 눈에 띠었다.

업소측은 “별도로 마련한 서버에 음란물을 저장하기 때문에 구태여 성인 사이트에 접속할 필요가 없다. 물론 가게에서 제공하는 음란물들은 서버를 차단하면 자동으로 사라지기 때문에 단속이 들어와도 걱정이 없다”고 귀띔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일대에만 이같은 퇴폐 PC방이 10여개에 달한다. 서울 영등포를 비롯해, 구로, 남영동, 심지어 경기도 안산 등지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국내에 성인PC방이 상륙한 것은 지난해 초. 이른바 ‘성인 문화방’이라는 간판이 종로1가 대로에 들어서면서부터다. 당시까지만 해도 성인PC방은 비교적 건전한 편이었다. 인터넷 성인방송과 제휴해 돈을 받고 IP를 제공해주는 수준이 전부였다. 칸막이도 1.3m를 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퇴폐성 PC방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며 초기의 건전성을 좀먹고 있다. 국내 최초의 성인PC방을 오픈한 BM스테이션 이정인 팀장은 “성인PC방의 당초 취지는 '건전한 성인 문화 정착‘이었다”며 “그러나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부 업주들이 파행적으로 PC방을 운영하고 있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밀실로 개조, 성관계 빈번

최근에는 러브호텔 대용으로 사용되는 신종 성인PC방까지 등장했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음성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같은 PC방은 밀실로 개조했다는 점에서 기존 PC방과 큰 차이점은 없다. 그러나 밀실의 종류가 사람수에 따라 1인석, 2인석, 4인석 등으로 구분돼 있기 때문에 남녀간의 성관계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PC방 프랜차이즈 업체인 컴이랑 김성범 팀장은 “이같은 업소는 경찰 단속을 피하기 위해 ‘사무실 임대업’ 등으로 간판을 위장하고 있기 때문에 실체를 잡기가 쉽지 않다”며 “현재 서울 회기동에서 한 업소가 은밀히 영업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주무 부처인 문화관광부측은 퇴폐성 PC방의 난립 이유로 여러 가지 요인을 꼽는다. 이중에서도 돈벌이에 혈안이 된 일부 부도덕한 업주들이 음란 PC방을 오픈한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말한다. 그러나 최근 개정된 법에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음을 시인한다.

문화관광부 게임음반과의 한 관계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인용 PC방은 허가제였다. 때문에 1.3m 이상의 칸막이를 설치할 수 없는 등 엄격한 법률이 적용됐다. 그러나 허가제에서 신고제로 법이 바뀌면서 퇴폐성 업소들이 기승을 부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부측은 그러나 단속을 하는 데는 어려움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유통관리업자 준수사항에 따르면 업주들은 밀실을 만들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더군다나 음란물을 자체 서버에 저장할 경우 비디오물로 분류돼 등급분류를 받도록 돼있기 때문에 단속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성인PC방이라고는 하지만 미성년자 출입 등 논란의 소지가 다분한 만큼 그냥 좌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조만간 경찰청에 협조 공문을 보내 경찰과 함께 합동 단속을 벌일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해당 업주들은 불법인지조차 인식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영등포 O성인PC방의 한 관계자는 “미성년자로 의심되는 사람들은 입구에서 신분증을 확인하고 들여보낸다”며 “미성년자도 아닌데 성인 컨텐츠를 제공한다고 해서 큰 문제가 되겠냐”고 말했다.

'돈된다'는 소리에 너도나도 성인PC방 '기웃'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돈이 된다'는 소문만 믿고 너도나도 성인PC방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 일부 업체의 경우 인터넷이나 신문을 통해 체인점 모집 광고를 내고 있다.

일반 PC방을 상대로 성인 컨텐츠를 제공하는 A업체의 경우 컨텐츠를 제공받고 싶다는 전화가 하루에도 몇 통씩 들어온다. 회사 관계자는 "서비스를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컨텐츠 제공 문의가 한달에 30~50건 정도 접수되고 있다"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수익이 나지 않자 성인PC방으로 전업을 준비중인 것 같다"고 말했다.

B업체의 경우는 아예 전국 PC방을 상대로 체인점을 개설한 상태. 업체 관계자는 "현재 대구, 인천 등 20여곳에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컨텐츠를 제공받고 싶다는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문광부 게임음반과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성인PC방으로 전업하려는 PC방 업주들이 늘고 있다"며 "이들 중 상당수는 경기 불황을 못이겨 전업을 결심한 케이스지만 결국에는 퇴폐 문화를 조장하는 것밖에 더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석 프로라이터


이석 프로라이터 zeus@newsbank21.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