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균의 개그펀치] 기발한 음주운전 퇴치법

나는 30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자동차 없이 살고 있다. 남들처럼 출퇴근 시간이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 집에서 늦은 아침 식사와 간식까지 챙겨 먹고 느즈막이 방송국에 나오는데 주로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자동차 없이 생활하는 것에 대해서 무지하게 신기하게 생각하고 더러는 농담쯤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도 있다.

돈을 못 버는 것도 아닌데 왜 자동차를 사지 않냐고 고개를 갸웃거린다. 불편하지 않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에게 ‘자동차가 있으면 더 신경 쓰이고 불편하지 않냐’고 되물어보면 그제야 반쯤 수긍하는 눈치들이다. 나도 한때는 몇 년 동안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차와는 사주팔자가 안맞는건지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잦았고 몇 년 전 폐차를 시키고 난 다음부터는 아예 자동차를 사지않고 있다.

자동차가 없으니 버스나 지하철을 내 기분이 내키는대로 골라서 이용하는데 대략 1시간 정도는 온전히 나만의 시간이 주어진다. 아무 생각없이 타인들을 훔쳐볼 수 있고 그들의 말이나 행동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다. 피곤하면 체면 불구하고 달디단 토막잠을 잘 수도 있고 회의에 앞서서 전체 구성을 정리할 때도 있다.

무엇보다 제일 좋은 것은 저녁 시간이 자유롭다는 사실이다. 공식적인 아이디어 회의를 마치고도 식사를 하면서 프로그램에 대해서 얘기를 하는데 그럴때면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술을 곁들이고 또다시 다른 술자리로 자연스레 연결이 된다. 어떤 사람들은 운전을 해야 한다며 술잔을 앞에 놓고 입맛을 다실 때 나는 자동차가 없으니 한결 편안한 기분으로 마실 수가 있는 것이다.

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술이 과해지면 심한 갈등에 휩싸인다. 처음엔 대리운전을 부르거나 차를 놓고 가겠다고 얌전하게 말하던 친구들이 술이 몇잔 들어가면 평소에는 발휘하지 못하던 사내다운 배짱을 과감하게 드러낸다. 이 정도쯤은 괜찮다고, 오히려 술이 들어가야 제대로 된 운전 실력이 드러난다며 떼를 써서 같이 술을 마신 사람들을 확 깨게 만든다.

연예인 A도 몇 년 전에 음주운전을 한 적이 있었다.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운전에 자신감이 붙을 때였는데 친구들과 술을 마시다가 도를 넘어버렸다는 것이다. 누군가 자기 이름을 부르고 깨워서 간신히 일어났는데 경찰이었다. 알고 보니 자기가 술을 마시고 말리는 친구들을 뿌리치고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다고 한다.

자동차는 신호위반을 한 다른 차와 충돌사고를 내고 동승자들은 크게 다쳐서 병원으로 실려갔는데 운전자가 없어져서 한바탕 난리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아마도 술에 취해 사고를 내고는 정신이 없는 와중에도 잠은 집에서 자라던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 나 본능적으로 집으로 돌아와 쓰러져 잔 모양이었다.

음주운전이 분명했으므로 경찰서에 가서 측정을 했는데 술을 마신 뒤 시간이 많이 지났고 푹 자고 난 끝이라 알코올 지수가 낮게 나왔다고 한다. 현장에서 체포됐으면 분명히 면허취소를 당했을 만큼 엄청난 치수였을텐데 회귀본능이 구사일생으로 그를 도와주었었다. 경찰도 어이가 없는 상황에 가벼운 조처로 끝나긴 했지만 그 뒤로 정신 바짝 차린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가끔씩 만약 그때 자기가 신호위반을 해서 사고를 냈더라면 어쩔 뻔 했나 하는 생각을 하면 지금도 부르르 떨린다고 한다.

그런 저런 경험 때문에 음주운전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 그야말로 목숨 걸고 말리는데 사람들은 또 음주운전 단속을 교묘히 피해가는 수많은 방법들을 늘어놓으며 호기를 부린다. 독자들이 읽고 따라할까 봐 절대로 알릴 수는 없는 수많은 방법들을 들으면서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목숨 걸고 마시고 목숨 걸고 운전하겠다는 배짱 좋은 음주 운전자들을 박멸시킬 수 있는 절대 방법이 있다. 어떤 벌을 줘도 근절되지않는 음주 운전자들에게 교통경찰이 측정기 말고 딥키스를 하는 것이다. 음주 운전에 도가 터서 귀신같이 법망을 피해가는 사람들에게 딥키스를 하면 백퍼센트 적발할 수 있고 또 남자 경찰에게 뜨거운 딥키스를 당한 사람이 또다시 음주운전을 할만한 배짱이 있는지는 두고 볼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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