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효숙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자

[사람들] 판결 잘하는 판사…"여성진출은 시대적 요구"

전효숙 신임 헌법재판관 지명자

8월19일 오후 6시께 서울고법 재판부 사무실 앞 복도에서 와글거리고 있던 기자들의 눈이 법복을 입고 복도 끝에서 걸어오는 한 중년 여성법관에게 쏠렸다. 한 시간 전에 최종영 대법원장이 전격적으로 신임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전효숙(52ㆍ사시 17회) 서울고법 형사2부장 판사였다.

재판을 막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던 그는 기자들의 성화에 못 이겨 사무실에서 즉석 인터뷰를 가졌다. 30분 가량의 인터뷰 내내 그는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격적인 발탁 인사의 주인공으로서 어쩌면 당연했다. “개인적으로 영광입니다.

여성이 사회 각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시대적 요구라고 생각합니다.”사상 첫 여성 헌법재판관으로서의 자긍심이 강하게 묻어났다.

그에 대한 하마평은 사실 법원 안팎에서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여성 법관으로서는 처음으로 고등 형사부장 자리에 오르는 등 잘 나가는 여성 법관 중 한 명이었고, 이번 대법관 인선 과정에서도 시민단체가 추천한 6명의 공개 후보 중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한 명 한 명이 자부심이 강해 내심 남에게 뒤쳐지고는 못 사는 판사들이지만 “그 분 판결 참 잘 한다고 하시더라”며 스스럼없이 칭찬을 하는 대상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 첫 여성 헌법재판관 탄생’은 여러 면에서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우선 대법관은 서열 등 지금까지의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지 않은 김용담 광주고법원장을 지명하면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헌법재판관 인사는 ‘급조’한 인상이 짙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헌법재판관은 대법관에서 탈락한 사람이 가는 곳’이라는 법원 내부 인식과, 이로 인해 ‘헌법재판관은 외부 요구를 받아주더라도 대법관은 그래서 안 된다’는 사법부의 보수적 인식을 여전히 반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대다수 여성에 대한 사회적 차별과 그들의 좌절이 일부 여성에 대한 ‘혜택’으로 전환되는 사회적 아이러니를 답습하고 있는 측면도 다분하다. 한 여성 법관은 “전 헌법재판관 지명자가 인정 받는 법관인 것은 분명하지만 모든 법관 중에서 가장 뛰어나서 발탁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런 말도 덧붙였다. “여성이라서 차별을 받아서도 안되지만 혜택을 주는 것도 문제가 있습니다. 보여주기 위한 방편으로 소수자를 뽑는 것 보다는 오히려 여성이건 남성이건 소수자를 진짜 위할 수 있는 인물을 뽑는 풍토가 자리잡아야 하지 않을까요.”

이진희 기자


이진희 기자 river@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