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수 훤하게 삽시다] 위암검사와 위암 조기발견

필자가 일하는 건강검진센터에서는 일년에 두세 분 정도 조기 위암 환자가 발견된다. 조기암을 발견하면 의사를 포함한 모든 의료진이 검진센터에서 일하는 보람을 느낀다. 종합건강검진에서 발견되는 위암은 대부분이 아주 조기에 발견되기 때문에, 최근에서는 수술 없이 내시경으로 암 조직만 제거하는 점막하절제술을 받고, 별다른 무리 없이 일주일 안에 일상생활로 복귀할 수 있다.

위암에 걸리는 원인은 무엇일까? 모든 병이 그렇지만 위암에도 환경적인 원인과 유전적인 원인이 있다. 가족 중 위암을 포함한 소화기계 암이 있는 경우는 위암의 발생 위험이 증가한다. 환경적인 요인으로 대표적인 것은 너무 짜고, 매운 음식, 태운 고기류가 지목되고 있다. 모두가 가난했던 과거에는 일반적인 가정에서 냉장고를 구경할 수 없었으며, 별다른 신선한 반찬류를 먹을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주로 밥에 물 말아서 젓갈이나 장아치, 김치 등 맵고 짜기는 하지만 오래두고 먹을 수 있는 저장 음식들을 찬으로 해서 끼니를 때웠다. 이러한 음식들은 손등에 잠시 올려놓아도 피부가 따갑고 벌겋게 염증이 생길 정도로 자극적이다. 하루 3번 먹게 되면 위장벽을 만성적으로 자극하고 노화를 빠르게 하고, 자연히 위암 발생의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냉장고가 보급되면서 젓갈류 등을 상대적으로 덜 먹게 되고 신선한 야채와 과일의 섭취가 증가하면서 위암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냉장고 보급률과 위암발생률은 반비례한다.

위암의 원인으로 또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라는 긴 이름을 가진 세균이다. 헬리코박터는 위암과 위궤양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진 위에 기생하고 있는 세균이다. 여러 광고를 통해 익숙해져서 최근에는 많은 분들이 알고있지만, 이 세균의 존재가 밝혀진 것은 1983년으로 비교적 최근 일이다.

헬리코박터는 위장 벽에 기생하면서 만성적으로 위벽을 자극하여 염증을 일으키고 이렇게 생긴 만성위염은 수년, 수십년이 경과하면서 위암이 된다. 사회경제적인 수준이 낮을수록 헬리코박터 감염률이 높아 영국, 프랑스, 호주 등은 40%정도의 성인이 감염되어 있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대략 3명 중 2명이 헬리코박터에 감염되어 있다.

대부분의 감염자에서 헬리코박터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기 때문에 모든 감염자를 치료할 필요는 없지만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위암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제균 치료를 받아야 한다.

위암은 발견되는 시점에 따라 운명의 차이가 커서 조기위암의 경우는 10명중 9명이 치유되지만 진행성 위암으로 발견되면 5년 생존율이 20-30%로 떨어진다. 그러므로 조기 발견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위암은 위암 만의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 증상이 없는 경우에서부터 소화불량, 위통, 포만감, 식욕부진, 구토 등 매우 다양하고, 위궤양, 위염, 신경성 위염 등 다른 위장병과 증상이 겹치기 때문에 ‘공복 시 위통이면 십이지장궤양’이라거나 ‘식후 위통이 있으면 위암’이라든가 등의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위암의 진행 정도와 위암의 증상도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어서 전혀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건강 체크를 위해 검진을 받았는데 수술이 불가능할 정도로 위암이 퍼져 있는 경우도 있고, 위통이 너무 심해 응급실을 내원했는데도 막상 위장검사는 정상인 경우도 있다. 증상으로 구별을 할 수 없고 증상이 나타날 때 쯤이면 너무 늦어버리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위암 조기발견을 위해 주기적으로 위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국립암센터와 대한가정의학회에서는 40세가 넘으면 최소 2년 정도의 간격으로 위내시경이나 위장조영술을 받을 것을 권유하고 있다. 가족 중에 위암이나 대장암 등 소화기계의 암 병력이 있는 경우는 조금 더 일찍 위장검사를 시작하는 것이 좋으며, 만성위염이 있는 분들은 해마다 위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위장검사의 방법은 위내시경과 위장조영술이 있다. 위내시경 검사는 검사시 불편함이 크지만 정확하고도 저렴한 검사이다. 특히 크기가 작은 조기위암의 경우는 위내시경 검사가 위장조영술보다 휠씬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다. 아무리 잘 찍어도 위장조영술은 그림자를 보는 검사이니 만큼 한계를 가지고 있다.

간혹 마이크로칩이 내장되어 있는 캡슐을 삼켜서 위장관 검사를 하는 방법을 신문이나 뉴스에서 접하고 그런 검사를 받을 수 없는가를 문의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아직은 제대로 검증되어 있지도 않고, 상용화되어 있지 않다.

유전공학의 발달로 위암을 미리 예방하거나 항암치료의 개발로 치료효과가 좋아진다면 위암검사가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현재로는 위암과 대적하는 가장 좋은 방편은 부지런히 주기적으로 위장검사를 받아 위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


박현아 가정의학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