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환경론자들의 호들갑을 통박한다


■ 회의적 환경주의자
비외른 롬보르 지음/홍욱희ㆍ김승욱 옮김/에코 리브르 펴냄

지금까지 환경주의자들은 이렇게 얘기했고, 대다수의 사람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였다. “인간은 삼림을 훼손하고, 공기를 오염시키고, 하천과 바다를 더럽히고 있다. 인구는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식량 생산은 한계에 이르렀다. 석유를 비롯한 천연자원은 곧 바닥을 드러낼 지경이다. 지구 환경 파괴를 멈추지 않으면 마침내 인류는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과연 이런 주장은 정확한 것일까? 이 책의 지은이는 단호하게 ‘아니오’라고 말한다. 지은이는 “환경론자들이 상황을 과장하고 있다”며 “이 세상의 실제 상황을 직시하라”고 조언한다. 우리가 환경에 이토록 관심을 쏟는 이유는 먹고 살 여유가 생겼기 때문이라는 게 지은이의 주장이다. “먹을 것이 없을 때는 문제가 단 하나 뿐이었는 데, 먹을 것이 남자 세상 만사가 다 문젯거리가 돼버렸다.”

지은이는 환경주의자들이 사용하는 통계를 꼼꼼하게 봐야 한다고 주의를 준다. 예를 들어 미구의 인구 10만 명당 암 사망자 숫자는 1900년 64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0명에 달한다.

오염 탓이라는 환경주의자들의 주장을 지은이는 암은 노인의 질병이요, 암 환자의 증가는 수명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반박한다. 뻔한 통계를 뒤집어 인용한다든지, 돌연변이적 현상을 장기 추세의 발현인 양 과장하고, 잘못된 통계 해석이 여기저기 인용되면서 사실로 굳어지는 사례들을 지은이는 일일이 적시하며 자신의 ‘회의’에 동의를 끌어낸다.

지은이가 ‘회의적’ 환경주의자가 된 연유를 들어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1997년 지은이는 미국 경제학자 줄리언 사이먼 교수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사이먼 교수는 환경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전통적인 지식 중 많은 부분이 선입관과 한심한 통계 자료에 기초하고 있으며, 환경 파괴로 세상이 멸망할 것이라는 전망은 터무니 없다고 주장했다.

좌익 성향의 그린피스 회원이었던 지은이로서는 “약이 올랐다.” 통계학 교수이기도 했던 지은이는 사이먼 교수의 주장이 미국 우익 집단을 대변하는 선전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우수한 학생 10명으로 연구 그룹을 만들어 사이먼 교수의 주장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진행했는데, 그 결과는 전혀 엉뚱한 것이었다. 사이먼 교수의 주장이 거의 대부분 옳은 것으로 검증됐기 때문이다.

지은이의 결론은 이렇다. “나도 지구를 사랑한다. 후손의 안녕을 염려한다. 그러나 내가 회의에 젖어있는 것은 이 세상을 위해 낙관주의자나 비관주의자들의 근거 없는 얘기에만 의존해서 실제 행동에 나서서는 안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더 나은 미래를 만든다는 인류 공통의 목적을 위해 가능한 최선의 정보를 활용해야 할 것이다.”

지은이는 독자들이 자신의 주장에 고개를 끄덕여주길 바라겠지만, 판단은 독자의 몫이다. 다만 환경에 관심을 가진 이라면, 설령 지은이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시간을 투자할 만한 책임에는 틀림없다.

최성욱기자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