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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영 KCC 명예회장 "현대그룹은 내가 지키마"

MH사망 이후 현대의 든든한 보호자 "경영권엔 관심없어"



8월 30일 서울 서초동 반포에 위치한 금강고려화학(KCC) 본사.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막내 동생인 정상영(67) KCC 명예회장은 토요일이지만 오전 7시 정각에 회사 13층 자신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장남인 정몽진(44) 회장이 같은 층 옆 사무실에 근무하고 전문경영인까지 두고 있지만 맏형인 고 정 명예회장을 빼어닮은 부지런한 천성 때문인지 그는 토요일도 정시출근을 고수하고 있다. 현대가(家) 다른 기업들도 서둘러 주5일 근무제 실시에 들어갔지만 KCC는 오히려 건자재 업계 성수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토요 근무제를 부활하기로 했다.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사망이후 한 달이 지난 요즘 현대그룹의 미래가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지킴이’ 역할 덕분에 한층 밝아졌다. 현대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현대엘리베이터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지분 매입공세에 맞서 KCC는 최근 지분 3.1%를 사들인 데 이어 현대상선 지분도 2.98% 매입하는 등 현대그룹의 든든한 보호자 역할을 했다.

이 과정에서 정 명예회장이 “당분간 현대그룹을 섭정(攝政)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일각에서는 KCC 계열 편입 논란이 일기도 했다.


"형님이 이룬 그룹, 외국인에 넘길 수 없다"



정 명예회장은 자신의 발언으로 단순히 보호막 역할을 하려던 본심이 와전되자 당장 진화에 나섰다. 마치 현대그룹 경영권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오해를 불러일으켰기 때문. 정 명예회장은 “육십 넘은 조카는 물론 형님들도 있는데 내가 어떻게 나서겠느냐”며 “경영권 행사는 전혀 생각이 없다”고 손사래를 쳤다.

또 그는 “형님이 이룩한 현대그룹을 외국인에게 넘겨줄 수 없었기 때문에 경영권 방어에 나섰을 뿐”이라며 “앞으로도 내가 독단적으로 해나갈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자신의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맏형인 고 정 현대 명예회장에 대한 존경심과 현대그룹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정 명예회장은 소탈하면서도 직설적인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를 받는다. 현대그룹에 대한 열정뿐만 아니라 경영 능력도 뛰어나 고 정 명예회장은 한때 그를 정세영 회장의 뒤를 잇는 현대그룹 회장 감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금강그룹을 이끌고 있다는 이유로 현대그룹 회장직을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명예회장은 그 동안 현대그룹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가족의 어른으로 누구보다 앞장 서왔다. 2000년 ‘왕자의 난’ 때는 조카들에게 “화해하라”고 유일하게 쓴 소리를 가장 많이 한 현대가의 원로다. 또 ‘왕 회장’ 타계 직후 서산농장에 200여 만평의 기념관을 짓자는 얘기를 처음 꺼낸 주인공이기도 하다. 조카인 고 정몽헌 회장에 대해서도 지난해 말 개인 빚을 갚지 못해 고심하자 대신 갚아주는 등 아낌없는 애정을 베풀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이 설립한 금강스레트를 1959년 넘겨받아 키워온 KCC그룹은 자산 규모만도 2조3,000억원 대에 이른다. KCC는 금강종합건설, 금강레저, 고려시리카(광산), 코리아오토글라스, e-KCC(전자상거래), 울산방송 등 6개 회사를 거느린 그룹의 지주회사.

58년 8월 금강스레트공업㈜이라는 상호로 설립돼 제조ㆍ도료ㆍ건축자재ㆍ유리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하고 있다. 연간 매출이 1조6,000억원에 이르며 올 상반기 1,027억원의 당기순익(순익률 12.3%)을 올린 ‘알짜’다. 정 명예회장의 장남인 몽진씨(44)가 대표이사 회장을, 차남인 몽익(42)씨가 전무를 맡고 있다. 3남인 몽렬(40)씨는 금강종합건설 대표이사.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공장설립 등 회사의 중요한 결정에 아직도 직접 나설 정도로 최고 경영자로서 흔들림 없는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정기적으로 문막과 여주, 수원, 아산, 전주, 울산 등 전국에 흩어져 있는 공장들을 순회하는 혈기왕성한 활동력을 보이고 있다.

그의 활동 능력만 보면 현대그룹의 후견인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는 조카가 없는 현대그룹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현대엘리베이터는 MH 부인이 경영할 듯



정 명예회장은 고 정몽헌 회장의 49제가 끝나는 9월22일까지는 어떠한 결정도, 방향도 잡혀 있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현대瀏裏?앞날은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등 현대 가의 다른 어른 및 가족들과 협의를 통해 최종 결정될 것이라는 뜻이다.

가족회의를 거친 후에는 정 명예회장이 단독으로 나서기보다는 현대엘리베이터의 대주주(18.57%)이자 정몽헌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용문학원 이사장) 여사와 미망인 현정은(48)씨 등 가족이 경영을 함께 책임지는 형태로 전개될 공산이 크다. 김문희 여사는 논란이 된 정 명예회장의 ‘섭정’에 대해 “(정 명예회장이) 삼촌으로서 계속 보살펴 주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대그룹의 경영권과 관련, 김 여사는 “유가족에게 물려주고 싶다”며 “(현)정은(딸)이가 정상영 KCC명예회장으로부터 사실상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녀는 “요즘 딸은 정상영 명예회장에게 (회사경영에 대한) 조언과 현대그룹 경영에 대한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며 “그러나 실제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는 형식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문희 여사는 고 정몽헌 회장의 장모이자 현대엘리베이터의 최대주주다.남편 현명원씨는 현대상선 고문을 맡고 있다. 현정은씨는 2녀1남의 어머니역할에 충실하면서 걸스카우트연맹과 대한적십자사, 금호미술관 행사 등 사회 활동에 적극 참여해 왔다.

김문희-현정은-정상영 명예회장으로 이어지는 현대그룹 오너그룹은 앞으로 계열사중 현대상선ㆍ엘리베이터ㆍ택배 3개사를 집중 육성하고 현대증권 등 나머지 계열사들은 단계적으로 분리ㆍ매각할 전망이다. 또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룹을 관리할 지주회사의 대표이사로 유가족 중 한 사람이 맡을 가능성이 높다.

그 경우 고 정몽헌 회장의 자녀가 아직 어린 만큼 현정은씨나 정 명예회장이 당분간 나설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너 일가와 그룹 내부에서 고 정 회장의 사망을 “참모들이 보필을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내부 문제도 간과하지 않고 있어 회장급 전문경영인을 발탁할 가능서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그룹의 앞날은 현대 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추석명절과 고 정 회장의 49제가 끝나는 9월 말께나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낼 것으로 관측된다.



장학만 기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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