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여자축구, U대회서 가공할 공격력과 힘, 무실점 우승 금자탑

[스포츠 프리즘] "단고기가 체력엔 으뜸이야요"

북한여자축구, U대회서 가공할 공격력과 힘, 무실점 우승 금자탑

‘27득점에 실점0’ 북한여자축구가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사상 첫 무실점 우승의 금자탑을 세웠다.

북한은 30일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열린 2003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여자축구 결승에서 일본을 3_0으로 완파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북한은 예선 3경기에서 20골을 뽑아내는 폭발적인 화력을 선보였고 대만과의 준결승에서 4골을 뽑은 데 이어 이날 결승까지 총 27골을 기록하는 동안 단 1실점도 허용하지 않았다. 남녀축구 통틀어 무실점 우승은 유니버시아드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축구강국 중국을 무너뜨린 일본의 기세가 만만치 않았지만 한국의 일방적인 응원과 미녀 응원단의 취주악을 등에 업은 북한 선수들은 무실점 행진을 이어온 저력을 과시하듯 시작 휘슬이 울리자 마자 골욕심을 드러냈다.

하지만 의외로 일본은 전반초반 강력한 압박과 정교한 패스를 무기로 공세에 나서면서 2차례 북한의 문전을 돌파, 기세를 올렸다. 일본은 미드필드에서 북한의 패스 길목을 차단하며 우세한 경기를 펼쳐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러나 일본의 우세는 오래가지 않았다. 북한은 전반11분 김경화가 상대 골지역 오른쪽 모서리에서 반대쪽 포스트를 향해 보낸 패스를 리은숙이 달려들며 슬라이딩 슛, 선제골을 작렬해 분위기를 완전히 북한쪽으로 돌려놓았다.


2진급 불구, 상대팀 압도

북한의 리은심은 후반23분 미드필드에서 날아온 패스가 야스다 마키 일본 골키퍼의 손을 빗겨나자 특유의 재치있는 왼발슛으로 마무리, 추가골을 터트렸고 2분 뒤에는 후반 교체투입된 석춘명이 상대 수비의 자책골을 유도,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일본은 멤버교체를 통해 영패를 면하려 했지만 엄정란_공혜옥_공선화_선우경으로 이어지는 북한의 수비진은 한치의 빈틈도 보이지 않았다.

이번대회 모두 9골을 넣은 리은심은 시상식에 앞서열린 기자회견에서 “(남북응원단의) 열렬한 응원에 힘과 용기를 얻어 이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북한의 승리로 경기가 끝나자 세찬 빗속에도 불구, 합동응원을 펼친 남북 응원단은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한 채 환호했다. 북한 선수들도 종료 휘슬이 울리자 경기장으로 뛰쳐나온 몇몇 북한 응원단원과 인공기, 한반도기를 앞세우고 경기장 트랙을 돌며 그동안 일방적인 응원을 펼쳐준 남측 관중들에게 감사의 세리머니를 펼쳤다.

이어 남북은 ‘고향의 봄’ ‘아리랑’ 등 민요와 가곡을 함께 부르며 경기장을 뜨거운 동포애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아시아 최강 중국을 제치고 99, 2003 아시아선수권을 2연패한 북한은 김철주사범대학 사회체육과 학생들로 구성된 2진급을 출전시켰음에도 이 같은 가공할 성적을 거둬 북한여자축구의 위력을 새삼 과시했다.

김광민 북한여자축구 대표팀 감독(41)은 “체력을 최우선적으로 강화한 뒤 팀 전술을 가다듬는 것이 북한여자축구의 특징”이라며 “소학교에만 200여개의 팀이 있고 각 도마다 전문적으로 선수를 육성하는 기관도 3개씩 운영되는 등 여자축구의 저변이 넓어 뛰어난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공급된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또 “하루 6시간 이상의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력을 기르고 특히 단고기(개고기)를 많이 먹는 것도 체력보강에 큰 힘이 된다”고 귀띔했다.

이범구기자


이범구기자 gogum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