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하는 가을맞이 여행지

[추석특집-여행] 가을色에 젖는 '환상특급'

가족과 함께 하는 가을맞이 여행지

올 추석연휴는 9월 10일부터 12일까지 사흘이다. 그러나 13일이 징검다리 토요일이니 무려 닷새의 여유가 있다. 그래도 귀경길이 부담스러운 건 마찬가지지만, 시간만 잘 짜면 하루나 이틀쯤은 한갓진 가을 나들이를 즐길 수 있다. 가족과 함께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는 여행지를 소개한다.


경기 가평천-드라이브도 즐기고, 알밤도 줍고…

수도권에 사는 주민들이라면 일찍 귀경한 뒤 주변의 관광지에 눈을 돌리게 마련. 북한강의 지류로서 곳곳에 많은 절경지를 안고 있는 가평천은 서울서 2시간이면 접근이 가능한 곳이다. 산자락을 휘감고 도는 가평천 강변도로 드라이브도 운치가 있고 고향 분위기 물씬 풍기는 시골마을서 한갓지게 가을 내음도 한껏 맡을 수 있으니, 도회지 출신들에겐 더없이 적당한 여행지.

인기 있는 곳은 백둔교 근처의 항아리바위. 마치 달 표면의 분화구처럼 움푹움푹 패인 화강암 반석이 200평 정도의 넓이로 펼쳐져 있다. 도대리 관청마을 부근의 용소와 가마소 등 계곡의 풍광도 좋다. 최상류의 적목리는 가평팔경 중 하나인 적목용소를 비롯해 무주채폭포 등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 적목리 삼팔교 상류부터는 생태계 보호를 위해 철망을 설치해놓아 계곡에 들어갈 수 없지만, 맑은 공기를 마시기엔 더 없이 좋다.

적목용소 감상하고 고갯길을 계속 따르면 도마치. 가평군 북면과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을 잇는 이 고갯길은 ‘도와 도를 넘나드는 높은 고개’라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예전 이곳 적목리 주민들은 먼 가평장보다는 강원도 땅이지만 가까운 사내면의 사창리로 장을 보러 다녔다. 맛 좋은 약수가 솟는 고갯마루엔 잣막걸리, 산채 등 산골 정취를 맛볼 수 있는 간이식당이 여러 개 자리하고 있다.

알밤줍기는 가평천이 선사하는 가을 나들이의 색다른 즐거움. 손가락으로 톡 퉁기면 쨍하고 울릴 것만 같은 파란 가을 하늘과 잘 어우러진 푸른 밤나무숲에서 가을의 낭만을 줍는 재미가 쏠쏠하다. 북면 제령리의 푸름유원지(031-582-8868)는 밤나무 숲속에 마련된 방갈로에서 숙박하면서 맛있는 토종밤을 마음껏 주울 수 있는 곳.

1만3,000여평의 숲에 300그루쯤의 토종 밤나무가 늘어서 있다. 입장료로 어른 1만원, 어린이 5,000원만 내면 4kg 내에서 주운 밤을 가져갈 수도 있다. 주말엔 밤나무숲에 자리한 식당에서 닭볶음탕, 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 교통 = 서울→46번 국도→구리→경춘가도→가평(좌회전)→75번 국도→가평천. 푸름유원지는 북면 소재지를 2.5km 지난 뒤 좌회전해 제령교를 건너면 된다.


경남 함양 상림-신라 말 최치원이 조림한 최초의 인공림

“스님이여, 청산 좋다 이르지 마시오/산이 좋다면 왜 다시 나왔소/먼 훗날 내 종적 눈여겨 보시오/청산에 들면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최치원의 ‘입산시(入山詩)’>

저서들이 <당서>에도 언급될 정도로 당대 최고의 문장가로 이름 떨친 최치원은 신라 말의 혼란기에 가야산에 들어가 살다가 어느날 갓과 신발을 남겨둔 채 ‘입산시’를 짓고 홀연 자취를 감춘 인물. 지리산 기슭의 함양 사람들은 1,100여년이 지난 지금도 최치원을 잘 기억하고 있는데, 이는 고운의 문장이나 신비함보다 그가 함양 수령으로 있을 때 조림한 상림(上林, 천연기념물 154호) 때문.

함양읍을 적시며 흐르는 위천(渭川)은 예전엔 물이 강둑을 자주 넘어 함양 읍내를 온통 물바다로 만들어 놓곤 했다. 그래서 이곳 태수로 부임한 최치원은 인근 지리산과 백운산 일대의 활엽수를 옮겨와 강둑을 따라 심었다. 함양 사람들은 최치원이 금호미로 단 하루만에 상림을 만들었다고 믿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꼽힌다. 서늘한 가을 바람이 머리카락을 어루만지는 가을날, 상림의 참나무 숲속을 거니는 맛은 매우 유별나다.

상림의 원래 이름은 대관림(大館林)으로 조성 당시엔 길이가 5km쯤 되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관림은 세월이 지나며 중간의 일부가 없어져 상림과 하림으로 나뉘었다. 세월이 흐르며 하림에는 민가가 하나 둘 들어서며 훼손되었고, 지금의 상림만 남게 되었다. 상림엔 주종인 참나무를 비롯해 1백여종의 나무들이 2km쯤의 둑을 따라 80~200m의 폭으로 조성돼 있다. 읍내의 학사루(學士樓)는 최치원이 시를 지었다는 누각.


▲ 숙식 = 상림 주변에는 닭백숙, 도토리묵 등을 파는 음식점들이 있다. 상림 근처와 읍내에 숙박시설이 여럿 있다.


▲ 교통= 88올림픽 고속도로 함양 나들목(우회전)→3km→함양 읍내→학사루→700m→상림.


전남 담양 -아름다운 가로수와 대숲, 정자의 고을

호남고속도로와 88올림픽고속도로 분기점에 자리한 담양은 우리나라 최고의 죽세공예품 고을. 현재 담양에서 죽세공예품을 생산하는 집은 210여 가구로 1,400여명의 주민들이 70여종의 죽제품을 만들고 있다.

담양은 흔히 죽향(竹鄕)으로 불리는 만큼 울창한 대숲이 지천이다. 금성면 봉서리의 대나무골 테마공원(061-383-9291)은 3만여평의 대숲 안에 호젓한 산책길을 꾸며 놓아 방문객들에게 인기가 있다. 여러 CF촬영과 KBS TV의 ‘전설의 고향’, 영화 ‘흑수선’, ‘청풍명월’ 등의 대숲 배경 촬영지로 유명하다.

향교리 죽녹원(竹綠苑)은 최근에 개방한 대숲 정원. 관광객들이 직접 대나무밭을 거닐며 죽림욕을 즐길 수 있도록 대숲에 오솔길을 냈다. 담양 읍내에 있어 접근도 쉽고 주차하기도 수월하다. 다리 건너엔 200~300년 수령의 노거목 185그루가 있는 관방제림(천연기념물 제366호)이 자리하고 있다. 주차 및 입장료 무료. 담양의 또 다른 명물인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가로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로수 중 하나로 꼽힌다. 가장 운치 있는 구간은 읍내 학동리 주변.

담양은 누정의 고향이기도 하다. 호남가단의 원류요 강호가도의 선구자로 여겨지는 송순(宋純)의 면앙정, 관동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의 송강 정철(鄭澈)이 주인인 송강정이 있다. 또 성산별곡의 배경지인 식영정 마루에서 붉은 배롱꽃을 등지고 무등산을 바라보는 정취가 제법이다. 전문가들이 ‘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라 찬탄한 조선시대 대표적인 민간 정원인 소쇄원이 근처에 있다.


▲ 교통 =호남고속도로 장성나들목→24번 국도→25km→담양군청(순창 방향)→5km(메타세쿼이아 가로수)→석현교(우회전)→2km→대나무골테마공원.


▲ 숙식 =담양의 별미인 죽순회는 담양 읍내의 민속식당(061-381-2515)이 유명하다. 담양 읍내와 가사문학관 주변에 숙박시설이 있다.


대청호-대통령 별장인 청남와 사찰, 호반

백제의 옛 땅을 유장히 흐르는 금강이 잠시 숨을 고르는 대청호는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가 갈리는 회덕분기점, 경부고속도로와 대전­진주간고속도로가 갈리는 비룡분기점 근처에 있어 접근이 수월하다.

현암사는 댐과 호수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절집. 호젓한 대웅전 앞에서 대나무 너머로 호수를 내려다보는 맛이 좋다. 원효는 ‘절집 앞 강물이 호수가 되는 날 나라의 왕이 머물 장소가 된다’는 예언을 했다고 한다. 우연일까? 대청호반엔 대통령의 별장인 청남대가 자리하고 있다.

문의면 소재지 파출소 앞에 자리한 청남대관리사업소에서 입장권(어른 5,000원, 어린이 3,000원)을 구입하면 청남대도 둘러볼 수 있다. 인터넷 예약은 충북문화관광허브사이트(www.cbtour.net)에 접속, ‘청남대예약시스템’을 이용한다. 당일 입장권은 현장에서 1일 600명 선착순 판매.

추석날인 11일은 휴관. 청남대관리사업소 전화 043-220-567. 근처 ‘문의문화재단지’는 수몰위기에 처했던 유물들을 모아 재현한 마을. 양반가옥, 민가, 대장간, 주막집 등과 조선시대 객사인 문산관(충북 유형문화제 제49호) 등이 있다.


▲ 대청호 일주 코스 = 경부고속도로 신탄진 나들목→32번 도로→8km→현암사→대청댐→5km→문의문화재단지→문의면(청남대관리사무소)→509번 지방도→염치재→회남(우회전)→571번 지방도→회남대교→세천동→4번 국도→대전.


▲ 숙식 = 문의면에 숙박시설과 식당이 여럿 있다. 회남대교 근처의 ‘금린(043-542-8520)’은 커다란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호수 전망이 뛰어난 곳. 아래층 식당에선 쏘가리회와 메기, 빠가사리, 민물새우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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