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태풍 설거지 남기고… 무거운 귀경길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하더니만, 올 추석은 ‘이 보다 더 나쁠 수가 없다.’ 태풍 매미가 할퀴고 간 상처는 크고 깊다. 나이 드신 부모를 등 뒤로 한 채 귀경하는 자식의 발걸음은 무겁기만 하고, 부모는 오히려 자신들을 걱정하는 자식의 뒷모습이 안쓰럽기만 하다.

멕시코 칸쿤에서 날아온 소식도 농민들을 시름에 빠뜨렸다. 제5차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는 끝내 결렬, 선언문을 채택하지 못한 채 폐막했다. 이렇게 되면 농산물 시장 개방과 관련 각 나라가 쌍무협상을 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로서는 문을 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머잖아 농산물 시장 개방이라는 제2의 우루과이 라운드 태풍이 불어 닥칠 텐데, 우리 농민들은 이제 어떻게 살아가나!

○…판교 신도시에 1만명 규모의 학원 단지를 조성하겠다는 정부의 발표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폭등하는 강남의 집값을 잡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책”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앞장서서 사교육 열풍을 부채질한다”는 시민 단체의 반발 또한 거세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 라면 공교육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정부의 심산은 아닌지 슬며시 걱정이 되기도 한다. 왜냐구? 이번 판교신도시 개발 계획은 결국 판교를 ‘제2의 8학군’으로 만드는 꼴이 될 테니까.

○…대검찰청이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미진한 수사, 증거 판단 잘못,법리 오해 등 검찰의 잘못 때문에 법원이 무죄를 선고한 사건이 올 상반기에만 242건이나 됐다는데…. 잘 나고 똑똑한 검사 나으리들은 다 어디로 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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