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컥 떠난 길, 한숨과 탄식의 1년정착기 1년의 최대고비, 자리 잡혀가는 지금도 '갈등'

[脫 한국] <기고> 캐나다 이민 2년 반의 기록

덜컥 떠난 길, 한숨과 탄식의 1년
정착기 1년의 최대고비, 자리 잡혀가는 지금도 '갈등'

남들이 이민 올 때 정신없이 와서 정착한답시고 정신없이 지내다 보니 벌써 2년6개월이 흘렀다.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인 줄 알았던 캐나다는 이민자들의 ‘한숨과 탄식이 흐르는 땅’이라는 것을 도착 1년 만에 실감할 수 있었다.

사전답사 등 이민 생활에 대한 철저한 사전 준비 없이 덜컥 보따리부터 산 것이 무엇보다 큰 착오였다. 캐나다 사업 투자 이민의 경우, 주 정부 사업국에서 실시하는 세미나 등에 참석해 현지 조사를 보다 철저히 했다면 어려움을 덜 수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캐나다 이민을 생각하고 있다면 비자를 기다리는 시간만에라도 자신이 계획한 사업 방향이 현지 사정에 부합하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을 철저히 체크해 보기를 권한다.


언어장벽 문화적 이질감 등 고난의 세월

이민자들에게 첫 1년은 매우 중요한 기간이다. 1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이민 출발을 ‘잘 했다’, ‘못했다’ 평가할 수 있다. 정착 후 1년은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간다. 1년을 한 달같이 정신없이 보내다 보면, 별로 한 것도 없이 시간만 가버린 느낌이 들기도 한다.

처음 캐나다 땅을 밟은 뒤 언어 장벽, 이질적인 문화, 사업 및 취업 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또 괴로워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낯선 땅에서 새로 인생을 시작한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그때부터 ‘역(逆) 이민’과 ‘기러기 아빠’생활, 그냥 버티기 등을 놓고 많은 밤을 뒤척이곤 했다. 이제는 간신히 입에 풀칠하는 직업을 가졌지만 과연 내가 캐나다 이민을 결행한 것이 잘 한 일인가 하는 문제를 생각할 때마다 여전히 고개를 흔들곤 한다.

30대 말에 한 대기업체 차장으로 근무하면서 느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결행한 이민이지만 현실은 어디나 그렇게 녹록치 만은 않은 것 같다. 특히 나름대로 자신했던 영어 실력은 간신히 의사소통이나 하는 수준에 불과하고 한국에서 나름대로 자신이 있던 분야에서 일하지 못하고 먹고 살기에 급급한 자신을 되돌아볼 때 가끔 자괴감마저 들기도 한다.

그렇다고 아주 견디기 힘든 것만은 아니다. 한국이나 캐나다나 사람 사는곳은 다 마찬가지여서 처음엔 잘 모르고, 자신이 없고, 의기소침해지고, 남을 만나기가 겁이 난다. 하지만 시작은 비록 어렵고, 마음먹은 데로 일이 풀리지 않더라도 조금씩 현지에서 이리저리 부딪히며, 현지 생활에 적응해 가면 나름대로 보람도 있고, 살아갈 만하다. 중요한 것은 어려운 문제를 피하지 말고, 부딪치며 해결하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역이민 유혹 떨쳐내지 못해

캐나다에서 큰 돈을 벌 수는 없을까? 스스로 묻고 또 묻지만 대답은 간단하다. 현상유지하며, 조금씩 저축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큰 돈을 벌진 못해도, 가장 안정적인 삶이다. 생활 자체가 돈이 우선시 되는 사회라기 보다는 개개인의 삶의 질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현재 월 수입이 한국시절과 비교하면 별 볼일 없어 차라리 한국에서 직장을 잡고 ‘기러기 아빠’생활을 하고픈 충동이 요즘도 일곤 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는 아직도 오라는 데가 있어서 마음이 흔들리곤 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는 기왕이 옮겨온 이상 캐나다에서 승부를 걸자는 오기도 생긴다.

이민은 단순한 이사가 아니고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옮겨오는 것이 아닌 가 싶다. 그래서 성급한 결정은 지양해야 한다. 나의 모든 삶을 다른 나라로 옮겨갔을 경우 어떤 미래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면밀히 따져보고, 또 준비를 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한 스스로를 책할 뿐이다.

다만 가족과 함께 온 캐나다 이민이 날이 갈수록 제대로 된 결정이었고, 판단이었기를 기대하고 또 하느님께 빌어본다.

김재흥 캐나다 토론토 거주


김재흥 캐나다 토론토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