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 + 美] 여인의 향기


■ 제목 : 파란 우산 #2 
(Blue Umbrella #2)
■ 작가 : 알렉스 캐츠
 (Alex Katz)
■ 종류 : 캔버스 유화
■ 크기 : 243.8cm x 365.8cm
■ 제작 : 1972

유리창으로 바라보는 비 내리는 거리, 빗물에 젖어 더욱 짙어진 녹음과 어우러지는 묘한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폭우가 자연과 인간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입힌 올 여름, 그런 낭만은 꿈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것이었다.

아픈 기억과 연관되었다면 피하고 싶은 것이 자연스런 인간 심리겠지만 작품 ‘파란 우산 #2’는 거친 폭풍우와 자연재해에서 연상되는 위압감과는 거리가 먼 온화함으로 가득하다. 이차원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평면적이면서 부드러운 화면처리는 인공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마치 스토리를 갖춘 만화를 보는 듯하다.

알렉스 캐츠는 미국 대공황기 미국 브루클린에서 어렵게 성장하였고, 당시 급변하는 사회 문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것은 그에게 ‘처음의 것’으로 다가와 현재 여든을 바라보는 고령에도 새로운 주변의 변화들에 민감하고 작품에서도 늘 새로운 시도를 갈망하게 했다.

캐츠가 그림을 그리기 전 포스터, 책 표지, 잡지 커버 등을 장식하는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했던 것이 기본적인 영향을 주었지만 작품의 이미지가 구체적 형상으로 관찰되기 이전의 독특한 분위기를 잡아 가장 적절히 표현하는 것이 그에게 있어서 최우선의 과제였다.

알렉스 캐츠는 기술적인 측면에서도 전문가의 조언과 협력을 구하고 완벽한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거듭하였다. 단순해 보이는 그의 작품은 이렇듯 각고의 노력과 애착으로 어떤 순간 한 인물이 가진 분위기를 만족스럽게 이끌어 낼 수 있었다.

‘파란 우산 #2’가 2001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약 8억원에 가까운 낙찰가에 판매된 것으로 작품성을 운운하는 것은 무리가 있더라도 작품이 지닌 특별한 느낌과 사랑을 받을만한 가치와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빗속에 파란 우산을 받쳐들고 낯설지 않은 곳을 바라 보는 듯한 여인의 그윽한 눈빛을 바라보며 비로 인한 올 여름의 악몽이 아닌 예전에 가졌던 낭만적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밝은 날이 오기를 기원해 본다.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


입력시간 : 2003-09-30 16:44


장지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