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의 친구, 내안의 연인

[스타탐구] 안재욱

만인의 친구, 내안의 연인

바야흐로 만능 엔터테이너의 시대이다. 많은 가수들이, 혹은 많은 연기자들이 영역을 넘나들며 만능 엔터테이너로서의 자질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욕심만큼 성과를 발휘하고 있는 이들이 드물다는 것이 사실.

안재욱은 그런 면에서 많은 이들의 부러움의 대상이자 하나의 교과서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연기자로서도 음악인으로서도 부끄럽지 않은 열정을 분출시키는 그를 한 음악 프로 리허설 현장에서 만나보았다.


음악은 편안한 친구 같은 것

3년 만에 4집 앨범을 들고 나온 가수로서 또 4년 만에 영화 ‘하늘정원’을 선보이는 배우로서 대중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어느 한쪽의 이야기만으로도 그와의 이야기는 많을 터였다. 어느 쪽의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고심하는 것을 이해한 듯 그가 먼저 말을 건네 왔다. 결국 영화 이야기는 언젠가 주어질 다음 기회로 넘기기로 하고 음악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앨범 발매 소감이요? 일단은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시니까 기쁘죠. 사실 공을 많이 들였어요. 시한을 정해두지 않고 욕심껏 만들었거든요. 실제 앨범 제작 기간만 해도 1년이 넘었어요.”그의 4집 앨범 타이틀곡은 중국 가수 주화건의 ‘朋友’를 리메이크 한 ‘친구’였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어필 할 수 있는 가슴 뭉클한 노랫말과 독특한 멜로디가 이색적이다.

“모르는 분들은 그러시죠. 오랜만의 앨범인데 왜 하필 타이틀곡이 리메이크냐. 너무 성의 없는 것 아니냐. 그런데 원래 ‘친구’는 타이틀곡으로 삼으려던 노래가 아니었어요. 그냥 제가 좋아서 넣은 노래거든요. 멜로디가 좋아서 평소에 공연 같은데서 즐겨 부르던 노래라 많은 분들에게도 들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팬 서비스 차원에서 넣었던 노래인데 의외로 많이 좋아하시더군요. 제 앨범 성격하고도 잘 맞는 것 같고. 그래서 결국 타이틀곡이 되어버렸어요. (웃음)”

그의 4집 앨범명은 ‘REDS IN AN JAE WOOK’이다. 그가 가진 음악에의 열정을 말해주는 앨범명에 새삼 그의 가수로서의 각오가 느껴지는 듯 했다. 그런 그에게 타이틀곡을 제외하고 추천하고 싶은 노래가 있는지 물어보자 “앨범에 담긴 14곡 전부”라고 답했다. 언뜻 자부심조차 느껴지는 그의 대답에 그렇다면 이번 앨범을 통해 대중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뭐 이렇다 할 커다란 메시지는 없어요. 단지 있다면 편안함 속의 즐거움? 친구란 존재도 그렇잖아요. 만나면 편하고 함께 있으면 즐겁고. 제 음악도 많은 분들에게 그런 의미가 되었으면 해요. 왜 친구는 남녀노소나 국경을 초월할 수 있는 존재잖아요. 음악도 그런 친구 같은 존재가 아닐까요?”

음반과 영화 작업만 해도 넘치게 바쁠 것 같은 그는 6월부터 새 드라마로 안방극장을 찾아갈 예정이다. ‘나쁜 친구들’ 등 여러 작품에서 함께 했던 장용우 감독과의 작업이라고만 밝힐 뿐 어떤 배역인지는 비밀이라며 잔뜩 기대를 부추겼다. 이런 식의 소나기 작업을 마다 않다니, 그 만큼 자신의 체력을 믿고 있는 것인지.

“영화는 이미 제 손을 떠났고 드라마는 시작하는건데요, 뭐. 생각만큼 활동이 겹치진 않아요. 또 노래를 부르는 것과 연기를 하는 것, 모두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라 힘들지 않아요. 배우와 가수로 활동하는 것, 그 두 가지 일의 의미를 묻는다면 정답이 없다는 공통점을 가졌다는 대답으로 대신하려 합니다. 정답이 없는 만큼 내가 찾을 수 있는 답을 위해 노력한다는 게 더 즐거워요.”


“연기와 노래는 평생공부”

재능이 많은 이에 대한 시샘일까, 연기자로서의 그를 아쉬워하는 이들에겐 그의 음악작업이 그리 곱게만 비춰지진 않을 거라고 슬쩍 비틀었더니 그는 단호하게 답해왔다. “노래를 한다고 해서 연기를 소홀히 한 적도 없고, 또 연기를 한다고 해서 노래를 가볍게 생각 한 적 없습니다. 두 작업 모두 좋아하는 만큼 평생 공부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가까이서, 비교적 꼼꼼하게 관찰한 안재욱은 TV에서 비춰지던 농담 잘하고 유쾌하기만 한 남자는 아니었다. 자신의 일에 대한 고집이 있고 그 雌煊?대한 책임감을 소중히 할 줄 아는 믿음직스런 모습이었다. 스타가 되어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여지없이 그 책임감이 드러나는 면모를 선보였다.

“가장 좋은 점은 뭐니뭐니해도 ‘착하게 살아야 한다’라는 책임감이 늘어간다는 거죠.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수록 그 책임감이 점점 더 커지는 걸 느껴요. 그건 아마 저 아닌 다른 연예인들도 그럴 거예요. 학창시절에 아무리 나쁜 학생이었건 모범생이었건 간에 대중에게서 사랑을 받는 입장이 되면 착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그런 점이 좋아요. (웃음)”착해지는 자신이 좋다는 남자, 착해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상황에 기쁘다는 남자, 안재욱.

마지막으로 그에게 친구란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았다. “이번 앨범을 내고 표인봉 형에게 보여줬을 때 형이 가르쳐 준 말이 있어요. 인디언 말로 친구는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래요. 그 한 마디면 충분한 것 아닐까요?”


소탈한 성품의 '전국구 친구'

안재욱, 그는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에서 유난히 안티가 없기로 유명하다. 그의 소탈한 성품이 비단 그의 친구들만이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고스란히 투영되고 있다는 증거인 셈. 그렇다면 안재욱과 친구가 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이 있을까?

“거짓말을 하면 안되죠. 그리고 책임감이 있어야 하고, 또 입이 무거워야 해요. 비밀을 간직해야 한다는 뜻도 되지만, 남의 일을 말하길 좋아하는 사람들을 싫어하거든요. 절대로!”

새롭고 많은 친구도 좋지만, 지금의 친구들을 더 오랫동안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는 안재욱. 그의 친구들이, 그를 친구로 삼은 이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김성주 연예라이터


김성주 연예라이터 helieta@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