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엘류 축구대표팀, 제1회 동아시아 대회서 일본에 설욕 다짐

[스포츠 프리즘] 요코하마 대첩에서 갚아주마
코엘류 축구대표팀, 제1회 동아시아 대회서 일본에 설욕 다짐

20일 가족과 함께 자신의 53번째 생일 파티를 즐기던 움베르투 코엘류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은 둘째 딸 조한나(17)의 뜻하지 않은 메시지를 받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6월 3일에는 반드시 일본을 꺾어 기쁨을 함께 나누길 빈다”는 딸의 ‘기원’은 16일 숙명의 한일전에서 패한 코엘류에게 천군만마처럼 다가왔다.

2월 27일 공식 부임한 코엘류는 16일 입국한 아내 로랑스, 조한나 등 가족과 48일만에 상봉했다. 승전고를 울린 뒤 ‘가족숙소’인 하얏트 호텔로 곧장 달려가 회포를 풀려던 그의 계획은 그러나 어이없는 패배와 함께 수포로 돌아갔다.

코엘류는 “선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해산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며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로 직행했다. 축구협회 관계자는 “충격 탓에 밤잠을 설쳤다고 털어놓더라”며 코엘류의 ‘잠 못 이룬 밤’에 대해 귀띔했다.

코엘류는 그러나 18일부터 1주일 동안 가족과 제주 등지에서 휴식을 취하며 패배의 악몽에서 벗어났고 ‘필승전략’을 다듬는 데도 탄력이 붙었다. 5월 28일 일본 요코하마에서 개막하는 제1회 동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을 완파, 화끈하게 설욕하겠다는 의지도 대단하다. 이 대회는 한국과 일본 중국 홍콩 4개국이 풀 리그로 자웅을 겨루며 한국은 6월 3일 일본과 맞붙는다.

"진검승부 승전보 일본서 울릴 터"

코엘류는 16일 한일전을 ‘축제의 장’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지만 첫 패(1무1패)의 멍에만 썼다. 하지만 소득도 있었다. 최성국(20ㆍ울산) 등 젊은 피를 테스트할 기회를 갖게 된 것. 그는 “이들의 플레이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짧은 훈련 기간과 베스트 멤버가 결장했던 ‘주요 패인’도 해소될 전망이다. 대표팀은 콜롬비아전(3월 29일)과 일본전에 앞서 단 이틀간 소집됐고 그나마 전술훈련은 하루만 실시했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을 파악해 이를 짜맞추는 전술적인 작업을 완성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선수권대회’는 7일전 소집이 가능, 손발을 맞추는 데 넉넉한 시간이 보장된다.

J리거 안정환(시미즈)과 최용수(이치하라)는 물론 이영표 박지성(이상 PSV아인트호벤) 송종국(페예노르트) 김남일(엑셀시오르) 설기현(안더레흐트) 등 유럽파도 모두 나설 태세다. 5월이면 유럽 리그가 끝나 못 올 이유가 없다. 두 차례 평가전을 통해 태극전사들의 기량을 대충은 파악한 것도 힘이 됐다.

일본의 지코 감독도 4번째 경기 만에 첫 승(1승2무1패)을 신고했다. 대표팀 주장 유상철(32ㆍ울산)은 “1.5군 대결에선 졌지만 베스트가 맞붙는 진검승부를 지켜보라”며 승리를 다짐했다.

"원톱. 포백시스템 유지할 것"

코엘류는 3_4_3을 기본 전형으로 삼은 거스 히딩크 감독과 달리 4_2_3_1 포메이션을 쓴다.

‘크리스마스 트리’로 불리는 4_2_3_1은 4명의 수비라인 위에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이 포진하고 중앙에 공격형 미드필더와 양 날개가, 최전방엔 ‘원톱’ 스트라이커가 서는 형태다. 코엘류는 이 포메이션으로 2000유럽선수권에서 포르투갈을 4강에 올려 놓았으나 한국에선 ‘득점 0, 실점 1’의 초라한 성적을 내는데 그치고 있다 뒷말이 나오는 건 당연하다.

우선 황선홍 같은 걸출한 킬러가 없는 상황에서 최용수와 이동국(24ㆍ상무) 등을 내세운 원톱 시스템은 약발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김태영(33ㆍ전남)이 이끄는 포백도 의견이 분분하다. 대인마크와 공간수비를 순간순간 판단해 대처해야 하는 포백이 스리백에 길들여진 우리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코엘류는 그러나 일부 선수의 전술 이해와 기량 부족은 인정하면서도 “만족스런 킬러를 찾지 못했을 뿐 원톱에 변화를 줄 생각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최성국과 조재진(22ㆍ상무) 정조국(19ㆍ안양) 등 차세대 스트라이커들의 빠른 성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포백과 관련해서도 “일치된 호흡이 중요한 포백이 하루 이틀 소집 훈련으로 진가를 발하기는 힘들다”며 ‘진득함’을 주문했다. 코엘류는 그러나 “중국과 홍콩도 얕볼 상대는 아니지만 우리의 초점은 일본에 맞춰져 있다”며 지코를 제물 삼아 ‘전승 우승’을 일궈내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이종수 기자


입력시간 : 2003-10-01 16:22


이종수 기자 jslee@hk.co.kr